국적 불문… 건설기계업체 ‘잔인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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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2.20 18:43
中 경기 침체로 매출 급감… 글로벌 구조조정 몸살
건설기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 18일까지 전체 사무직 직원 30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20대 사원급까지 포함해 702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번을 포함해 올 들어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희망퇴직으로 지난해 말 5400여명이던 두산인프라코어의 국내 직원 수는 총 3900여명으로 줄었다. 직원 3명 가운데 1명이 ‘자의 반(半) 타의 반’으로 회사를 떠난 것이다. 두산 고위 관계자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나면 업황이 또다시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며 “솔직히 말해 지금으로선 언제 좋아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두산인프라코어만의 일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건설기계 업체가 줄줄이 구조조정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건설기계와 장비의 최대 수요처인 건설·원자재 업종이 글로벌 차원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경기(景氣) 침체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탓이다. 그 결과 건설기계 관련 기업들이 예외 없이 실적 악화 수렁에 빠진 것이다.
◇캐터필러·히타치 등 줄줄이 구조조정
이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캐터필러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5000명을 내보내는 등 2018년까지 1만명이 넘는 직원을 정리해고할 방침을 최근 정했다. 세계적인 업황 부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총 11만명인 전체 직원의 약 10%를 내보내 연간 15억달러(약 1조7500억원)의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캐터필러는 이미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발한 이후 201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3만1000여명의 직원을 내보내고 20개 공장을 통폐합했다.
지난해 세계 3위 건설 장비 기업이 된 일본 히타치건설기계는 14년 만에 조기(早期) 퇴직자를 모집하고 있다. 스웨덴에 본부를 둔 볼보건설기계도 올 들어 지금까지 4500여명을 감축했다. 정만태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그나마 미국 업체들은 꾸준히 비용 절감 노력을 했고, 일본 기업은 엔화(円貨) 약세를 앞세운 가격 경쟁력이라는 무기가 있어 상대적으로 잘 버틴다”며 “이도 저도 아닌 한국 기업들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위험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景氣 침체로 휘청
실제로 두산인프라코어·현대중공업 등 국내 관련 기업의 상황은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주력 시장인 중국의 부동산·건설 경기 침체로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2011년 17만2000대로 정점을 찍은 중국 내 굴착기 판매량은 최근 4년간 줄곧 하락세를 보여 지난해 총판매량이 2011년의 절반(8만4500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도 중국 부동산 침체 지속으로 지난달까지 중국 내 총판매량(4만4000대)은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술·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과 일본 기업의 협공에 밀려 한국 기업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의 중국 굴착기 시장점유율은 합쳐서 50%에 육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10% 밑으로 곤두박질 쳤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굴착기 판매량(3734대)이 2010년 대비 80% 정도 급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같은 기간 70% 정도 줄었다.
두 회사는 손실 최소화를 위해 공장 폐쇄와 조업 중단에 나서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3년 중국 쑤저우(蘇州)에 있는 소형 굴착기 공장을 부품 물류 창고로 전환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옌타이(烟台)에 있는 굴착기 생산 라인 3개 중 1개를 폐쇄했다. 현대중공업은 올 10월 닷새 동안 중·대형 굴착기 생산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주일 동안 공장을 멈춰 세웠다. 공장 가동 중단은 1985년 건설장비 사업 시작 이후 처음이다.
업황 부진으로 폐업하는 기업도 나왔다. 건설기계용 엔진을 만드는 회사인 현대커민스는 공장 가동 1년 만인 올 8월 청산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현대중공업과 미국 커민스가 중국 엔진 시장 공략을 위해 2012년 5대5 비율로 합작 설립했는데 올 상반기에만 1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손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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