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03 04:30
제가 어릴 적에 의사인 아버지께서 입원실이 많은 의원을 운영하셨는데 그 때는 연탄불로 난방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머니가 각 입원실마다 연탄을 손수 갈면서 독한 연탄가스를 많이 마셨다고 하는데 특별한 사고는 없었습니다. 재작년쯤 버스 타고 집으로 오는데 평소 자주 다니던 길이 생소하게 느껴졌답니다. 모 대학병원에서 치매검사와 MRI검사 결과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로 넘어가는 단계이고 해마가 약해졌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치매약을 드시고 있습니다.
요즘 어머니의 상태는 시간을 잘 모르고 계절도 정확하게 모르고 방금 한 일을 잘 잊어버립니다. 혼자서도 가까운 곳은 다니시지만 집주소를 외우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고치기 어렵고 단지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목표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어머니의 치매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치매치료를 받고 있는 뇌의 평면 MRI./조선일보DB
무엇보다도 잘 먹고 잘 자야 합니다. 부자가 점심값으로 매일 만 원씩 지출한다 해도 부담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큰 부담이 되겠지요. 치매는 뇌세포라는 돈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매일 뇌세포라는 돈이 많이 빠져나가면 가난한 뇌는 부자 뇌에 비해 돈이 적으므로 금방 뇌가 나빠지는 표가 납니다. 치매환자에게는 뇌세포의 적은 손실도 금방 표시가 납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잘 잘 때보다 뇌세포의 손상이 심해지므로 음식 값을 평소보다 많이 내는 꼴이고, 잘 먹지 못하고 탈수가 생기거나 영양결핍이 되어도 뇌세포가 잘 손상되므로 가난한 뇌에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치매환자가 하룻밤을 설치거나 장염이나 몸살을 앓게 되어 식사가 부실해지면 생각보다 훨씬 심한 정도로 치매가 나빠집니다. 물론 많이 자는 것이 잘 자는 것은 아니고 많이 먹는 것이 잘 먹는 것은 아니지요.
열심히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처럼 치매환자는 매일 잘 짜여 진 스케줄에 따라 많이 움직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회활동은 꼭 바깥에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집안에서도 사회생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환자를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 보다 환자와 많은 대화를 해 주고 같이 놀아주는 것도 사회생활입니다.
치매환자가 술 담배를 하거나 새로운 일을 극복하게 하거나 매일을 반성하면서 살게 하기는 어렵겠지요. 뇌에 충격이 많이 가해지는 권투선수에게는 외형상으로 뇌진탕이나 뇌 타박이 발생되기도 하지요. 회복되고 나면 특별한 후유증 없이 살 수도 있지만 일부의 경우 나이 들면서 치매나 파킨슨병이 생기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뇌세포의 미세손상으로 뇌세포의 수명이 단축된 것으로 추정해 볼 수도 있습니다.
연탄가스 같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정도가 심하면 치매가 바로 오거나 때로는 회복되다 약 1개월 쯤 갑자기 치매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라도 권투선수에게 오는 치매처럼 뇌세포의 미세 손상을 일으킬 정도의 중독이 되었다면 나이 들면서 치매가 올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는 있습니다.
물리적 충격이나 가스중독, 과다한 음주로 뇌를 골탕 먹이면 뇌는 골병이 들고 나이 들면서 골병의 흔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상의 생활이 뇌를 힘들게 할 정도로 사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신체를 보하는 것 이상으로 뇌를 보하면서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