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만의 야구 프리즘
9회초까진 류중일의 용병술을 지적하려 했다, 그러나…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입력 : 2014.11.11 09:51
천신만고 끝에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 5차전을 가져갔다. 만약 이 경기에서 삼성이 패했다면 패배의 책임은 100% 류중일 감독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도로 류 감독은 전략상으로 염경엽 넥센 감독에 밀렸다.
팬들이 지적하는 결정적인 실수는 도통 살아나지 않는 박석민, 이승엽을 계속 기용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리고 이들은 수많은 찬스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가 믿음의 야구라는 점을 볼 때 어지간해선 이들을 바꾸지 않을듯 싶다.
필자가 보기에 류 감독의 가장 큰 문제는 대타 작전이다. 대타 부재가 경기가 잘 안풀리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 8회말 무사만루 찬스, 대타 한명은 썼어야
류 감독은 스스로도 삼성의 문제를 대타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그는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직전 "올 시즌 우리는 지고 있을 때 대타가 큰 것을 치며 승부를 뒤집은 경우가 거의 없었다. 주전들이 해줘서 이긴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형우 자리에 대타를 넣겠는가, 나바로 자리에 넣겠는가? 대타를 쓸만한 쪽은 7번이나 8번밖에 없다. 대타 카드가 필요하지 않다"고도 했다.
하지만 대타는 필요했다. 한국시리즈 5차전을 보면 대타가 없는 삼성이 얼마나 허약했는지를 보여준다.
삼성은 8회말 무사만루의 찬스를 날려먹었다. 이날 승리를 차지하고도 류 감독이 웃지 못했던 이유다. 그리고 무사만루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당연히' 놓칠 수밖에 없었다.
팬들이 지적하는 결정적인 실수는 도통 살아나지 않는 박석민, 이승엽을 계속 기용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리고 이들은 수많은 찬스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가 믿음의 야구라는 점을 볼 때 어지간해선 이들을 바꾸지 않을듯 싶다.
필자가 보기에 류 감독의 가장 큰 문제는 대타 작전이다. 대타 부재가 경기가 잘 안풀리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 8회말 무사만루 찬스, 대타 한명은 썼어야
류 감독은 스스로도 삼성의 문제를 대타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그는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직전 "올 시즌 우리는 지고 있을 때 대타가 큰 것을 치며 승부를 뒤집은 경우가 거의 없었다. 주전들이 해줘서 이긴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형우 자리에 대타를 넣겠는가, 나바로 자리에 넣겠는가? 대타를 쓸만한 쪽은 7번이나 8번밖에 없다. 대타 카드가 필요하지 않다"고도 했다.
하지만 대타는 필요했다. 한국시리즈 5차전을 보면 대타가 없는 삼성이 얼마나 허약했는지를 보여준다.
삼성은 8회말 무사만루의 찬스를 날려먹었다. 이날 승리를 차지하고도 류 감독이 웃지 못했던 이유다. 그리고 무사만루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당연히' 놓칠 수밖에 없었다.
-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말 2사 1,3루 상황에서 삼성 이승엽이 삼진아웃당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뉴스1
삼성은 무사 만루 찬스에서 6번타자 박석민이 유격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이로써 1사만루. 3루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하고 아웃카운트만 늘어나자 삼성 선수단은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온 타자가 7번타자 박해민. 그런데 박해민은 손가락 인대가 50% 이상 늘어나는 사고를 당한 터다. 그는 통증이 있지만 참을만한 수준이며, 수비는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그를 기용하는 이유에 대해 "수비가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었다. 솔직히 타격을 기대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자동 아웃'이 됐다.
그 뒤에 나온 타자는 이흥련. 삼성의 백업 포수다. 그는 올해 타율 0.227, 안타 30개만을 기록했다. 2사 만루 상태에서 얼마나 큰 중압감을 느꼈을까. 열심히 노려보고 치긴 했지만 그 또한 자동 아웃이 돼버렸다.
사실 이흥련 때는 대타를 쓸 수없는 상황이기는 했다. 이미 진갑용이 대타로 나왔다가 교체됐고, 포수가 이흥련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야구는 변칙 기용이 중요하게 취급받는다. 아마 염경엽 감독이나 김성근 감독이 삼성을 지휘하고 있었다면 김태완을 대타로 넣고 포수 출신인 최형우에 포수 마스크를 씌웠을 것이다. 실제 최형우는 올해 6월 12일 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심창민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포수 자원이 모두 나갔을 때였는데, 공교롭게도 당시 상대팀이 바로 넥센이었다.
만약 삼성이 패한다면 오늘 칼럼은 '류중일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독이 됐다. 매 경기 주전을 믿으면서 대타를 제대로 키우지 않아 한국시리즈 5차전을 내줬다'고 쓰려고 했다, 9회말 그 순간까지는.
◇ 결국 성공한 '믿음의 야구'
예전에 다른 팀 감독이 류중일 감독을 부러워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투수 교체도 아주 잘하는 것 같지 않고, 대타나 스퀴즈 등 작전은 거의 하지 않는데도 항상 1위를 하기 때문이란다. 한 야구팬은 류 감독을 놓고 "혹시 전생에 이순신 장군이 아니었을까요?(전생에 이순신 장군이어서 후생에 이렇게 복을 많이 받고 있다는 농담)"라고 말하기도 했다.
-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라이온즈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9회말 2사 1,3루에서 최형우가 2타점 적시안타로 승리를 확정짓자 삼성선수들이 포효하고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
하지만 어쨌든 아주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류 감독이 믿었던 선수들이 끝내 해주고 만다. 어제는 끝내기 2루타를 때려낸 최형우가 주인공이었다(만약 염경엽 감독이나 김성근 감독이 있었다라면 포수 마스크를 쓰고야 말았을 그이다).
변칙은 중요하지만, 변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삼성은 수많은 기회를 놓치며 8회까지는 꽁꽁 묶였지만, 결국 해냈다. 넥센 유격수 강정호의 큰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류 감독은 외쳤다. "믿음의 야구란 이런 것이야!"
본문과는 전혀 다른 얘기지만, 넥센의 패인은 볼배합이었다. 강정호의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낸 것이 겉으로 봤을 때는 큰 위기였지만, 그것보다는 채태인, 최형우와 승부할 때 박동원이 주문한 볼배합은 너무 단순했다(몸쪽-몸쪽-몸쪽, 몸쪽-바깥쪽-몸쪽-바깥쪽-몸쪽). 사실 이날 손승락의 구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겠다 싶을 정도였다. 역시 공이 아무리 좋아도 노리고 있는 타자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걸 확인시켜준 하루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體育. 演藝分野'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정재, 이범수가 그린 ‘인천상륙작전’ (0) | 2016.08.03 |
---|---|
남몰래 집 짓는 ‘나눔 베테랑’ 부부 (0) | 2016.07.20 |
[한국 파라과이] 천안에 분 모래바람, 중동파 맹활약/ 일간스포츠 (0) | 2014.10.10 |
'황금시대'로 부산 찾은 탕웨이 "지금이 나의 황금시대" / 중앙일보 (0) | 2014.10.03 |
임창우 결승골 '1분의 기적' … 축구는 남남북녀/ 중앙일보 (0) | 2014.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