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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이 만들어 낸 공포 투폴레프 Tu-22M 백파이어 폭격기/ 유용원의 군사세계

鶴山 徐 仁 2014. 10. 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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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이 만들어 낸 공포 투폴레프 Tu-22M 백파이어 폭격기

 

입력 : 2014.10.01 10:24

 이륙 중인 러시아 공군 소속의 Tu-22M3

이륙 중인 러시아 공군 소속의 Tu-22M3

 

 

 

국방에는 어느 정도 허세가 필요하다.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적성국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우리 군대가 세계에서 제일 강하다’고 주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여 미국 같은 강대국뿐 아니라 아프리카나 중남미에 있는 약소국도 자기 나라의 군대가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막상 국방 전략을 짤 때는 상대가 더 강하다는 전제 아래 움직여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가 질적 우위에 있더라도 상대가 양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이를 불리한 요소로 놓고 계획을 짜는 것이다. 이렇듯 항상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국방이다.


 

그런데 대립이 첨예하고 정보 습득이 어려운 경우, 상대방이 실제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오판하는 경우가 있다. 현실적인 분석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가 우리보다 훨씬 강하다는 생각이 들 때의 공포감은 실로 대단하다. 냉전 시기는 이런 막연한 두려움이 극으로 치닫던 때였다.


 저속 비행에 적합하게 날개를 편 모습

저속 비행에 적합하게 날개를 편 모습

 

 

일례로, 소련에서 신무기를 개발할 때마다, 특히 핵전쟁을 염두에 둔 전략 무기가 등장할 때마다 미국은 상당한 두려움을 느꼈는데, 냉전 시대가 끝난 후 필요 이상의 두려움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가 많았다. 냉전 시대에 공포의 대명사였던 투폴레프 Tu-22M 백파이어(Tupolev Tu-22M Backfire) 폭격기도 그중 하나다.


 


이유불문 미국에 대응하라

초기 양산 모델인 Tu-22M2

초기 양산 모델인 Tu-22M2

 

 

 

전세계적으로 전략폭격기를 운용 중인 나라는 단 두 곳이다. 바로 미국과 러시아. 미국에 비하면 러시아의 폭격기 전력이 처음부터 대단했던 것은 아니다. 제2차 대전 말이나 되어서, 우연히 얻은 B-29를 나사 하나까지 그대로 복제하여 폭격기다운 폭격기라 할 수 있는 Tu-4를 만든 것이 처음이니 시작이 늦었을 뿐더러 기술적으로 부족한 것도 많았다.


 

그럼에도 소련은 공산주의 종주국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폭격기 전력을 갖추어야 했다. 폭격기에 반드시 폭격기로 맞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1950년대 초반, 미국이 B-36, B-47, B-52, B-58 같은 다양한 폭격기를 속속 제식화하자 곧바로 소련도 Tu-95, Tu-16, M-4 같은 대응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미국의 뒤를 쫓기에 급급한 형국이었다.


 

1954년 실전 배치한 Tu-16은 중국에서 H-6라는 이름으로 라이선스 생산하여 아직도 사용 중인 장수 모델이지만 그 성능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미국의 B-58, B-47, 영국의 아브로 벌컨(Avro Vulcan)에 비해 속도, 항속거리, 폭장량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뒤져있었다.


 

최신 폭격기에 대한 열망이 컸던 소련은 Tu-16이 한창 양산 중이던 1950년대 중반에 이를 대체할 후속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하여 소련 최초의 초음속 폭격기인 Tu-22 블라인더(Blinder)가 탄생했다. 1958년 처녀비행에 성공한 신형 폭격기는 실험을 거쳐 Tu-22B라는 제식명을 부여 받은 후 1962년부터 현장에 배치되었다. 미국은 U-2 정찰기를 보내 정보를 빼내려 했을 만큼 소련의 신형 폭격기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일선에서 Tu-22B를 운용해본 소련군은 적잖이 실망하였다.



냉전 체제에서 얻은 이름 Tu-22M

이륙 중인 러시아 공군 소속의 Tu-22M3

이륙 중인 러시아 공군 소속의 Tu-22M3


 

Tu-22B는 초음속 비행 능력을 제외한다면 Tu-16보다 그다지 좋은 점이 없었다. 초창기 제트 엔진의 성능 부족으로 말미암아 작전반경이 작았고 조종도 어려운 편이었다. 물론 폭격기는 폭탄을 떨어뜨리는 임무만 수행하면 되니 전투기처럼 날렵한 기동 능력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러나 폭탄을 투하한 후 작전 지역을 이탈할 때의 움직임이 상당히 둔중하다는 것이 일선 조종사들의 평가였다.


 

그래도 아직 속도가 최고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던 시절이었기에 소련은 1964년부터 Tu-22B를 개량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처음에는 비행 능력을 높이기 위해 주익을 가변익으로 개량하는 정도로 시작했지만 보다 획기적인 성능 향상을 위해 대폭적인 개조가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개량형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폭격기가 탄생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Tu-22M이다.


프로토타입인 Tu-22M0. 그런데 미 정보당국은 Tu-22와 너무 상이하자 Tu-22M이라 판단하지 못하였다. 이 때문에 한 동안 Tu-26으로 불렸다.

프로토타입인 Tu-22M0. 그런데 미 정보당국은 Tu-22와 너무 상이하자 Tu-22M이라 판단하지 못하였다. 이 때문에 한 동안 Tu-26으로 불렸다.

 

 

 

Tu-22와 Tu-22M은 별개의 폭격기이므로 다른 부호로 분류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마치 개량형처럼 명명하였다. 그런데 이는 Su-27 전투기 시리즈와 비교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Su-30, Su-33, Su-34, Su-35는 Su-27의 파생형들이지만 전혀 다른 별개의 제식부호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Tu-22와 Su-27의 파생형 제식부호 체계가 상반된 차이를 보인 이유는 냉전 때문이다.


 

소련은 개발 당시 일부러 Tu-22M이라는 제식명을 흘려 미국을 기만했다. 이 때문에 초도기가 실험 비행에 나섰을 때 단순히 Tu-22의 개량형을 생각하던 미국은 전혀 예상치 못한 폭격기를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 냉전 이후 대외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선 Su-27 시리즈들은 성능이 좋은 다른 전투기로 인식시키고자 한 마케팅 의도를 가지고 별개의 제식부호를 부여했다.



NATO 식별코드는 ‘백파이어’

Tu-22 블라인더. 이를 기반으로 개량을 시작하고 제식번호도 유사하지만 Tu-22M 백파이어는 전혀 다른 별개의 폭격기가 되었다.

Tu-22 블라인더. 이를 기반으로 개량을 시작하고 제식번호도 유사하지만 Tu-22M 백파이어는 전혀 다른 별개의 폭격기가 되었다.

 

 

 

1969년 Tu-22M의 존재를 확인한 미국은 여기에 ‘백파이어’라는 NATO 식별코드를 부여했다. 하지만 워낙 알려진 것이 없어 이 폭격기의 역할이 무엇인지부터가 의문이었다. 핵심은 미국 본토 폭격이 가능하냐 여부였다. 비슷한 크기인 Tu-16이나 블라인더는 미국에게 직접적인 위협 대상이 아니었으나 백파이어는 미국 본토 폭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전의 소련 폭격기들과 달리 백파이어는 저고도 침투 능력과 고고도 고속 비행 능력을 지녔다는점에서 확연히 달랐다. 미 언론에는 소련의 최신 폭격기가 미국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와 핵 공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신형 폭격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 보니 미 당국도 적극적인 반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전전긍긍 시간만 보낼 뿐이었다. 소련은 이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은 셈이다.


Tu-22M1에 장착 된 급유 프로브. 본토 폭격을 우려하였던 미국은 군축협상을 통해 이를 제거시키는데 성공했다.

Tu-22M1에 장착 된 급유 프로브. 본토 폭격을 우려하였던 미국은 군축협상을 통해 이를 제거시키는데 성공했다.

 

 

 

1972년부터 백파이어가 일선에 대량 배치되기 시작했으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적어도 공중 급유를 받으면 대륙 간 횡단 폭격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고 이 때문에 1979년 ‘제2차 전략무기제한협정(SALT-II)’ 당시 미국은 백파이어의 급유 프로브 제거를 요구하여 끝내 관철시켰을 정도다. 그만큼 미국에게 미지의 Tu-22M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모르기 때문에 두려웠던 전형적인 냉전의 초상이었다.


 

사실 지금도 백파이어의 성능이 완전히 공개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련 해체 후 밝혀진 일부 정보에 의하면 미국이 걱정할 정도의 고성능은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Tu-22M은 처음부터 대륙 간 횡단비행을 염두에 두지 않았고 인근 지역에서 작전을 펼치기 위한 용도로 개발되었다. 말하자면 소련 본토에서 가까운 서유럽이나 아시아 일대의 전술 핵 폭격이 백파이어 개발의 주요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백파이어는 198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재래식 폭격 임무를 수행하며 최초로 실전에 투입되었고 1995년 체첸전쟁에서도 동일한 임무를 수행했다.



백파이어의 여전한 위상

Kh-22 장거리 대함미사일을 장착한 해군 소속 Tu-22. 미 해군 함대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Kh-22 장거리 대함미사일을 장착한 해군 소속 Tu-22. 미 해군 함대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백파이어는 미국이 우려했던 핵 폭격 성능보다 다른 부분에서 더욱 위협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미국이 경쟁국을 압도하는 분야가 해군 전력이고 그 핵심은 항공모함 전단인데 소련은 이에 대비해 백파이어에 Kh-22 대함미사일을 탑재해 해군에 배치했다.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을 공격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그만큼 백파이어의 위상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 배치는 현재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사실 미국은 요격 능력도 충분하고 더 뛰어난 폭격기도 보유하고 있으므로 Tu-22M은 결코 두려워할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냉전 말기인 1991년에 있었던 '제1차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I)'에서 이미 힘이 빠진 소련에게 모든 Tu-22M의 장거리 비행 능력을 제한하고 보유 수량을 줄이도록 조치한 것에서 미국이 얼만큼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한편, 냉전 종식 후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곤란에 처해 있을 때 중국, 인도, 이란 등이 Tu-22M 도입에 나섰다. 특히 기존 H-6(Tu-16)의 노후화로 골머리를 앓던 중국은 H-10이라는 제식부호까지 선정해 놓고 Tu-22M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선뜻 외국에 팔 수 없을 만큼 Tu-22M은 러시아에게 여전히 중요한 무기라는 뜻이다.

(좌) 힘차게 이륙 중인 모습. (우) 칵핏의 모습. 모양은 다소 구식이다.

(좌) 힘차게 이륙 중인 모습. (우) 칵핏의 모습. 모양은 다소 구식이다.



제원(Tu-22M3)

전장 42.4m / 전폭 34.28m / 전고 11.05m / 최대이륙중량 124,000kg / 최대속도 마하 1.88 / 항속거리 6,800km / 작전고도 13,300m / 무장 23mm GSh-23 기관포 1문, 24,000kg 폭장

 

남도현 / 군사저술가,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히틀러의 장군들》 등 군사 관련 서적 저술 http://blog.naver.com/xqon1.do
자료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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