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들이 중국의 스포츠 브랜드 361°의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361°는 이번 대회에 29만 점의 유니폼을 지원한다. [인천=뉴시스]
인천 아시안게임을 뒷바라지하는 운영요원과 자원봉사자의 숫자는 2만 명을 넘는다. 그런데 이들이 입은 하늘색 티셔츠에는 ‘361˚’란 숫자 로고가 새겨져 있다. 한국인에겐 생소하지만 361˚는 이번 대회 공식 후원을 맡은 중국의 스포츠 브랜드다.
361˚는 중국 내 2000여 개 지역에 7800개가 넘는 매장을 가진 스포츠 용품사다. 중국 내 스포츠 경기는 물론 국제 스포츠 대회를 후원하는 전략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연간 매출은 우리돈 8조 4000억 원에 달한다. 361˚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공식후원사였다. 인천 아시안게임에는 단순한 유니폼 후원을 넘어 1500만 달러(약 155억원) 이상을 후원하는 ‘프레스티지 파트너’가 됐다. 이 등급에서 유일한 해외 브랜드다. 361˚ 이외에는 삼성전자·신한은행·대한항공·SK텔레콤·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이 프레스티지 파트너를 맡고 있다. 361˚는 2011년 7월 가장 먼저 인천 아시안게임 공식후원사로 선정된 뒤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조직위 입장에선 중국 361˚의 후원이 반갑지만 국내 스포츠팬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아시아게임은 올림픽·월드컵과 더불어 개최국의 스포츠 파워와 브랜드를 전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인데 안방에서 중국 업체에 그 기회를 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종합대회에 중국의 스포츠 브랜드가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361˚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중국 특유의 내셔널리즘을 부각한 광고를 제작해 논란을 빚었다. 수영의 박태환(25)과 쑨양(23)의 맞대결을 앞두고 쑨양이 한국어로 박태환을 도발하는 내용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운데)와 당 지도부 등 의원들이 지난 15일 인천 아시안게임 공식 후원을 맡은 중국 스포츠 브랜드 ‘361°’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경빈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장용법 유니폼 담당 팀장은 “361˚ 유니폼을 보고 ‘왜 인천아시안게임에 국내 브랜드를 쓰지 않느냐’는 항의 전화도 많이 받았다”며 “국내 스포츠 용품 업체에 유니폼 후원 제안을 수 차례 했지만 361˚만큼 적극적인 곳은 없었다”고 전했다.
종합 대회를 후원하는 국내 스포츠 브랜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일모직은 2002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공식 유니폼 후원사였다. 지난해 인천실내무도 아시안게임 유니폼 후원도 제일모직이 맡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361˚에 캐주얼 유니폼 후원을 내주고 정장 유니폼 지원만 맡았다. 막대한 물량공세를 펴는 361˚의 과감한 베팅 앞에 제일모직을 포함한 국내 스포츠 브랜드는 경쟁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361˚는 이번 대회에 124억원 어치인 29만점의 유니폼 현물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만여 명의 조직위 임직원과 심판진에 4만5000점의 정장을 제공하는 제일모직(에잇세컨즈)의 후원 규모는 30억 정도다. 제일모직 양희준 홍보차장은 “국내 업체가 대회 유니폼 전부를 후원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45억 아시아인의 축제란 수식어에 걸맞게 다른 아시아 국가의 브랜드가 후원을 맡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임충훈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종합 스포츠 대회를 통한 광고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361˚가 인천 아시안게임을 후원하는 걸 보면서 중국인들의 자부심도 커질 것”이라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월드컵 등을 개최하고도 세계에 내놓을 만한 국내 브랜드가 없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중국 스포츠 브랜드 361°: 기하학에서 원을 뜻하는 360°에 1°를 더해 만든 브랜드. 전세계 고객들에게 360°를 넘어 361° 만족도를 주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다른 중국 스포츠 브랜드가 나이키·아디다스와 비슷한 모양의 로고를 써 ‘짝퉁’ 냄새를 풍기지만 361°는 숫자 로고로 차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