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칼럼]국정원은 부활해야 한다
기사입력 2014-04-15 21:04:00 기사수정 2014-04-16 09:54:16
북한은 정보의 밀실, 한국은 유리방… 창은 북한 못 뚫고, 방패는 뚫리기만
미국도 정보 성공보다 실패 많아… 대북 정보·공작 독자성 확보 절실
간첩 잡기 지구상 가장 어려운 나라, 북한은 끊임없이 ‘작은 전쟁’ 도발
국정원 무너지면 안보 둑도 무너져
지구 구석구석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그럴 능력이 세계 최고인 미국이 정보 수집에서 가장 애를 먹는 상대가 북한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죽었을 때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51시간 뒤 북한 TV 공식발표를 보고 알았다. 첩보위성이 24시간 가동되었어도 북한의 장막 뒤는 보지 못했다. 유엔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드나드는 뉴저지 주 바비큐 레스토랑의 주인까지 정보원으로 활용해도 그런 데서 북한의 꿍꿍이속을 알아내기는 바다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
한국의 북한에 대한 ‘무지(無知)’는 김일성이 죽은 1994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평양의 공식 보도 5분 뒤 오찬장에서 쪽지 보고를 받고 알았던 상황에서 나아진 게 별로 없다. 작년 12월 국가정보원은 장성택 숙청 사실을 비교적 빨리 포착(판단)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보력이 체계적으로 향상되었다고 인정할 근거로는 약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북한제 무인기가 우리나라를 전방위로 정찰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 우리 군 당국이 관련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은 방공망 및 지상 정찰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우리 군과 정보당국 통제하에 있는 상공이 숭숭 뚫렸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보의 창(槍)도 방패(防牌)도 망가졌다는 뜻이다.
북한 무인기가 작년 가을(강원도)과 올해(서울·수도권) 이전에는 과연 날아들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첩보작전에 성공하고 귀환한 무인기가 없었을까. 2005년 10월 이후에만도 광화문 청계천 등 서울과 인근에서 미확인 비행물체(UFO)가 촬영 또는 목격되었다는 사례가 10건이 넘는다. 2011년 4월 경향신문은 “지난 7일 서울 상공을 날던 여객기에 탑승한 한 외국인 승객은 창밖으로 날아가는 흰색의 비행물체를 카메라로 찍은 53초짜리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고 보도하면서 “비행물체는 다른 UFO 영상과 달랐고 군사용 무인정찰기와 비슷하게 보였다”는 누리꾼의 말도 전했다. 그해 9월에는 서울 청계천로 씨티은행 상공에서 찍었다는 UFO 사진도 공개되었는데, 한 사진전문가는 “합성이나 조작된 흔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사진에 대해 이형균 대한언론인회 부회장은 “이번에 파주에 떨어진 무인기와 흡사하다”고 사견을 밝혔다.
물론 서울 상공의 UFO가 다 허구일 수 있고, 국내의 어떤 비행물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공 용의점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하늘도 오래전부터 북한에 내주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내 요소요소의 현실 공간, 그리고 핵심 사이버 공간, 거기다가 상공까지 북한 첩보망에 뚫렸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유리방이 된 셈이다.
북한의 핵 개발에 따른 군사적 비대칭뿐 아니라 정보와 첩보의 비대칭이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한다는 걱정이 기우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금 우리 정부는 북한이 남쪽을 향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64년 전 김일성이 6·25전쟁을 일으킬 때보다 훨씬 잘 알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1950년 6월 24일 채병덕 육군참모총장은 군 수뇌부와 미국 군사고문단을 육본 장교구락부에 초청해 만취 댄스파티를 열었고, 25일 새벽 2차까지 마신 지휘관들은 북한 인민군이 탱크로 포천을 넘어 의정부로 진격할 때도 눈이 풀려 있었다. 대한민국과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의 참담한 실패, 북한이 컨트롤한 남로당 잔당의 역공작(逆工作) 성공은 동족과 우방의 비극이 되었다. 우리 군만도 전사자 42만 명, 부상자 43만 명이었다. 미 CIA와 연합군 최고사령관 맥아더 장군은 1950년 10월 말 중공군의 기습에 크게 당하고도 중공군의 대규모 참전 가능성은 없다고 오판했다. 그래서 1951년 1·4후퇴를 해야 했고, 자칫하면 완전히 패전할 뻔했다.
이처럼 미국 정보도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 우리가 대북 정보를 미국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독자적 정보체계 강화 여부에 대한민국 안보의 사활이 걸려 있다. 그런데 국정원이 무너지고 있다. 간첩 잡는 수단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까다롭고 제한적이다. 수사요원들은 차라리 간첩을 놓치는 것이 잡는 것보다 안전하다. 대북 정보·첩보 활동과 공작에 대한 정치적 지지는 바닥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도발이라는 ‘작은 전쟁’을 끊임없이 획책하고 있다. 그 와중의 정보 실패는 안보의 둑을 허물고 말 것이다. 국정원이 부활해야 하는 이유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미국도 정보 성공보다 실패 많아… 대북 정보·공작 독자성 확보 절실
간첩 잡기 지구상 가장 어려운 나라, 북한은 끊임없이 ‘작은 전쟁’ 도발
국정원 무너지면 안보 둑도 무너져
배인준 주필
한국의 북한에 대한 ‘무지(無知)’는 김일성이 죽은 1994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평양의 공식 보도 5분 뒤 오찬장에서 쪽지 보고를 받고 알았던 상황에서 나아진 게 별로 없다. 작년 12월 국가정보원은 장성택 숙청 사실을 비교적 빨리 포착(판단)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보력이 체계적으로 향상되었다고 인정할 근거로는 약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북한제 무인기가 우리나라를 전방위로 정찰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 우리 군 당국이 관련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은 방공망 및 지상 정찰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우리 군과 정보당국 통제하에 있는 상공이 숭숭 뚫렸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보의 창(槍)도 방패(防牌)도 망가졌다는 뜻이다.
북한 무인기가 작년 가을(강원도)과 올해(서울·수도권) 이전에는 과연 날아들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첩보작전에 성공하고 귀환한 무인기가 없었을까. 2005년 10월 이후에만도 광화문 청계천 등 서울과 인근에서 미확인 비행물체(UFO)가 촬영 또는 목격되었다는 사례가 10건이 넘는다. 2011년 4월 경향신문은 “지난 7일 서울 상공을 날던 여객기에 탑승한 한 외국인 승객은 창밖으로 날아가는 흰색의 비행물체를 카메라로 찍은 53초짜리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고 보도하면서 “비행물체는 다른 UFO 영상과 달랐고 군사용 무인정찰기와 비슷하게 보였다”는 누리꾼의 말도 전했다. 그해 9월에는 서울 청계천로 씨티은행 상공에서 찍었다는 UFO 사진도 공개되었는데, 한 사진전문가는 “합성이나 조작된 흔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사진에 대해 이형균 대한언론인회 부회장은 “이번에 파주에 떨어진 무인기와 흡사하다”고 사견을 밝혔다.
물론 서울 상공의 UFO가 다 허구일 수 있고, 국내의 어떤 비행물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공 용의점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하늘도 오래전부터 북한에 내주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내 요소요소의 현실 공간, 그리고 핵심 사이버 공간, 거기다가 상공까지 북한 첩보망에 뚫렸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유리방이 된 셈이다.
북한의 핵 개발에 따른 군사적 비대칭뿐 아니라 정보와 첩보의 비대칭이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한다는 걱정이 기우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금 우리 정부는 북한이 남쪽을 향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64년 전 김일성이 6·25전쟁을 일으킬 때보다 훨씬 잘 알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이처럼 미국 정보도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 우리가 대북 정보를 미국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독자적 정보체계 강화 여부에 대한민국 안보의 사활이 걸려 있다. 그런데 국정원이 무너지고 있다. 간첩 잡는 수단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까다롭고 제한적이다. 수사요원들은 차라리 간첩을 놓치는 것이 잡는 것보다 안전하다. 대북 정보·첩보 활동과 공작에 대한 정치적 지지는 바닥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도발이라는 ‘작은 전쟁’을 끊임없이 획책하고 있다. 그 와중의 정보 실패는 안보의 둑을 허물고 말 것이다. 국정원이 부활해야 하는 이유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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