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1위' 할 게 없어 '자살률 1위' 9년째 하나
입력 : 2014.03.12 03:43
전북 진안군은 2011년 10만명당 자살자가 75.5명으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충격을 받은 전북도가 전수(全數) 조사를 통해 자살 위험이 높은 노인 63명을 파악한 후 전문가들이 매달 한 번씩 노인들을 찾아가 상담했다. 2012년 사망률은 21.8명으로 뚝 떨어졌다. 누군가가 자기들을 돌봐주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서 극단 선택을 하는 노인들이 크게 줄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자살을 본인 선택으로 치부하고 자살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방치해왔다. 그 결과 2012년 한 해 자살자가 1만4160명(10만명당 29.1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거의 세 배나 되면서 OECD에서 9년 연속 '자살률 1위국'에 올랐다. 2위 일본(20.9명)을 멀리 제쳐놓은 압도적 1위다. 자살 증가율도 너무 가파르다. 1992년 10만명당 8.3명이었던 것이 20년 사이 세 배 이상 늘었다.
자살이 급증(急增)할 이유는 많다. 불평등 격차는 벌어졌고 가족·이웃 등 사회 관계망은 망가지고 있다. 고령화로 건강을 잃은 채 말년을 보내는 노인도 많아졌다. 이런 구조적 요인들은 복지(福祉)를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당장 다급한 것은 응급조치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긴급 구조망(救助網)을 연결해주는 일이다. 성북구·진안군처럼 지자체들이 자살 위험이 있는 취약층을 찾아내 전문 상담 인력을 붙여줘야 한다. 미국에선 자살 징후를 보인 사람들은 전문의와 사회복지사들이 배치된 '72시간 응급 상담 병동'에 보내 치유 과정을 거치게 한다.
핀란드는 1986년 자살자가 10만명당 30.3명으로 유럽 최고를 기록한 후 누구나 병원에서 자살 충동 여부를 체크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국가적 자살 예방 프로젝트를 펼쳤다. 그 결과 2012년 자살률은 17.3명으로 뚝 떨어졌다.
우리도 자살 예방을 위해 심리 치료는 물론 고농축 농약 판매 규제, 인터넷 자살 사이트 폐쇄, 고층 아파트·건물 옥상 출입 통제, 교량 안전망 설치 같은 다면적(多面的)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그러자면 국무총리실에 자살 예방 특별 기구를 두고 부처를 통괄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살은 마음의 병에서 비롯되지만 국가의 노력에 따라 상당 부분 구원해줄 수 있다. 우리가 그런 책임을 포기하고 있었던 걸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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