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년째 '예산 시한' 헌법 위반한 與野, 정당 보조금 깎자
입력 : 2013.12.02 03:02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난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요구는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가 늘 1·2위였다. 여야가 1년 넘게 다퉈온 남북 정상회담 발언록이나 국정원 댓글 의혹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는 응답은 3%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야는 국민이 꼭 하라고 한 일은 거들떠보지 않은 채 국민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슈들을 붙들고 싸우면서 올 한 해를 허송(虛送)했다. 9월에 문을 연 올 정기국회는 석 달 동안 본회의에서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12월 2일은 대한민국 헌법이 예산안 처리 시한(時限)으로 못 박은 날이다. 그러나 국회는 아직 내년도 예산안을 예결특위에 상정도 못한 상태다. 야당은 여당이 감사원장 인준안을 단독 처리하자 예산 심의를 비롯한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다. 이로써 국회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11년째 예산 처리 헌법 시한을 지키지 않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꼼꼼히 짚어보고 고칠 것은 고치는 작업이야말로 국회가 수행해야 할 가장 중대한 임무이다. 그러나 여야 정당과 국회의원 누구도 이 본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산 처리 헌법 시한을 지키지 않아도 정당과 국회의원이 받게 될 불이익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이 정당과 국회의원을 벌(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거꾸로 매년 수백억씩 국민 세금으로 정당을 지원해 왔다. 2003년부터 올 4분기까지 11년간 새누리당은 2357억원, 민주당은 1975억원 넘는 정당 보조금을 받아갔다. 국민은 팍팍한 살림살이 때문에 허리끈을 졸라매도 정당 보조금은 해마다 늘었다. 2003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115억여원, 민주당 100억여원이던 정당 보조금은 총선·대선이 겹친 작년 한 해만 새누리당 500억여원, 민주당 430억여원에 이르렀다.
국회가 예산 처리 헌법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거기에 맞춰 정당 보조금을 20~30%씩 대폭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여야가 예산안만큼은 정쟁(政爭)과 별개의 국가적 사안으로 다루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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