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 틀 다시 잡는 각오로 부실 대학부터 退出시켜야
입력 : 2013.10.19 03:04
올 고교 졸업자는 63만1000명으로 대입 정원 55만9000명보다 7만2000명쯤 많지만 2018년에는 고교 졸업자가 대입 정원보다 적어진다. 고교 졸업자는 계속 줄고 현재 대입 정원은 그대로 유지되면 2023년 이후 고교 졸업자는 40만명 안팎인데 대입 정원은 55만9000명으로 고교 졸업자가 대입 정원보다 16만명 적은 기이(奇異)한 사회가 된다. 정부가 대입 정원을 16만명 줄이겠다는 것은 2023년 이후 대입 정원을 고교 졸업자와 비슷하게 맞추겠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제안대로 하면 2023년엔 고졸자 전원이 대학에 진학해야 정원을 맞추는 셈이다.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구상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고졸자 전원이 대학에 진학하는가.
1974년 대학은 202개에 대학생 숫자는 26만명이었다. 지금은 대학 339개, 대학생 295만명으로 40년 사이 대학이 137개 새로 생겨났고 대학생은 11배 이상 늘었다. 올해 고졸자의 71%가 대학에 진학했다. 우리나라 25~34세 청년층의 대학 교육 이수율은 64%로 세계 1위다. 겉치레라도 대학 졸업장은 손에 쥐어야겠다는 학부모나 학생들의 습관적 극성 진학열이 빚어낸 결과다.
올해 1회 졸업생을 배출한 전국 21개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95%가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 대졸자 중에서 직장을 잡은 사람은 59%뿐이다. 게다가 4년제 대졸 취업자의 25%는 고졸 수준 학력이면 충분한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 대학의 법정(法定) 전임교수 확보율은 평균 70%밖에 안 된다. 그 가운데서도 대학에서 나라의 대들보가 될 인재를 길러낼 자격을 갖춘 교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대학과 교육부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무자격 교수들로 구색만 맞춘 사이비 대학들이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는 졸업장을 흔들어대며 대학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는 아이들까지 끌어들여 등록금 수입을 챙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카이스트 같은 세계 상위 대학에서 가르치다 퇴직 후 봉사 차원에서 다른 대학에 가 강의를 하는 교수 가운데는 강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 앞에서 절벽을 마주한 듯한 절망감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다. 학생 본인에게 불행이고 사회와 국가에도 이런 낭비가 없다.
대학 구조 개혁이 발등의 불이 됐지만 주먹구구로 퇴출 대학을 정하고 정원을 일률 감축하는 식으론 안 된다. 우리 여건에 맞는 대학과 대학생의 적정 규모가 얼마인지 과학적 연구를 선행해 그 결과에 따라 부실 대학에는 냉혹하게 수술칼을 들이대 충격적인 규모로 대학 정원 감축과 부실 대학 퇴출을 추진해야 한다. 나라의 틀을 다시 잡는 각오로 대한민국의 대학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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