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부부Fun더하기의 이병준입니다.
얼마전 제가 박사학위를 받던 졸업식장에서였습니다.
사진을 찍던 중 부모님께 박사모를 씌워드리며 "이 박사모의 진짜 주인공은 아버지 어머니 것입니다." 라고 말했더니 부모님, 특히 어머니께서 '아무 것도 해 준 게 없는데... 미안하다.' 라시며 우셨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니 손을 잡고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이렇게 적당한 키에 좋은 인상도 주셨고, 말귀를 잘 알아듣는 총기도 주셨고, 박사 공부를 할 수 있는 머리도 주셨고, 사람들 앞에서 재미있게 말할 수 있는 언변과 좋은 목소리도 주셨고, 음악적인 재능도 주셨고, 손재주도 주셨고... 이것 저것 많이 주셨으니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어머닌 충분히 주셨습니다." 그 말에 적잖이 위로가 되셨는지 눈물을 거두셨습니다. 정말 마음에서 우러난 말이었습니다.
비록, 가난한 시골살림에 박사학위까지 뒷바라지 못해주셨지만 대학까지 공부시켜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입니다. 박사학위란 본인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스스로 돈을 벌어가면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 제겐 더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잘해 준 것은 기억하지 않는 망각의 동물입니다.
오히려 상처가 되었던 것들만 고이 가슴에 기억하며 지금까지 살아오기까지 부모가 해주었던 수많은 일을 망각하고 삽니다. 상담, 내적치유 프로그램에서 상처받은 기억들을 꺼내보라고 하면 기껏 "어릴 적 장난감 갖고 싶었는데 그것 사주지 않아서 상처받았다"는 식의 상처를 쏟아내는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는 부모의 헤아릴 수 없는 헌신이 깔려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임신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던 일, 임신해서 심한 입덧으로 먹지 못해 반쪽이 됐던 일, 기력이 없어지는 것, 심한 몸살감기에 고생을 하면서도 아기 잘못될까봐 약도 먹지 않고 버티었던 일, 출산의 고통, 밤낮이 뒤바뀌어 잠을 설쳤던 일, 밤새 열이 끓어 해열제 먹이고도 안심할 수 없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날들, 내려놓기만 하면 우는 아기를 업고 꼬박 서서 밤을 지새웠던 일, 새벽잠을 설친 것, 간호한다고 용감하게 뭔가를 구해 왔던 일, 때론 절약하고 아끼면서도 아이를 위한 일이라면 아낌없이 투자했던 일, 열이 펄펄 끓는 아이 들쳐 업고 병원으로 뛰었던 일,
손가락 베인 아이, 머리가 찢어져 피 흘리는 아이를 싸안고 병원으로 뛰어 갔던 일, 콧구멍에 구슬이 들어가 기도가 막힐까 하늘이 노랗게 되었던 일, 뜨거운 물을 엎질러 화상을 입은 아이를 돌보는 일, 수없이 토해낸 젖, 밥, 그리고 엎지른 물, 아수라장을 만들어 놓은 방, 질펀하게 싸지른 똥을 맨손으로 만졌던 일, 먹다 남은 음식을 대신 먹어 주었던 일, 아이 돌보느라 싸늘하게 식은 밥과 국을, 그것도 아기 먹을 젖이 잘 나오도록 꾸역꾸역 먹었던 일…….
그 외에 유치원 다닐 때,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늘 보이지 않는 수고를 해 주시는 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기억하려고 되짚어 보기나 했을까요?
자녀들은 그런 것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아니 모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 자녀들이 불평을 해올 때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미안하다" 정도로 말해 주고 잊어도 좋습니다. 자녀가 나에게 상처받았다며 불평할 정도의 식견을 가졌다면 충분히 잘 키웠습니다.
그런 정도 아이면 절박한 일을 만났을 때 얼마든지 살아남습니다.
자녀의 사지백체가 멀쩡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최상의 선물을 주었습니다.
제발 아무 것도 줄 것이 없다고 안타까워하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될 생각 따위는 하지 마십시오.
심리학도 어설프게 알면 도리어 심려학이 됩니다.
차라리 모르면 용감하기라도 할 텐데 어중간하게 아는 것이 더 큰 화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심리학을 잘 몰라도 사람됨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자녀교육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