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부부가 침실을 1층으로 옮긴 속내는
입력 : 2012.02.08 03:12 | 수정 : 2012.02.08 16:11
정현아씨 흥덕지구 '용인주택'
침실 1층, 거실 2층, 서재 별채… 부부·손자 동선 고려해 배치
집 밖에서도 마당 보이게 뻥… 2층선 계단통해 마당 직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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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 정현아씨
건축가 정현아(42)씨가 설계한 경기도 용인 흥덕지구 내 '용인 주택'은 노년의 소박한 꿈을 실현한 집이다. 경찰 생활을 하다가 2007년 정년퇴직한 손순호(65)씨 부부가 둘이서 살기 위해 2010년 지었다. 대지 263.6㎡(약 80평), 연면적 157.1㎡(약 48평). 아담한 규모지만 병풍처럼 집 뒤로 펼쳐진 고층 아파트를 향해 보란 듯이 개성을 아로새겼다.
"어르신들이 살 집인데 어려워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쉽고 경제적인 집'이 주제였지요." 최근 이 집에서 만난 건축가 정씨는 "은퇴 부부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치한 집"이라고 했다. 정씨는 '평창동 주택'으로 2008년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건축가다.
외관상 도드라지는 특징은 1층 오른쪽으로 뻥 뚫린 공간이다. 여기에 주차장과 연결된 마당이 있다. 집 밖에서도 마당이 훤히 보인다. "사는 공간은 되도록 줄이고, 아파트에 사는 손자들이 놀러 오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건축주의 바람이 반영된 디자인이다. 건축가는 이 공간을 그저 열어만 두지는 않았다. 폭 1.2m의 계단이 주차장에서부터 마당을 감싸면서 2층 외부로 연결된다. 이 좁은 계단이 열림과 닫힘에 묘한 경계를 긋는다. 정씨는 "마당을 관통해 대지를 돌아서 내부로 들어와 계단을 거쳐 다시 마당으로 연결되는 동선을 만들었다"며 "건물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했다.
- 건축가 정현아씨가 설계한‘용인 주택’. 콘크리트 위에 나무집을 얹은 듯한 독특한 외관이 병풍처럼 뒤로 펼쳐진 고층 아파트와 대조를 이룬다. 1층 오른쪽에 앞뒤로 뻥 뚫린 공간이 마당이다. 손자들이 뛰어놀 수 있는 넓은 마당을 원했던 건축주의 요구를 담은 디자인이다. /사진가 박완순
- 방이 있는 1층은 콘크리트, 2층 거실동(棟)과 서재동은 나무로 만들어 한 건물인데도 서로 다른 세 집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위) 2층 거실에서 밖을 내다본 모습. 마당 뒤 주차장에서 시작된 계단이 마당을 감싸면서 2층 외부로 연결됐다. 오른쪽 1층이 방이고, 2층에 별도의 작은 나무집처럼 보이는 게 서재다. (사진아래)
기능의 명확한 구분을 외벽 재료와 소재에도 반영했다. 1층은 콘크리트 구조에 노출콘크리트로 외벽을 마감했고, 2층은 목(木) 구조에 나무로 외벽을 마감했다. 그래서 옆에서 보면 콘크리트 박스 위에 두 개의 나무집을 올린 것처럼 보인다. 정씨는 "침실의 폐쇄적인 성격은 콘크리트의 단단함으로, 거실의 개방적 이미지는 목조의 가벼운 조립식 구조로 표현했다. 공간별로 구조와 외부 마감에 쓰인 재료가 같아 공정을 간단히 하고 비용(총 2억8000만원)도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은퇴한 부부가 사는 집 치고 꽤 현대적인 디자인이다. "친구들이 '짓다 만 거 아니냐'고 농담해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어와 묻기도 한답니다." 건축주 손씨는 집 문패에 소산정(小山亭)이라 새겨넣었다. 고향인 전북 김제의 산정마을에서 따온 이름이란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집에 대한 아련함이 있답니다. 이젠 이 집에서 내게는 희미한, 집에 대한 추억을 손자들에게 물려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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