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태완]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와 교육의 질
기사입력 2011-09-10 03:00:00기사수정 2011-09-10 03:00:00
김태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려면 정부의 재정 지원 및 대학의 자구노력과 함께 제도의 개선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예를 들면 현재 대학은 학생들이 매 학기 20여 학점을 등록하도록 하는 소위 패키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졸업학점을 채운 학생들도 4학년 2학기에 한 과목을 신청하고 등록금은 전액을 내고 있다. 이런 패키지 프로그램은 낭비적일 뿐만 아니라 등록금 부담을 가중한다. 이것을 3학점짜리로 나눠 ‘학점당 등록금 제도’를 운영하면 학생은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맞춰 학점을 신청할 수 있어 등록금 부담이 줄어들고 불필요하게 지출하는 낭비 요소도 제거된다. 물론 이 제도는 학기당 6학점 등 최소 등록학점제와 함께 실시해야 한다. 학점당 등록금 제도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전일제 학생의 감소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의 대학 교육은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의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문제는 현재 얼마나 좋은 교육을 하고 있는가이다. 등록금 부담 완화와 함께 이슈가 되고 있는 고등교육의 질 제고는 한국교육의 절체절명의 과제이자 중차대한 현안이다. 대학 교육이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고등교육법(제11조 제6항)에 따르면 정부는 고등교육 재정투자 10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년마다 국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러므로 국회는 지난해 10월 정부가 만든 기본계획이 잘 실천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매년 예산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재정 투자와 제도 개선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대학 경영자와 교수의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이다. 대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창의인재로 길러져 대학 문을 나설 수 있도록 질 높은 교육을 해야 한다. 그동안 대학은 교육보다 연구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현재 세계적인 추세는 ‘잘 가르치는 대학’을 더 많이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교수의 교수능력 향상과 학생의 학습능력 제고를 위해 교수학습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교수의 수업에 대한 학생평가는 기본이고, 교수에 대한 평가도 연구트랙과 교육트랙으로 나누어 하는 경향이 있다. 요즈음 학생들의 수업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교수에게 베스트 티처(Best Teacher)상을 주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일이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고등교육은 한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고등교육의 경쟁력은 곧 교육의 질에 달려 있다. 지구촌 대부분의 선진국은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가적으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초중등교육을 잘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지만 고등교육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와 국회, 대학과 학생, 학부모와 사회가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고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함께 노력해 좋은 성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김태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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