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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향기] 이여영 기자의 "삼국지연의 두번째 사례 "

鶴山 徐 仁 2011. 7. 8. 19:21

삼국지연의 두번째 사례
이여영

삼국지연의의 두 주인공인 유비와 제갈공명에 관한 얘깁니다.
한나라 왕실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고 생각하는 유비는 촉나라를 세우고, 조조의 위나라와 손권의 오나라를 통일하기 위해 애씁니다. 그러나 대업을 이루기도 전에 수명이 다하게 되죠. 그 무렵 그는 자신이 세 번이나 찾아가 머리를 조아린 끝에 재상으로 끌어들인 제갈공명을 앉혀놓고 유언을 하게 됩니다.

“승상(제갈공명)의 재주는 조비(조조의 아들로, 위나라 왕)의 열배보다 나으니 반드시 나라를 안정시키고 천하의 대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오. 그 때 만일 내 아들이 도와서 될 만한 인물이면 도와주시오. 혹시 도와도 안 될 성 싶으면 승상이 성도(촉나라의 수도)의 주인이 되시오.” 자신의 유업을 부하한테 물려주며, 필요하다면 자신의 아들조차 가차 없이  치라는 파격적인 유언이었습니다. 물론 유비 이후 그의 아들 유선은 삼국 통일은 물론 촉나라 경영에서조차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한 번도 배신을 꿈꾼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삼국통일을 위한 전쟁에 나서며, 그 유명한 출사표를 씁니다. 자신의 주군인 유비로부터 받은 은덕에 대한 고마움과 죽음을 불사한 대업 의지로 가슴절절한 글이었지요. 이 경우는 아예 유능한 부하를 섬김으로써, 거꾸로 그로부터 영원한 섬김을 받게 되는 예화라고 해야 겠죠.

요즘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 기존의 연공서열형 인사관리 제도가 붕괴되고 팀장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팀장들은 젊어지고, 조직은 유능한 사원들을 중시하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상사가 유능한 부하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하는 문제가 기업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SK그룹은 아예 유능한 부하 끌어안기를 기업 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고, LG경제연구소도 비슷한 주제의 자료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삼국지연의를 통해 제가 배운 바는 이렇습니다.
‘유능한 부하(혹은 후배)와 다투는 것은 하수요, 그를 긴히 쓰는 것은 중수입니다. 무엇보다도 최고로 유능한 부하를 잘 다루는 것은 오히려 그를 섬기는 것입니다.’당장 생각하기에는 부하를 엄하게 다스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원리원칙과 대의명분을 따져가며 혼을 내는 게 내 권위를 세우고 회사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규율과 질서가 어느 정도 잡히고 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그 때도 따지고 혼내기만 하면 부하나 후배들은 상사나 선배가 자신과 다투거나 경쟁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는 오히려 그를 그가 원하는 자리에 앉혀 공정하게 평가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 결과가 안 좋을 때 따지고 혼내도 늦지 않지요.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부하나 후배를 섬기는 것입니다. 진심을 다해 섬기면 후배도 마찬가지 태도로 대합니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이 바로, 내가 지지 않기 위해서라거나 손해 보지 않기 위해서, 무시 당하지 않기 위해서 일종의 자기 방어를 하듯 주변 사람들한테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것입니다. 다투고 경쟁하는 것입니다. 그걸 극복해야 인간관계에서도 고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의 본질이 삼국지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듯,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천하통일의 대업을 꿈꾼 짚신 장사(유비)와 농부(제갈공명)가 그럴 기회를 가지듯, 큰일을 꿈꾸는 분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새길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