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 '천안함 발언'에 비난 봇물
판·검사 경력 없는 재야변호사… 국보법·노동운동 주로 변론
한때 대법관 후보로 추천했던 참여연대마저 "부적절" 의견
헌법재판관 후보자 조용환(52) 변호사가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천안함 폭침에 대한 정부 발표를 신뢰하나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세상에 어느 판사가 현장을 두 눈으로 보고 판결하느냐"며 "판사는 증거와 경험칙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지 보지 않아서 모른다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한 현직 판사는 "천안함 폭침 사건은 북한이 저질렀다는 증거가 충분한데 조 후보자의 발언은 중립을 지켜야 할 판사의 발언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고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 ▲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 /뉴시스
조 후보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창립 멤버로 재야 법조계에선 유명한 '인권 변호사'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출범한 1988년부터 변호사로 활약했다. 판사나 검사 등 재조(在曹) 경력 없이 곧바로 재판관에 추천된 순수 재야 출신 변호사는 23년 헌재 역사에서도 그가 처음이다.
그는 국가보안법 사건의 피고인, 재야 노동운동가 등을 위한 변론을 많이 맡았다. 1993년에는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전영장이 발부된 미전향 장기수를 그의 사무실에서 연행하려 하자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또 지난 2005년 '조작된 간첩 사건'으로 결론난 '함주명 사건' 재심 사건 변호인을 맡았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집시법 위반 사건 피고인들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자주 올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가 지난해 수임한 31건의 사건 중 10건이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이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답변 도중 "(우리나라에) 국가보안법(이 존재한다는 것) 때문에 해외에 나가서 전문가들을 만났을 때 민망하고 창피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2006년과 2008년 조 변호사를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약한 인권 변호사'라며 대법관 후보와 헌법재판관 후보로 잇따라 추천했었다. "국가보안법과 노동법 조항에 대해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소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출범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게 추천 사유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29일 발표한 공식 논평에서 "조용환 후보자, 헌법재판관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조 후보자가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사법 정의를 실현하고 헌법 정신을 수호하는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조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는 대법관 후보로 거론됐으나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네 차례의 위장 전입 등 개인적 약점을 의식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창립 멤버였던 민변도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진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해서는 줄곧 물러나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조 후보자가 헌법과 관련한 경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헌법재판관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 후보자의 석사학위는 국제인권기구와 관련된 것으로 '법사회학' 분야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