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敎育.學事 關係

[스크랩]대학 수(347개)·진학률(82%) 세계 최대

鶴山 徐 仁 2011. 6. 19. 11:51

대학 수(347개)·진학률(82%) 세계 최대

… 학문은 뒷전 '졸업장 장사'

  •  입력 : 2011.06.13 03:00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 [7] 세금 잡아먹는 부실대학
대학생 수 332만명, 국민 14명 중 1명꼴… 20년 만에 4년제 60% 늘어
대입 학생수는 앞으로 줄고 텅 빈 강의실·대학은 늘어… "구조조정 외면땐 대재앙"

부산·경남지역에 있는 4년제 대학의 김모 교수는 해마다 6월이 되면 골치가 아파진다. 이때부터 대학입시 수시모집(대입 수능시험 전에 공고해 학생들을 뽑는 전형) 절차가 시작돼 교수들이 학교로 끌어와야 할 신입생 수가 할당되기 때문이다. 대학본부는 지역 고교 목록을 뽑아 교수 1인당 5~6개 고교를 맡도록 한다. 교직원과 한 조를 이뤄 고교를 찾아다니며 고교 교사들을 만난다. 김 교수는 "고3 교사나 진학부장을 만나 회식비를 전달하거나 법인카드로 대접하며 학생들을 보내달라고 한다"면서 "정원을 채우라는 대학본부의 요청에 (수업·연구 등)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못된다"고 했다. 이 대학은 학생 충원율(정원 대비 학생수)이 70%를 밑돌자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올해부터 중국으로 교수들을 보내고 있다.

전국에 대학이 난립하면서, 대학의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무리하게 학생을 끌어와 부작용을 일으키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들이 학문·연구를 뒤로하고 졸업장을 파는 장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답지 않은 대학'이 늘어난 것은 대학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세워진 데서 비롯됐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 대학은 모두 347개(4년제 202개, 2년제 145개)다. 대학생은 332만명으로 국민 14명 중 1명이 대학생이다. 우리나라의 전체인구에서 대학생 비율, 대학 수 비율, 대학 진학률 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추정된다. 특히 4년제 대학의 경우 1990년 125개였던 것이 2010년 202개로 20년 만에 6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실 대학들이 생겨났다.

1993년 출범한 YS정부는 대학설립 인가를 느슨하게 해주는 정책을 펼쳤다. 출범 전 140개(1992년)였던 4년제 대학을 임기 말 180개(1997년)까지 늘려줬다. 1997년에는 설립 허가제를 바꿨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준칙주의'를 도입했다. 당시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 확대와 대학 간 경쟁유도를 명분으로 내걸었다.

대학을 쉽게 세우게 해주자 정치인들은 지역구에 대학을 만들려고 뛰었다. 지역의 자산가들이 대학을 많이 세워 군(郡) 단위에도 대학이 들어섰고,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이 82%로 올랐다. 1997년 이후 4년제 대학은 연평균 4개씩 새로 생겨났다.

단기간에 대학이 급증하면서 대학 간 외형 불리기 경쟁도 벌어졌다. 일부 대학들은 자기 돈으로 교육에 투자하는 것을 기피하고,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학교 건물을 신축했다. 연구·교육의 질(質)도 떨어졌다. 학생 충원율이 40%를 밑도는 영남지역의 한 사립대 2학년 학생은 "구내 서점도 폐쇄됐고 학교에선 학생을 볼 수가 없다"며 "누가 우리 학교에 오고자 한다면 꼭 말리고 싶다. 나도 기회만 되면 편입 등을 통해 다른 대학으로 갈 생각"이라고 했다.

대학 설립규제 완화와 대학 간 과도한 외형 경쟁은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축은행들이 IMF 외환위기 이후 부실해지자 정부는 2000년 "서민금융을 살리겠다"며 저축은행들에 대한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저출산율로 젊은 층의 인구가 줄어 몇년 뒤에는 우리나라의 고교 졸업생 수가 대학 정원보다 적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대학이 학생을 충원하지 못해 퇴출의 위기에 몰리게 된다.

본지가 이화여대 행정학과 박정수 교수에게 의뢰해 추정한 결과, 앞으로 6년 뒤인 2018학년도에 전체 대학(2년제 포함) 입학정원(59만명)은 고교 졸업생보다 많아진다. 2019학년도부터 학생 감소세가 가속화되고, 2023학년도에는 4년제 입학정원(44만명)보다 전국 고교 졸업생 수가 적어질 것으로 추산됐다. 박 교수는 "대학들이 차별화된 특성화 전략을 취하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몇년 후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