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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한반도 쓰나미/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1. 4. 17. 20:15

 

사설·칼럼
만물상

[만물상] 한반도 쓰나미

입력 : 2011.04.07 23:30

지구 표면은 평균 두께 100㎞쯤 되는 암석권으로 돼 있고 그 아래 살짝 녹은 버터 같은 연약권(軟弱圈)이 있다. 표면의 단단한 껍데기는 십 몇 개 크고 작은 조각으로 나뉘어 맞물린 상태로 연약권 위를 떠다닌다. 이 조각을 '판(plate)'이라 부른다. 판들은 서로 밀어올려 히말라야 같은 준령(峻嶺)을 만들기도 하고, 맞부딪치거나 밑을 밀고 들어가 지진과 화산 같은 재앙을 일으키기도 한다.

▶바다 밑 판이 요동치면 바닷물이 위아래로 진동한다. 그 파동이 연못에 돌을 던졌을 때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간다. 마루와 마루 사이 파장이 수십㎞나 되는 너울 형태인 데다 파고(波高)도 1~2m밖에 안 돼 바다 복판에선 느끼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 너울이 해안에 도착할 땐 파장이 짧아지고 대신 파고가 높아지면서 거대한 해일로 발전한다. 이 지진해일을 일본인들이 '항구의 파도'라는 '쓰나미(津波)'로 불렀고 1963년 국제공용어가 됐다.

▶쓰나미 속도는 바다 깊이에 비례한다. 평균 수심 4.2㎞인 태평양에서는 초속 204m, 시속 737㎞로 진행한다. 그렇다 해도 초속 3~6㎞로 전달되는 지진파보다는 느리다. 지진파 관측만 앞서 제대로 하면 쓰나미 예보와 대피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립방재연구소가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일본 아키타현 서쪽 활성단층지역에서 규모 8.0 강진이 발생하면 1시간 36분 만에 속초해수욕장에 쓰나미가 닥치는 걸로 나왔다고 한다. 육지 50m 안까지 0.8m 높이로 침수시키는 해일이다.

▶남쪽으로 삼척항과 영덕 강구항엔 조금 시차를 두고 침수 높이 3.27m의 거대 쓰나미가 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83년 아키타 근해 규모 7.7 지진이 만들어낸 쓰나미로 동해안 일대에서 3명이 사망·실종했다. 93년 홋카이도 먼바다 규모 7.8 지진 때는 선박 35척이 부서졌다.

▶우리는 유라시아 지각판 안쪽에 있어 지각판들의 경계선에 있는 일본보다 지진이나 쓰나미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도 없다. 판 아래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원인이 확실치 않은 지진도 얼마든지 있다. 78년 지진관측을 시작한 이래 한반도에서도 규모 2.0 이상 지진이 891차례나 발생했다. 지진 감시와 관측, 경보, 대피체계 등 방재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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