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김만복씨가 일본 잡지에 '천안함 폭침'을 '천안함 침몰'로 표현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국방부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서 국민 30%만 정부 조사결과를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세카이(世界)' 2월호에 실린 '분쟁의 바다 서해를 평화와 번영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라는 제목의 글에서다. 김씨는 이 글에서 "북측은 한국군의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은 '사실상 북에 대한 공격행위'라는 항의성 경고문을 몇 번이나 보냈다. 그러나 한국군은 예정대로 사격훈련을 했다. 이어 북한은 150발의 포를 쐈다"고 했다.
김씨는 교묘하게 남의 말을 빌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닌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도 한국군의 무리한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정당방위라는 것이다. 이런 뇌(腦) 구조를 가진 사람이 2006년 11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수집과 방첩(防諜)기관 수장(首長)을 지냈다. 그때 이 나라 안보의 속사정이 어땠을까. 그가 1974년 그 기관에 들어간 이후 도대체 어떤 정보를 올려 왔을까.
국민은 지금도 김씨가 2007년 10월 노 전 대통령과 평양에 가서 김정일이 내미는 오른손을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맞잡았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도무지 간첩 잡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이런 김씨 덕분에 그의 옆에 있던 국방장관이 '꼿꼿장수'라는 얘기를 들었다. 김씨가 원장으로 있는 동안 국정원이 간첩 한 명 제대로 잡지 못했던 수수께끼가 이제 풀리는 것 같다.
그는 2007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질로 잡힌 샘물교회 교인들의 석방 협상을 하러 현지에 가서 국내외 언론들과 인터뷰를 하고 자신의 활동내용을 홍보자료로 만들어 돌렸다. 국정원장으로 있으면서 고등학교 동창회 홈페이지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올려놓기도 했다. 세계 방첩기관 역사에 없는 일이다.
김씨는 재직 중인 2007년 12월 18일 방북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만난 뒤 그 대화록을 한 달 뒤에 외부인사 14명에게 흘려준 일이 문제가 돼 자리를 물러났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외국잡지, 그것도 좌파성향의 잡지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이 해주항 개발에 관해 했던 얘기를 누설했다.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알아낸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안 된다'는 국정원직원법 7조1항 위반이다. 이런 김씨가 대한민국 최고 안보기관의 수장으로 있었을 때 그 기관이 어떻게 돌아갔는지를 엄밀하게 되짚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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