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차량·집무실 등의 성판(星板), 장성기(將星旗), 장성곡, 장군용 권총·허리띠·전투화, 전담 운전병, 장군 전용 식당·이발소·목욕탕, 관사 공관병…. 현재 대령에서 장군으로 진급해 '별'을 달면 달라지는 것들이다. 이러니 장군이 집무실 전화를 직접 받거나 병사들과 목욕을 함께 하면 화제가 되기도 한 것이다.
지난 3일 육군은 장군용 전투화·허리띠, 권총 가죽벨트, 성판 사용을 일정 용도로만 제한하기로 했다. 전투형 군대로 바뀌겠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이 기회에 몇 가지만 더 생각해 봤으면 한다.
우리 군의 전투복은 '위장복'이다. 위장복이라는 것은 적의 정찰에 쉽게 적발되지 않기 위해 특수 무늬로 제작된 옷이다. 정찰에 걸리지 않으려면 무늬와 함께 옷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래서 위장복은 다림질을 하면 안 된다. 세계 최강인 미군도 하지 않는다. 다른 선진 강대국군 그 누구도 위장복에 다림질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국군은 한다. 과거보다는 줄었다지만 이등병도 하고, 대장도 한다. 그냥 다림질만 하는 게 아니라 각을 세우고 줄까지 잡는다. 적군 앞에서 "나 여기 있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소한 일일까. 그렇지 않다. 전투할 정신자세가 돼 있지 않고 폼 잡고 멋 낼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야전형 군인이 아니다.
어느 서방측 인사가 어떤 기회에 판문점 북한 쪽에서 남한 쪽을 바라볼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근무하는 한국군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권위적인 제복 같은 것을 입고 검은 선글라스를 낀 한국군을 보고 도대체 어느 쪽이 독재국가이고 자유국가인지가 헷갈렸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하나같이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 군 관계자는 "JSA 맞은편 북한군은 살기등등한 베테랑 장교들이어서 눈싸움에서 밀릴 우려 등 때문"이라고 했다. 눈싸움에도 밀릴 걸 걱정한다면 차라리 판문점 경비를 미군에게만 맡기고 철수해야 한다. 판문점은 최전선이다. 당연히 모든 군인이 전투복을 입고 전투할 자세로 근무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도 우리 장교들, 장군들은 흰색 계급장을 달고 다녔다. 눈에 잘 띄라는 것이다. 전투 시엔 바로 표적이 된다. 전투할 생각 없이 권위 세울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런 계급장을 단 것이다. 지금 바뀐 계급장도 위장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너무 큰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6일자 조선일보 1면에 나온 주한미군 사령관을 보라. 그의 전투복에 하나뿐인 계급장은 언제든지 떼어버릴 수 있게 돼 있다. 각 군의 명찰, 모자 등에 대해서도 눈에 잘 띄는 것과 관련해 여러 논란이 있다. 국방부와 계룡대, 주요부대의 장군 식당·목욕탕 등도 군이 행정관료화된 상징으로 지적된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지만 심각한 것들을 없애지 못하면 전투형 군대는 말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