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홍신자(70)씨가 독인 출신의 한국학자 베르너 삿세(69) 한양대 석좌교수와 지난 9일 제주돌문화공원 하늘연못에서 황혼 결혼식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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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제주 조천읍 교래리 제주돌문화공원 하늘연못에서 현대무용가 홍신자(왼쪽)씨와 독일 출신 한국학자 베르너 삿세 한양대 석좌교수가 전통 혼례를 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제주 연합뉴스 |
홍씨는 27세 때인 1967년 뉴욕에서 춤에 입문, 1973년 파격적인 형식의 무용 ‘제례(祭禮)’로 주목받았고, 30대 후반에 훌쩍 인도로 떠나 라즈니시로부터 명상과 구도의 춤을 익혔다. 1993년 귀국해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서 ‘웃는돌 무용단’을 이끌고 있다.
삿세 교수는 독일인 최초의 한국학자로 40년 넘게 한국과 인연을 맺어오다 2006년 한국으로 이주했다. 유럽한국학협회(AKSE) 회장을 지냈고, ‘월인천강지곡’을 독일어로 처음 번역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한 미술전시회에서 만나 몇 차례 여행을 함께 하면서 급속히 가까워졌고, 지난 4월 삿세 교수가 살고 있는 전남 담양의 목조기와 한옥에서 약혼식을 올렸다. ‘홍신자 시집가는 날’이란 이름으로 열린 결혼식은 예식과 공연이 한데 어우러져 축제가 됐다.
서도소리 명창 박정옥씨의 주례로 전통 혼례 복장을 입은 홍씨와 삿세 교수는 각각 가마와 말을 타고 등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홍씨의 ‘웃는돌 무용단’이 하늘연못에 꽃잎을 뿌리고 신랑신부가 연못 중간에서 만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홍씨와 인연이 있는 무용가들은 태평무를 추며 결혼을 축하했고, 결혼식 중간에 하객들이 ‘한글날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연출했다.
홍씨는 “제주의 열린 공간, 대자연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축제 분위기 속에서 결혼할 수 있어 정말 기분 좋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