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엉터리 대학·대학생 거품 한꺼번에 꺼질 것

鶴山 徐 仁 2010. 8. 20. 17:57
사설·칼럼
태평로

[태평로] 엉터리 대학·대학생 거품 한꺼번에 꺼질 것

조정훈 논설위원

울산대가 올해 개교 40주년을 맞아 국내 10대 대학으로 키우기 위해 정원 감축 등 특단의 대책을 담은 '비전 2030 장기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1만2000명인 재학생 수를 내년에 1차로 120명 감축하는 것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7500명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대학이 자발적으로 정원을 대폭 줄이는 것은 울산대가 처음이다.

울산대는 또 12개 단과대학의 34개 학문 분야를 10개 학부·학과로 통폐합하고 조선공학이나 기계공학 등 중점 분야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통해 현대중공업 등 울산 지역 기업체들이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 장관 출신인 김도연 총장이 주도한 울산대의 자발적인 구조 조정안(案)은 정원 늘리기, 졸업장 장사에 혈안이 된 '자격 미달' 대학 관계자들을 낯뜨겁게 만든 사건이다.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얼마 전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마련한 국가재정운용계획 교육분야 정책 제안서에도 담겼다. 지금 추세라면 학령(學齡)인구 감소로 인해 고교 졸업생 정원을 넘어서는 대입 정원이 2015년 400명, 2016년 2만4000명, 2020년 12만7000명, 2024년 20만9000명으로 급증하기 때문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 정원의 역전은 5년 뒤라고 하지만 이미 신입생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들이 수두룩하다. 교과부에서 올해 전국 365개 대학을 조사해봤더니 27개 대학은 정원의 70%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서만 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학을 허용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 지경이 된 것은 지난 1996년 대학설립 준칙주의(準則主義)가 도입되면서부터다. 교원(敎員)과 교사(校舍), 수익용 기본재산 등 일정한 설립 기준만 충족시키면 자유롭게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되자 1990년 107개이던 4년제 일반대학이 지난해 177개로 늘었다. 교육대와 산업대, 전문대를 포함하면 345개나 된다. 대학생 숫자는 146만6000명에서 2배가 넘는 307만4000명이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은 84.9%였다. 전문 직업교육을 목표로 하는 전문계고의 대학진학률도 73.5%나 된다. 미국·일본·영국의 대학진학률이 50~60%대, 독일은 35%대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누가 뭐라 해도 과열(過熱)이고, 기현상(奇現象)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10년 세계경쟁력 평가 결과'에서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의 사회부합도'는 조사대상 58개국 가운데 46위에 그쳤다. 사회생활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소양이나 자질을 갖추지 못한 대학생이 양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부실 대학들이 '배 째라'식으로 버티는 이유는 스스로 문을 닫으면 부동산 등 각종 재산이 모두 국가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문을 닫는 대학이 남은 재산을 공익·사회복지법인에 출연하는 것을 허용하거나 재산 일부를 설립자가 되돌려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자발적인 파산(破産) 신청, 퇴출(退出)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더이상 미적거리다가는 어느 순간 부실 대학의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면서 우리 사회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게 뻔하다. 평등 논리에 빠져 나랏돈으로 부실 대학까지 먹여 살리는 지금 방식으로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는커녕 당장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도 어려운 게 교육 경쟁력 세계 2위라는 한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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