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낭송詩 모음집

한 걸음 또 한 걸음/염홍철(낭송 전미진/영상 이진진)

鶴山 徐 仁 2010. 8. 1. 08:22





한 걸음 또 한 걸음


시: 염홍철
낭송 : 전미진


뒷산 오리나무숲에 가을이 왔다
가을을 만나자 갑자기 초조해진다
눈앞의 현란함은 스치는 순간에
곧 지나가고 말테니까

무더운 여름 날에도
가을의 높고 파란 하늘
살 속으로 파고드는 시원한 바람과
형형색색으로 아름다운 단풍,
공원마다 흩날려 쌓이는 서늘한 낙엽들
기다리는 때가 차라리 더 좋았다

찾아온 행복을 누리기보다는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순간이
진실로 더 행복한 것이다
행복은 만나는 순간 사라져 가니까

산 정상을 향해서 험한 길 오를 때
꿈은 있어도 행복은 없다
돌부리에 차여 발톱이 빠지고
얼어 터진 계곡에 미끄러져 살이 찢긴 채
물과 산소 부족해 입안은 타들어간다

정상정복을 위한 순위 경쟁은 심하고
칼날 보다 더 예리한 바람과 음모에
손과 발은 할퀴고 찢기어져 간다
마음과 영혼은 차갑게 식어간다

가을은 기다리면 찾아오는데
정상정복은 피 눈물 뿌리며 만들어야 한다
발 헛디디면 차가운 바위 속에 떨어져
주검으로 영원히 머물게 된다

오늘도 산꼭대기를 향한 꿈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딛고 있다
치열하지만 겸허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