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해방되던 해 가을에 귀국선을 타고 귀국하였다. 그때가 다섯 살 되던 때였다. 일본에서 10년 넘게 사셨던 어머님은 어린 시절 자주 일러주셨다 “우리 조선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한테 배워야 할 것들이 있다”고 강조하셨다. 그럴때면 나는 어머니께 항변하기를 “일본사람들은 우리 민족의 원수인데 왜 자꾸 배워라 합니까?” 하였다. 그러면 어머니께서 나무라시기를 “모르는 소리하지 마라. 앞으로 다시 일본의 종이 되지 않으려면 일본 사람들의 좋은 점을 배워야 하는 거다”고 하셨다. 어머니께서 우리가 일본 사람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세 가지라 하셨다. 첫째는 일본사람들의 정직성이다. 일본이란 나라는 조선에 몹쓸 짓을 하였지만 일본 국민 개개인은 정직하다고하셨다. 둘째는 일본 사람들은 책 읽기를 즐겨한다. 그런데, 우리 조선 사람들은 모이면 화투놀이하거나 잡담하며 헛된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어머니는 우리 형제들이 자랄 때 책 읽기를 강요하다시피 하였다. 그런 덕택으로 책 읽기가 나에게 습관처럼 되어 있다. 셋째는 일본 사람들은 이웃에게 폐를 끼치기를 싫어하고 남을 험담하는 일이 드물다. 그런데, 우리들 조선 사람들은 그렇지를 못하다고 하였다. 물론, 일본이 우리 겨레에 끼친 해악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도이다. 지금에까지 남·북이 갈려 고통을 겪고 있음도 그 근원을 따지자면 일본 탓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일본이 우리보다 앞선 점들을 부지런히 배워 일본을 앞서는 미래를 창출(創出)하여야 한다. 아마추어의 소견으로 말하자면 지금 일본은 국력 쇠퇴기를 맞은 듯하고 우리는 국운상승기를 맞은 듯하다. 이런 때에 우리는 부지런히 국력을 길러 단군 이래 처음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하여야 할 때다. 그래서 세계사를 주도하는 민족과 국가로 발돋움하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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