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양동정 기자] 약 15년 전 같은 직장의 한 팀에서 근무한 사람들끼리 매월 1일 모이기 시작한 계가 어언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10년이 넘도록 한달도 빠짐없이 계속되는 모임이지만 회원수는 11명이이고 월 회비가 13만원이라는 것 외에 회의 이름도 규칙도 회장도 없이 유사(회계)만 있는 그야 말로 환경친화적인 자연스런 모임이다.
불문율 한 가지가 더 있다면 매월 회비 중 100만원은 제비를 뽑아 한 사람씩 목돈을 만들어 계를 태워주고 나머지는 식대로 쓰고 그 나머지 비용을 가지고 연말에 송년회를 하도록 되어 있는 일종의 친목도모용 낙찰계라고 할 수 있다.
2005년을 보내는 송년회는 술 마시고 노래방이나 가는 망년회보다는 거제도에 있는 해상농원과 한려수도를 여행해 보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12월 2일 18시 근무가 끝나고 직장근처에 집합하여 12인승 승합차에 9명 회원이 참여하는 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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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시 M리조트 14층에서 바라본 통영만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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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양동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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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목적지는 누군가가 "동양의 나폴리"라 했다는 통영시(옛 충무시)로, 중부고속도로와 대전과 진주를 잇는 대진고속도로를 지나 통영시 M리조트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30분경이다. 14층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발코니에서 내려다본 통영만의 야경에 우선 모두가 감탄을 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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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햇살에 빛나는 통영만의 아름다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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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양동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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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도 잊고 오랜만의 외도인지라 늦게까지 기울인 소주의 취기가 가 덜 가신 상태에서 맑은 아침 햇살과 함께 시야에 들어온 통영만 주변 산언저리의 작은 가옥들은 주로 백색 채색이 많은 꽤 오래된 건물들로 사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위스의 맑은 호수 주변이나. 독일의 라인강 주변의 가옥들과 같이 아름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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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만을 시원스레 달리는 저 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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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양동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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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로 행정구역이 변경되기 전 누군가가 충무시를 "동양의 나폴리"라 했다고 하는데 과연 허언은 아닌가 싶다 했더니, 세계 3대 미항의 하나인 나폴리를 가보았다는 일행 중 한 사람은 나폴리보다 훨씬 아름답다며 나폴리를 빼고 통영을 세계 3대 미항에 포함시키자고 한다.
시가지 또한 경사진 구릉이나 낭떠러지 위를 자연지형 그대로 따라가는 넓지 않은 도로는 도심이라는 생각보다는 몽마르트 언덕을 올라가는 작고 아름다운 골목이나, 지중해를 끼고 달리는 이탈리아 어느 아름다운 해안 도로로 착각하게 한다.
다만! 이곳에도 역시 바다를 바라 볼 수 있는 조망권을 독차지 하려는 꼴불견! 나 홀로 아파트와 횟집 등 서비스 종사자들의 세련되지 못한 말투가 여행객을 한때 긴장하게 하는 것을 빼고는 모두가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역시 아름다운 거제대교를 건너 해상농원 외도로 가는 선착장의 하나인 도장포에 도착하니 외모가 수려한 유람선에 흘러나온 동백아가씨가 하룻밤 여행에 지친 여행객을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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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금강을 뒤로하고 해상농원 외도로 향하는 유람선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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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양동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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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해상국립공원은 한산도와 여수 사이의 경관 좋은 바다를 1968년 우리나라 최초로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는 선장의 안내 멘트와 함께 유람선에 승선하여 약 15분간 뱃길을 따라가는 길목에는 다도해 해금강의 기암절벽을 양념 삼아 구경시켜 주는 노련한 선장의 입담이 여행객의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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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상농원 외도를 들어서면서 외객을 맞아주는 잘 정돈된 향나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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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양동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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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해상농원은 행정구역상 거제군 일운면 와현리에 소재한 약 14만5천㎡의 작은 섬으로, 낚시를 좋아하던 교육자 출신의 한 사업가가 바다낚시를 왔다가 풍랑이 심해 하룻밤 민박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 이 섬 전체를 매입하여 손수 농원을 꾸미게 됐다는 개발 과정의 이야기부터 범상치 않더니, 과연 이렇게 정성을 들인 공원이 있을까 싶어 감탄의 연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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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너편에 보이는 계단이 인기리에 방영된 어느 드라마 촬영 현장으로 유명해진 천국의 계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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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양동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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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돌 한 개, 흙 위의 모든 것이 하늘과 바다와 어울리지 않는 곳에는 절대 놓여지지 않도록 하는 하늘의 계시라도 있었던가? 그 모두의 배치는 하늘의 뜻대로 인가? 어쩌면 그리도 조화로운지 이 분야에 문외한인 본인은 느낌뿐이지 글로는 도저히 뭐가 잘 된 것인지 표현 수가 없으니 답답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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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과 바다와 하늘과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 비너스 가든이 보이는 농원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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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양동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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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파리의 베르사이유 궁전 앞 정원을 연상케하는 비너스 가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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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양동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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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이 뛰어난 만큼 유명했던 드라마들의 촬영지로 등장하기도 했다는 천국의 계단 외 선인장 동산, 비너스가든, 명상의 언덕, 놀이조각공원 등등… 아름답지 않은 곳이 정녕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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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동 뒷면 경사면을 활용해 잘 정돈된 조경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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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양동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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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비너스 가든이나 천국의 계단 같은 곳은 마치 미켈란젤로 같은 유명한 조각가가 살아있는 식물을 아름답게 조각하여 웅장하고 수려한 자연의 품에 안치한 것 같아, 보는 이의 마음을 경이롭게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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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상농원 외도 둘러보기가 끝난 연인이 외도겔러리 전망대에서 저멀리 해금강을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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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양동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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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업가의 의지로 30년간 자연과 인공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개발된 외딴 섬의 변모한 모습을 뒤로 하며 1박 2일간의 송년여행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교통편 안내
육로: 서울-중부고속도로- 대진고속도로 - 사천IC - 고성 - 통영
유람선편은 도장포 등 여러 곳에서 있음.
항공: 김포-진주사천공항-통영
鶴山 ;
통영은 자신이 군에 재직할 당시(2군 항공과장)에 CH-47헬기를 장기간 지원하여, 식수를 행정기관에서 배로 공급하고 있던 5개 도서에 대한 식수원 개발 장비를 공수하느라고 거의 한 달 가까이 500MD와 UH-1헬기로 지휘 감독 차 매일 현장에 가서 공중근무를 한 기억이 난다.
식수원 개발을 위한 중장비를 섬에 운반하지 못해 고심하던 차 우리 군에 중형헬기가 도입된 것을 알고 이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여 이루어진 일이었지만 당시 행정기관장이셨던 장군수의 감사패를 볼 때면 참 보람 있었던 일 가운데 한 가지로 기억에 남는다.
그곳 분들이 해안에 검은 돌이 깔려있는 유명한 해수욕장이지만 식수가 없어서 관광객이 불편했는데, 이 어려운 문제가 이제는 해결되었다면서 언제든지 들리면 대환영하겠다고 하셨는데, 아직도 그 어른들께서 이 사실을 기억하고 계실런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