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寨溝를 보지 않고는 천하의 물을 말하지 말라~!!
비행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갑자기 승객들이 앞 다투어 창에 얼굴을
들이대고 한 마디씩 던진다.
하얀 구름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민산 지맥의 고봉이 구름의 바다에 떠있는 섬처럼
펼쳐진 풍경을 본 것이다.
저 산, 얼마나 높으면 구름을 뚫을까. 항공기의 순항고도는 2만3000피트(7010m),
봉우리의 높이는 3500∼4000여m. 구름 위 진풍경을 여객기에 앉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지구상에 흔치 않을 터.
주자이거우(九寨溝)와 황룽(黃龍)을 향한 여행길은 시작부터 이렇듯 특별하다.》
이 곳은 거대한 분지인 쓰촨(四川)성 북단의 아바(阿>)창(藏)족창(羌)족
자치주 지역. 사방팔방으로 분지를 감싼 험준한 산악의 일단이다.
쓰촨성이 어딘가? 유비와 제갈량의 촉(蜀)나라 아닌가?
대륙에서도 험하기로 이름난 고촉도(古蜀道·촉나라의 청두와 위나라의 시안을
잇던 산악루트).
그 길이 예 있으니, 그 험난함은 짐작이 갈 터. 이백의 시를 빌리면 이렇다.
‘촉으로 가는 길은 푸른하늘을 오르기보다도 힘들구나(蜀道難難於上靑天)’.
10분 후. 항공기가 착륙했다. 주자이황룽공항이다.
해발 3000m 고원의 비행장. 머리가 띵하고 어지럽다.
낮은 기압(0.7기압)으로 인한 고산증이다.
그러나 건강한 이라면 이내 회복되니 걱정할 일은 아니다.
이 공항 없을 때는 청두(成都·쓰촨성 성도)에서 버스로 14시간을 달려야 했다.
주자이거우는 여기서 버스로 2시간 거리. 해발 1980∼3100m에 이르는 험준한
산악의 ‘Y’자형의계곡이다.
길이는 50km. 거기에 무려 108개의 호수와 연못이 계단처럼 계곡을 뒤덮고 있다.
그 사이에는 폭포도 17개나 있다.
여기 비경은 물빛. 상상치도 못하는 환상적인 빛깔의 호수와 연못으로 중국인들은
이 곳을 ‘동화세계’라고 부른다.
중국의 수많은 비경 가운데서도 주자이거우는 특별하다.
1970년대 중반 벌목공에 의해 발견되기 전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비경이다.
그래서 1990년 중국 정부가 중국관광명승지(총 40개)를 지정할 때 ‘제1호’로 등록됐다.
1992년에는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97년에는 세계생물권보호구로
지정됐다. 주변의 원시림은 중국의 명물 판다의 고향이다.
산문 입구. 주자이거우 계곡투어가 시작된다. 계곡의 비경은 수시로 운행되는
투어버스를 이용해 찾아본다.
버스 연료는 천연가스, 길에는 나무보도를 깔았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배려다.
계곡 상단의 창하이. 협곡(수면 너비 200m)을 점령한 검푸른 물은 ‘S’자형 계곡을
채운다. 길이 4390m의 호수는 평균수심이 80m.
수면의 고도는 백두산 천지(2199.6m·북한자료)보다도 무려 950m나 더 높다.
우차이츠(五彩池)와 우화하이(五花海)의 비색은 108개 호수 중 백미다.
손을 담그면 파랗게 물 들것 같은 파란색 물빛은 지상의 것이 아니다.
어찌나 투명한지 3m 물 속 바닥이 어항처럼 들여다보인다.
놀라운 것은 썩지도 않고 원래 모습 그대로 물 속에 잠긴 나무다.
물에 함유된 탄산가스에 의해 코팅되어 그렇다는 설명이다.
전주탄(珍珠潭)폭포는 상상의 한계를 시험할 만큼 그 지형이 기이하다.
범람한 강물처럼 너른 구릉을 뒤덮은 채 흐른다.
그 끝 절벽에 형성된 폭포의 낙수. 신부의 면사포처럼 바위를 덮은 채 하늘거린다.
이 밖에도 절경은 많다.
온통 갈대로 뒤덮인 갈대호수, 판다가 잘 먹는 대나무 서식지의 슝마오하이(雄猫海), 금빛의 가는 대나무 자생지 진주하이(金竹海), 청초한 초록빛의 물색이 아름다운 우화하이, 비색의 호수 19개가 낙차 50여m의 계곡에 계단처럼 형성된
수정췬하이(樹正群海)…. 원시림 우거진 깊은 계곡을 연못과 호수,
폭포를 벗해 산책하는 주자이거우 여행.
폐부에 가득한 도시의 티끌이 청정한 공기와 숲 향기에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황룽 역시 계곡의 연못이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그 형상과 형성 과정은 주자이거우와 판이하다.
‘거대한 석회암동굴의 천장을 들어낸 풍경’이라면 쉽게 이해될까. 바닥을 보자. 계곡 물에 용해된 석회암 물질이 장구한 세월 동안 빚어 낸 기기묘묘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그 비경은 해발 3100m의 하단부터 3550m의 계곡 막장까지 3.7km의 계곡 전체를
뒤덮는다 .
그 중 최고의 걸작은 수천 개나 되는 테라스 풀(비탈의 다락논을 연상하면 된다)이다.
크고 작은 풀에 담긴 물은 그 빛깔이 너무나 아름다워 형용할 수조차 없다.
그리고 계곡 끝 위추이(玉翠)봉 아래 황룽쓰(黃龍寺)에서 만나는 우차이츠. 여기서도 우차이츠는 황룽 최고의 비경이다.
중국무협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신선세계의 풍모 그 자체다. 실제로 장이머우 감독의
무협영화 ‘영웅’에 나온다.
▼연못에 빠진 계곡과 하늘… 주자이거우▼
주자이거우와 황룽이 있는 곳은 쓰촨(四川)성의 아바창족창족 자치주 지역.
창(藏)족은 1300년 전 당나라를 치러 왔다가 패퇴하던 중 잔류한 티베트족의 후손으로 알려졌다.
두 곳은 모두 개발된 지 20년 밖에 되지 않은 산악관광지로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에 등록됐다. 안전 및 편의, 안내시설은 세계적 수준이다.
주자이황룽공항 개통(2003년 8월)으로 청두와 충칭에서 항공기로 1시간 만에
오갈 수 있게 된 후 국제적인 관광지로 급부상 중. 이전에 버스로 오갈 때는
편도 14시간이 걸렸다.
주자이거우와 황룽은 128km거리. 3000m급 산악을 오르내리는 도로가 놓여 있다.
● 주자이거우 여행정보
이 이름(九寨溝·구채구)은 계곡 안에 산재한 9개의 창족 마을에서 왔다. 패키지 투어객은 산문 근방 숙박촌의 호텔에 묵으며 하루 일정으로 계곡투어를 즐긴다.
계곡에서는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수시로 운행되며 정류장에서 타는데
횟수는 무제한. 대형 식당의 창족 전통음식 뷔페도 있다.
기념품 상점은 식당과 산문 입구의 쇼핑센터에 있다.
연못의 물빛에 매료돼 사진촬영 욕구를 자제하기 힘들다. 필름과 메모리스틱,
배터리는 여분을 준비해가도록.
입장료는 115위안(약 17000원)으로 좀 비싼 편. 셔틀버스비 90위안, 보험료 3위안
모두 1만4000원은 별도다. www.jiuzhai.com
● 황룽 여행정보
황룽의 생성 과정은 이렇다. 계곡은 빙하에 의해 침식돼 생겼고 바닥의 석회암 지형은 용해된 다공질의 탄산석회 등 침전물이 퇴적해 생겼다.
카르스트 지형 가운데서도 특이한 것으로 그 이름은 계곡 일부에 형성된 황금빛 바닥인 진사푸디(金沙鋪地)에서 왔다.
길이 3.7km(편도)의 계곡은 해발 3100m부터 3550m까지 수직고도차가 450m 정도로 천천히 걸으면 무리가 없을 정도로 완만한 경사다.
비경을 감상하며 오르다 보면 3시간 내외가 걸린다.
힘이 들면 가마를 타는 것도 좋다.
두 사람이 앞뒤에서 든 채로 계곡을 뛰어 오른다.
계곡막장의 우차이츠는 꼭 보도록 하자.
고산증 대비도 확실히 해야 한다.
낮은 기압(0.7기압)으로 인한 산소 부족으로 심하면 속이 메스껍고
걷기를 포기하게 된다
. 예방법은 입구에서 판매하는 산소주머니(물놀이용 플라스틱 베개 형태)를
사서 수시로 들이켜는 것. 매우 효과적이다.
● 창족 민속공연
주자이거우의 숙박촌에서는 창족 민속공연이 매일 밤 열린다. 오지의 고산에서 목축을 하는 신심 깊은 티베트족 후예의 민속이 젊은 남녀의 노래와 율동에 담겨 재현된다.
공연 시작 전 민속주를 시음하는 순서도 있다.
● 여행정보
주자이거우 황룽 여행의 출발지는 청도가 좋다.
청도는 아시아나항공 직항편이 주 3회 운항 중.
삼국지의 유적이 많은 청도 관광을 포함한 주자이거우 황룽 패키지의 일정은 4박5일.
상품은 주요 여행사에서 판매 중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아 방문객이 적을 때 다녀오는 편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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