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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해외수출 아직 '0대'라는데…

鶴山 徐 仁 2009. 7. 21. 17:38
사회
국방

[Why] 해외수출 아직 '0대'라는데…

T-50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뛰어난 성능 인정받고도 마케팅·로비에서 밀려 "공기업 구조로는 한계"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3년간 2조원을 투입해 고등훈련기인 T-50을 2005년에 개발했다. 국내 기술로 처음 만든 T-50은 F-16 전투기 부피의 89%, 중량 77%로 가벼운 데다 유사시 무장 공격기로도 쓸 수 있어 국제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수출 실적은 제로다. 4년간 아랍에미리트(UAE)와 교섭했지만 올 2월 대당 2500만 달러에 40대를 팔겠다는 협상에서 이탈리아에 밀려 제외됐다. 싱가포르에 2012년까지 12대를 납품하겠다는 목표로 협상 중이지만 오는 10월 발표될 결과도 역시 미지수다. 지난 8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T-50 수출 문제를 의제로 채택했다. 폴란드는 내년 초 16대(10억달러) 규모의 고등훈련기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대통령이 T-50에 의지를 보인 속사정은 이렇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 UAE지도자에 친서까지 보냈지만 물거품이 되자 "MB정권의 외교력 부재와 KAI 사장에 낙하산 인사를 한 것 때문"이라는 등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부담 때문에 대통령은 카친스키 대통령으로부터 뭔가 긍정적인 답을 들으려했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폴란드측으로부터 'T-50이 폴란드 공군주력기인 F-16 축소판으로 조종사들에 적합하다'는 우호적인 답을 들었지만 이탈리아 주력 훈련기 M-346, 영국의 호크-128, 체코의 L-156 등과의 경쟁이 불가피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T-50은 이탈리아 M-346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도 UAE에서 고배를 마신 것은 M-346제작사인 알레니아 아에르마키보다 산업협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에르마키는 훈련기를 파는 조건으로 F1경기장 건설 등 20억 달러 규모의 '보너스'를 제시했다. 우리는 2억 달러 정도였다.

공군 제공

방산분야 수출입은 무기 성능만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게 불문율이다. T-50이 아무리 우수해도 공기업 구조 때문에 마케팅과 로비에서 경쟁사를 당해낼 수 없는 것이다. KAI는 공식 마케팅 외 비공식 로비가 불가능해 초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KAI는 산업은행이 최대 지분(30.54%)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삼성테크윈, 두산인프라코어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반(半)국영기업이다. 이 때문에 무기산업 거래 특성상 하루빨리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록히드마틴이나 보잉은 미국 정부로부터 여러 혜택을 받고 있지만 지분 구조는 전형적인 민간기업 형태"라며 "항공 관련 대기업과 손잡아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가 지나친 홍보에 나선 것도 일을 그르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방산분야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데 홍보보다는 비공개적인 협상과 노력이 필요한데도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태도를 문제 삼았다. 방위사업청측은 "2030년까지 세계 고등훈련기 교체 대상이 50개국 3300대에 이를 전망이며, KAI는 이 중 30%(1000대·600억달러)의 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광대한 시장에서 한국이 어느 정도 결실을 볼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