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정말 무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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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 정말 무안하네요 김동주  김동주 님의 블로그 더보기 입력 : 2009.06.30 17:20

지난 토요일, 김포발 제주행 제주항공의 프로펠러비행기 Q400을 타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확실히 국제선이나 국내선제트여객기보다 순항고도가 낮아 창밖 경치가 잘 보인다. 김포공항을 출발하여 45분 후 멀리 직선으로 곧게 뻗은 활주로가 보인다. 비행시간으로 봐서 목포공항이나 될 것 같았다. 광주상공이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났고 ...  가까이 보니 목포공항은 아니다. 우선 보딩브릿지가 3개나 되는 터미날이 보이고 목포공항은 활주로가 홍콩의 첵랍콕공항 이전의 구공항(카이탁공항)처럼 활주로가 바다로 뻗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광주의 무안국제공항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새삼 프로펠러기종이 제트여객기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실감한게 된다.

 

* 제주행 Q400 기내에서 내려다 본 무안국제공항

 

재빨리 가방에서 300mm 렌즈를 꺼내 장착하여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데 화인더에 잡힌 광경이 정말 무안스럽다. 명색이 국제공항인데 활주로는 물론 터미날에 비행기 한 대 보이지 않는다. 터미날에 보딩브릿지가 3개 있는 모습이 뚜렷이 보이는데 비행기는 보이지 않는다. 제주에 도착하여 기내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노트북에서 확대해 보아도 계류장 오른쪽 끝에 소형비행기로 보이는 듯한 물체만 두 대 보일 뿐이다. 수도권의 경우 워낙 수요층이 두터워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공존할 수 있지만, 광주공항의 앞날을 확정짓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을 개항하여 두 공항을 어정쩡허게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그렇다고 광주공항을 다른 용도로 이용하려고 작심하고 무안공항을 만들었다면 광주시민들의 공항교통수단을 무안공항개장과 동시에 마련해야했지만, 예전 뉴스를 보면 그런 것도 아닌것 같다. 

 

* 300mm 망원렌즈로 가까이 잡은 무안국제공항의 모습, 보딩브릿지 3개가 또렷이 보인다.

 

공항의 위치야 여러가지 사정을 감안하여 결정하였겠지만 무안공항을 이용해야하는 승객들의 입장에서는 무척 불편할 것 같다. 대륙간 장거리 승객이 많은 인천공항에 비해 단거리노선의 비중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 지방공항치고는 너무 외지지 않는가 생각된다. 어차피 제주야 대체교통편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서울노선의 경우 광주시민들의 입장에서는 고속버스나 기차에 비해 경쟁력이 없을 것 같다.

 

이글을 쓰기 위해 공항공사의 자료를 찾아 보니 무안국제공항은 광주의 국제선과 목포공항의 국내선을 대체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이미 목포공항은 얼마 전까지 무안국제공항의 개항과 동시에 민간공항의 역할이 없어졌다고 한다. 광주공항을 폐쇄할 생각은 애당초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 무안공항과 광주공항의 운항편수를 비교해 보면 무안공항의 고민을 알 수 있는데 한심하기 그지 없다. 광주공항의 경우 제주와 서울노선에 하루 15회 다니고 있지만 무안공항은 김포노선에 아시아나항공이 하루 한 편 취항하는 것이 전부다. 그것도 아마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적자를 무릅쓰고 체면상 마지 못해 운항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 인천발 타이페이행 EVA항공기에서 본 광주공항전경, 

 

무안국제공항의 자료에 의하면 하루 한 편에 그친 목포공항의 국내선과 하루2-3편에 그치는 광주의 국제선을 위해 3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생각만큼 무안국제공항이 활성화되지 않으니 무안국제공항이 빨리 자리잡기 위해 광주공항을 폐쇄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광주지역시민을 위해 공항이 필요한지, 무안국제공항을 살리기 위해 다수 광주및 전남도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

 

양양공항과 울진공항 등 공항건설이 경제논리를 떠나 애향심과 자기의 영향력 과시를 앞세운 일부 무책임한 정치권인사와 공무원에 의해 엄청난 예산이 낭비되고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에 비하면 그래도 하루 한 차례 비행기를 구경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 Google Map 에서 본 무안국제공항과 광주국제공항의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