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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산책 마당

<스크랩> 고희(古稀)의 꿈

鶴山 徐 仁 2009. 2. 1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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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희(古稀)의 꿈

 

                                                                               姜 中 九

온천지에 하얀 눈이 쌓여 있는 그곳은 구름위에 떠있는 하늘나라였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얀 산이 사방에 솟아있고 좁다란 계곡에도 작은 마을에도 눈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양지바른 산기슭에는 라마교 사원 하나가 서있다. 높이 솟은 불탑은 커다란 두 눈과 지혜와 통찰의 눈이라는 제3의 눈을 부릅뜨고 속세의 중생들을 굽어보고 있는데 그 위에는 라마교 경전을 새겨놓은 붉고 푸르고 노란 깃발들이 만국기처럼 펄럭이고 있다.

불탑 앞에는 사람들이 오체투지로 소원을 빌고 있다. 나를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 부디 건강하시고, 어린 아들딸 아무 탈 없이 잘 자라게 해달라고 차가운 눈 위에서 오체투지로 빌고 있는 것이다.

눈이 쌓인 산과 들이 하도 좋아서 이리저리 쏘다니며 구경을 한다.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 산과 들인가. 얼마나 맑고 깨끗한 대기인가.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순박하고 인정이 넘쳐흐르는가.

아-! 이 기쁨, 이 행복, 인생은 이렇게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것인가. 흥에 겨워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나는 너무나 즐겁고 행복해서 눈 위에 벌렁 들어 누웠다. 사방으로 늘어선 하얀 산이 햇빛을 받아 더욱 아름답고 쪽빛 하늘에 뜬 해는 눈부시게 빛난다.

그런데 푸른 하늘에서 원을 그리면서 한가롭게 날던 독수리들이 눈 위에 내려앉는다. 그리고는 한꺼번에 몰려와서 그 커다란 부리로 나에게 달려드는 게 아닌가.

“으악-!” 고함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휴-! 꿈이었다. 하마터면 조장(鳥葬)을 당할 뻔했다.

마음이 지척이면 천리 길도 지척이라고 하더니 내가 그리던. 티베트가 설마 꿈으로 나타날 줄이야.

서울과 일본에 살고 있는 아이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금년이 아버지의 고희(古稀)이니 잔치를 하잔다. 그런가, 하지만 내가 벌써 고희라니 말이나 되는가.

고희란 고래로 드문 나이란 뜻으로 두보의 곡강시(曲江詩)의 '인생 칠십 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따온 말이 아닌가. 말하자면 70세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고 살아남은 사람이 드물다는 뜻이다.

그런데 내가 고희라니, 하기야 예로부터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라는 우탁의 탄로가(歎盧歌)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초등학교에서 이 시조를 배우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고희라니 믿어지지가 않는 것이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굽이굽이 걸어 온 70년 세월이 참으로 아득하다. 일제 때 태어난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해방이 되었고 6학년 때에는 6.25전쟁이 일어나고 아버님이 별세하셔서 형님의 은덕으로 사범학교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된 나는 중등학교 교원자격고시검정시험을 거쳐서 중등학교 교단에서 평생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퇴직을 했다. 그러고도 다시 7년이 흘러서 고희를 맞았으니,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

그런데, 나는 비록 고희를 맞았지만 꿈이 하나 있다. 티베트 여행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지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여행을 비교적 많이 했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북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를 다녀온 후 지구의 대척점에 있는 남아메리카도 다녀왔다. 그런데 어쩌다가 티베트가 빠진 것이다.

물론 여행사를 이용하면 티베트는 간단히 다녀올 수가 있다. 하지만 나는 배낭을 짊어지고 세계에서 제일 높은 티베트에 가서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물을 돌아보고 순박한 그곳 사람들의 생활과 행복을 체험하고 싶은 것이다.

중국어를 배우려고 부산노인복지회관 중국어반에 등록을 했다. 그러나 중국어 강의는 1주일에 겨우 한 시간 뿐이어서 학습의 진척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사범학교를 나온 내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혼자서 지리학을 공부하여 중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수필도 혼자서 써왔으니 중국어도 혼자 공부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날마다 중국어 공부를 한다고 야단을 하고 있지만 언제나 제자리걸음이니 딱하다. 하기야 고희에 중국어를 배우겠다니 말이나 되는가.

그래도 공부를 계속하다보면 언젠가는 중국어를 몇 마디쯤 할 수 있을는지 누가 아는가. 그때에는 중국대륙을 주유하면서 횡단하여 구름위에 솟아있는 티베트 고원을 찾아가리라.

그리하여 눈이 쌓인 그곳의 산과 들을 마음껏 구경하고 가난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한 그곳 사람들의 삶을 배워 오리라.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고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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