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단순히 지난 일의 자취를 모아놓은 자료가 아니다. 지난날의 자취를 살펴보고 오늘을 살피고 내일을 바로 세워 나가는 창조적인 작업이다. 그러기에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는 관점이 중요하다. 이른바 사관(史觀)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 역사를 보는 사관에 따라 지난 반세기의 우리 역사가 자랑스런 역사가 되기도 하고 부끄러운 역사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지난 반백년의 우리 역사를 부끄러운 역사,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대한민국으로 보는 사관을 지닌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내 생각으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가장 먼저 하여야 할 일들 중의 하나가 이런 역사 인식 즉 사관을 바로 세워 나가는 일이란 생각이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부끄러운 역사가 아니라 후손들에게 당당히 물려주어야 할 자랑스런 역사란 인식을 바로 세우는 문제이다.
미국의 브루스 커밍스가 쓴 『한국전쟁의 기원』이란 제목의 책이 있다. 이 책의 머리글에서 1950년대의 한국을 다음같이 그린다.
“1953년, 한반도는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남쪽의 부산에서 북쪽의 신의주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은 죽은 자들을 묻고 잃은 것들을 슬퍼하면서, 그들 생애의 남은 것들을 주워 모으느라 여념이 없었다. 수도 서울에서는 콘크리트와 파편이 뒤범벅이 된 길가에 텅 빈 건물들이 마치 해골처럼 서 있었다. 수도 주변의 미군 병사(兵舍)에는 수많은 거지들이 외국 군인들이 내버리는 찌꺼기를 줍고자 모여들었다...”
우리는 이런 처지를 딛고 일어나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50년대 말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국민소득을 올리던 나라가 아프리카 가나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수준이 가나에 비하여 얼마나 차이가 나고 있는가? 지금 아프리카 가나와 대한민국이 차이가 벌어진 만큼 우리는 지난 반세기에 위대한 업적을 쌓아 올린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온갖 사연이 있었다. 부끄러운 사연도 있었고 아픈 사연도 있었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 역사 자체를 부끄러운 역사로 보는 인식은 하루 속히 극복하고 바로 잡아 나가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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