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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길들이기·오바마 떠보기

鶴山 徐 仁 2008. 11. 1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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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길들이기·오바마 떠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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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이 다시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제 온종일 방문을 걷어차고 유리창을 박살내고 온몸을 벽에다 부딪치며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날 소동이 '1차적 조치'라니 머지않아 크게 한번 새 판을 벌일 모양이다.

    북한이 그럴 때도 됐고 그럴 만도 하다. 남쪽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도 아홉 달이 다 돼 간다. 북한은 그 사이 남쪽의 새 사촌이 떡 한 접시 안 돌린다며 속을 끓여 왔다. 사실은 안 돌린 게 아니라 문을 닫아걸고 방에만 박혀 있어 못 돌린 것뿐인데 말이다. 예전 사촌들처럼 그럴수록 더 자주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 칙사(勅使)를 보내고 긴 선물 리스트를 들이밀어야 한다는 게 북한 생각인 듯하다. 우리가 길을 그렇게 들여 놓았으니 북한만 나무랄 일도 아니다. 북한은 최근 EU국가가 유엔에 제출한 북한인권 결의안에 남쪽이 이름을 함께 올린 데 심사가 뒤틀렸을 것이다. 북한이 개성 가는 길과 전화를 함께 끊겠다고 저 야단을 치는 진짜 이유는 달리 있는 것도 같다. 민간단체들이 1달러, 1위안짜리 지폐와 함께 기구에 매달아 북한 하늘로 띄워 보내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 관련 삐라가 목에 생선가시 걸리듯 걸렸는지 모른다. 북한은 요번에 남쪽에 대해 단단히 드잡이를 놓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물론 북한 머릿속에는 '검은 케네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얼굴도 들어 있다. 남쪽 사촌 얼굴보다 몇 배 더 크게 그려 놓았을 것이다. 오바마의 이름에 들어 있는 '버락'이라는 아랍어는 '축복'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나 오바마가 병상(病床)의 김정일 위원장 머리맡에 내리는 축복이 될 가능성은 이미 바래 가고 있다. 선거기간 동안 '김 위원장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했다가 '그런 위험한 도박을…'이란 역풍(逆風)을 맞더니, 아예 그 말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오바마가 취임 후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과제의 우선 순위 가운데 북핵(北核)은 하루가 다르게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세계 금융 위기, 이라크 철군과 아프가니스탄 재배치, 경기 부양과 실업난 해소, 극빈자 의료보험 확대, 이라크 미사일과 핵 등등의 이슈가 치고 올라올수록 북핵의 우선순위는 한 등급씩 아래로 떨어진다.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그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할 자원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북한에게 돌아갈 미국산(産) 떡도 그만큼 작아진다. 북한으로선 이쯤에서 문제를 한번 크게 비틀어 북핵의 상품 가치를 다시 부풀려야겠다고 계산했을 법하다.

    그러나 북한은 조심해야 한다. 오바마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부시는 선제공격(Preemtive Strike)이니 예방전쟁(Preventive War)이니 하고 말은 험악하게 했지만,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에는 어깨동무를 해 줄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압박과 포위도 듬성듬성하고 느슨했다. 오바마가 들고 나온 다자(多者) 협력 외교는 미국 혼자 설치던 태도를 겸손하고 다소곳하게 바꿔 친구들을 끌어들여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방식이다. 대북(對北) 포위망이 쳐졌다 하면 부시 시절보다 몇 배 촘촘해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진다. 더욱이 오바마는 임기 말에 쫓기던 부시와 달리 시간에 관한 한 남부러울 게 없는 부자다. 이 넉넉한 시간에 이제는 국제정치학 교과서에도 올라 있는 북한 '공갈 외교(Blackmail diplomacy)' 수법의 허실(虛實)을 낱낱이 뒤져 볼 것이다. 단번에 퇴치(退治)는 못해도 급소(急所)는 짚을 수 있게 된다. 북한의 오바마 떠보기가 도를 넘는 순간 뼈아픈 한 방이 날아올 것이다.

    북한문제의 시작과 끝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볼 것인가 '비정상국가'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정상'이라면 당근과 채찍을 섞어 고약한 버릇을 다스려 보겠다는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다. 그러나 '태생적(胎生的) 비정상'인 게 확실하다면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갓난아이들이 못 먹고 병들어 죽어 들것에 실려나가는데 가장(家長)은 밤낮없이 폭탄 만들기에 매달려 있는 집안이 '정상'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북한이 소란을 떨 때마다 속을 썩일 게 아니라 암(癌)과 친해지듯 북한의 '비정상'을 보듬고 살 각오를 굳히는 게 낫다. 목숨이 다하면 암 역시 사라진다. 우리의 민족적, 도덕적 의무는 그날이 올 때까지 굶주린 북녘 땅에 돋아나 죄 없이 시들어 가는 불쌍한 새순(筍)들을 하나라도 더 살리기 위해 온 정성을 모으는 일이다.

                                                                                                                                    

  • - 강천석·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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