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신처럼 살고싶다.
11월 12일
아무렴 긴 세월, 짧은 인생이라고 하나,
내 어찌 길지도 않은 수련기간을 통해
무슨 큰 기대야 했을 까마는
이제 막상 떠날 날을
얼마 남겨두지도 않았는 데
자신이 얻은 게 무엇인 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냥 노력을 한다고 얻어가질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애를 쓰고도,
별 소득도 없이 떠나는 기분은 처음인 것 같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라고들 했는 데.....
어떻게 해야 비우는 건지도 모른 채
교육의 한 장을 마감하게 되니
어쩌면 덩신 아닌, 덩신이 된 기분이다.
온전한 덩신이라면 차라리 좋을 걸
이도저도 아닌 반푼수가 된 기분이든다.
아직도 행여 내게 옳고 그름을 묻는다 해도
어떻게 답을 해야 할 까 두려워진다.
무엇이 옳은 것인 지, 아닌 지 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깨닫지 못한 채,
이곳 수련의 장을 떠난다고 하니
스스로 부끄럽기가 그지 없다.
정녕 부끄러운 마음이 가슴 가득하다.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것들과
직관적인 모든 것들에 대한 의식이
바뀌어진다면, 혹여 변화가 올 것인 지.....
허나 이제 시작이니, 희망은 가져야 하겠지만,
풀수도 없고, 풀리지도 않는 많은 것들을
가슴 하나에 가득히 안은 채, 떠나야 하니
그냥 답답하고, 또 답답할 뿐이다.
차라리 어설프게 아는 것보담
아예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인데,
이제 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자신이 시도한 새로운 도전의 장에서
막을 내려야만 할 시점에 도달했다.
일 터도 등지고, 가정도 등진 채,
무엇인 가 얻어 보려고 찾아 왔던 곳인 데,
실은 별 결과물 없이 떠난다는 게 사실이다.
초심, 그것은 하나의 꿈이었나 보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위안으로,
이곳을 떠날 채비를 한다.
언젠가는 지금의 번민이 보약이 되어
근본적으로 체질이 개선되고,
심신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을
염원하는 마음만은 간절하다.
늦깍기 수련생으로서, 애환도 많았지만
그 모두가 수련의 일환이라고 여기면서
아무련 애착이나 미련마져도 없이 떠나,
진정한 도전의 장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명상곡 : 나그네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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