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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전의 성공 코드는 두가지로 정리된다. 허 감독이 그동안 천명한 팀 운영의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선수들과 소통에서는 적절한 ‘변화’를 가미한 것이 적중했다. 원칙과 변화의 효율적인 결합이 달라진 경기력으로 폭발했다.
원칙을 먼저 살펴보자. 지난해 말 국내 감독으로는 7년만에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허 감독은 “몸과 마음이 준비된 선수”. “태극마크에 대한 사명감”을 강조했다. UAE전 멤버는 허 감독이 주창했던 선수 선발 원칙의 결정판이었다. 정성훈(부산) 김형범(전북) 등 K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도 태극마크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지닌 선수들을 과감히 발탁했고. 이청용 기성용(이상 서울) 이근호(대구) 등 세대교체에 대한 모험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들은 팀에 새 바람을 불어 넣었다. 국내 감독은 외국인 감독과 달리 선수 선발에서 ‘외부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허 감독의 ‘뚝심’은 재평가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허 감독은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선수와 소통에는 적지 않은 변화를 줬다. ‘2002 월드컵 세대의 막내’격인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주장을 맡긴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2002 월드컵의 영광’이 한국축구에 드리운 그늘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2002 월드컵 세대’에게 박지성은 막내일 뿐이지만 한국축구를 끌고갈 신예에게는 우상이다. 허 감독은 박지성의 주장 발탁을 통해 ‘2002 월드컵 세대’와 창조적 단절과 계승을 시도했고 이는 멋지게 성공했다. 박지성의 주장 발탁은 또다른 이름의 ‘세대교체’였다. 박지성은 훈련 일정과 장소. 버스 이동 때 음악 선곡 등 작은 부분부터 후배들의 마음을 허 감독에게 전했고 이는 즉각 수용됐다. 보다 ‘자유롭고 즐거워진 팀 분위기’는 그대로 그라운드로 옮겨갔다. 허 감독은 UAE전 뒤 “지성이의 주장 역할은 대만족”이라고 자평했다. 자신의 판단에 대한 자축이기도 했다.
위원석기자 batma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