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제2차세계대전 2008/09/11 19:59
7.노르망디 상륙작전
프랑스는 중세 이후 지리적으로나,역사적으로 서유럽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이 때문에 제2차세계대전에서 독일 점령지 프랑스를 우선 탈환하는 것이 연합국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나,상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영·미 연합군은 인류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군사작전을 감행한다.작전명이 ‘오버로드’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다.
영국군은 프랑스의 노르망디 땅을 밟기 2년쯤 앞서 ‘디에프 상륙작전’을 전개한다.그러나 무리하고 미숙한 작전 탓에 치명적인 실패를 경험했다.이 때의 실패는 이후 노르망디에서 값진 교훈으로 작용했다.
1942년 8월 18일 영국과 캐나다 혼성군 6500명이 노르망디 북서쪽의 항구도시 디에프에 상륙하기로 했다.영국 해병 코만도와 캐나다군 2개 사단,1개 전차연대 등이 참가했다.당시 영국군은 북아프리카 전선의 토부룩에서 독일군에게 고전하고 있을 무렵이라 연방인 캐나다군 5000명이 주력군으로 작전에 동원됐다.
상륙군은 야간기습을 위해 함포나 공중 지원도 없이 해안에 접근했다.그러나 상륙정이 해안에 닿기도 전에 불운하게 독일군 함정 3척에게 발각된다.결국 해안 수비군의 집중포화에 걸려 거의 몰살을 당하고 말았다.작전 개시 반나절만에 1차 상륙군 5100명 가운데 3700명이 해안에서 개죽음을 당하고 나머지도 포로로 잡혔다.
밤에 은밀하게 해안에 접근하기에는 상륙군의 병력이 너무 많고,드러내고 공격하기에는 상륙 지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이다.이후 대규모 상륙작전은 반드시 충분한 지원을 받아야 하고,기습이 필요하다면 더 소규모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았다.
독일군은 디에프처럼 언젠가 연합군이 또 몰려올 것이라 여기고 프랑스 서부 해안에 엄청난 규모의 방어진지를 구축한다.대서양을 따라 3860㎞에 걸쳐 구조물을 설치하고 화포 진지를 1만 5000개나 만든 ‘대서양 방벽’이다.수비병력도 30만명에 이르도록 설계됐다.공사는 지지부진했으나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물러난 로멜에게 맡겨지자 빠른 진척을 보였다.로멜은 1944년 6월 6일 ‘D-day’ 전까지 방어진지를 효율적으로 구축했다.그는 일부 장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합군이 상륙했을 때 즉시 방어력을 집중하면 해안에서 괴멸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로멜은 이 첫날을 ‘가장 긴 하루(The Longest Day)’라고 표현했다.
연합군은 ‘유럽침공’에 나설 영연방군 18만명,자유프랑스군 5만명을 포함한 미·영국군 등 39개 사단 287만 6000명을 영국에 집결시켰다.동원되는 함선은 5300여척,항공기도 1만 2000여대에 이른다.독일군은 서부전선에 정예병력은 아니지만 58개 사단을 운용 중이었다.창과 방패의 최대 결전이 펼쳐지는 순간이다.상륙일 이틀전인 6월 4일 이탈리아 전선에서는 연합군이 로마를 점령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한눈에 정리하듯 보여주는 영화가 1962년 미국에서 만든 ‘지상 최대의 작전(The Longest Day)’이다.미군측 연출은 켄 아나킨,영국군측은 앤드류 마튼,독일군측은 버나드 비키 등 감독 5명이 나눠 맡았을 정도로 초대작이다.존 웨인,리차드 버튼,장 루이,헨리 폰다,숀 코넬리,로버트 미첨,폴 앵카 등 당시 쟁쟁한 배우가 43명이나 등장한다.엑스트라만 2만 3400명에 이르고 흑백영화로는 유례가 없는 1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영화적 감칠 맛 재미는 부족하지만,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려는 고전작이다.1963년 아카데미 촬영상과 특수효과상을 수상했다.
로멜이 연합군의 상륙에 대비한 방벽과 장애물 공사 현장을 둘러본다.그는 상륙군을 24시간만 해안에 붙잡아 두고 전차 등으로 밀어붙이면 연합군의 유럽침공은 실패라고 확신했다.영국에서 프랑스 레지스탕스에게 상륙이 임박한 사실을 암호문으로 전한다.런던 BBC 방송을 통해 전파된 암호문은 19세기 프랑스 시인 폴 베를렌(1844∼1896년)의 ‘가을의 노래’ 1,2번째 구절이다.“가을 날 바이올린의 긴 흐느낌,가슴 속에 스며들어 쓸쓸하여라.”
레지스탕스는 독일군의 전화선을 끊고,후속병력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철로를 부수는 등 임무를 맡는다.하지만 독일군 사령부는 6월 대서양의 궂은 날씨 때문에 침공 임박설을 믿지 않았다.로멜도
영국 동남부에 설치된 1108개 연합군 캠프에서는 병사들이 출정 준비를 마치고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하지만 연합군 지휘부는 작전 시간을 정하지 못해 고민했다.6월 6일 날씨가 잠시 좋아질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나오자 연합원정군 최고사령관 드와이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1890∼1969년)는 서둘러 출정명령을 내린다.상륙이 늦어지면 로멜의 해안 방어진지는 더욱 견고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상륙군에 앞서 전날 밤 미 82공수,101공수사단과 영국 6공수사단 등 3개 공수부대가 노르망디 내륙으로 날아간다.2만명이 2316대 수송기와 글라이더에 타고 22개 비행장에서 출발했다.글라이더 6대에 탄 영국 6공수 소속 ‘패스파인더’ 부대원들이 오른 강의 페가수스 다리 근처에 착륙했다.소리없는 글라이더로 몰래 침투해 다리를 점령하고,조명탄으로 뒤따라오는 6공수 본진에게 낙하 위치를 알리는 임무다.미 82공수는 생트 메르 에글리즈에 낙하,메르데르 강의 다리들을 확보함으로써 연합군의 셰르부르 항 공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임무다.미 101공수는 카랑탕 근처에 낙하해 유타 해변의 미 4보병사단이 안전하게 상륙할 수 있도록 독일군의 반격을 저지하는 일을 맡았다.북쪽 캉 근처에는 독일군에게 혼란을 줄 낙하산병 고무인형 ‘루퍼트’가 낙하했다.
그러나 공수부대원들은 야간작전인데다,대공포 공격을 피하려는 ‘C-47’ 수송기 조종사들이 제멋대로 낙하신호를 보내는 바람에 목표지점에서 벗어나 사방으로 흩어졌다.미 101공수 병력 6500명의 75%가 목표를 벗어났다.무장력이 약한 공수부대는 낙하후 신속하게 결집해야 하는 원칙이 일찌감치 깨진 셈이다.
미 82공수 505연대는 생트 메르 에글리즈 마을의 한복판에 떨어져 독일군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만다.마을의 교회 종탑에 매달려 귀를 먹는 실존인물 ‘존 스틸’ 일병의 모습도 영화에 나온다.그러나 3대대 108명이 마을 외곽으로부터 공격을 퍼부어,이 마을은 연합군의 손에 가장 먼저 해방된 마을로 기록된다.
미 82공수는 낙하 첫날 1259명의 사상자를 냈다.영국 6공수도 병력이 무려 130㎞ 일대에 흩어지기는 마찬가지다.영·미 공수부대원들은 곳곳에서 죽음에 노출됐으나,사방에 흩어진 게 도리어 독일군 사령부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평가를 받았다.적진 후방에 너무 깊숙히 떨어진 미 101공수의 일부 병사들은 출장갔다가 부대로 복귀하던 독일 91공수 사단장을 길에서 사살하는 뜻밖에 전과도 올렸다.
D-day 새벽 3시.공수부대 낙하후 2시간이 지나자 연합군의 중폭격기 2000여대가 해안을 맹폭격했다.전함 7척 등 함정 71척도 일제히 함포사격을 개시했다.오전 6시 30분 노르망디 해안에서 상륙이 개시된다.
브래들리 장군이 이끄는 미 1군의 7군단은 ‘유타’라고 이름을 붙인 해안에,5군단은 ‘오마하’ 해안에 상륙했다.뎀프시 장군이 이끄는 영국 2군의 30군단은 ‘골드’ 해안에 상륙하고 1군단은 ‘쥬노’와 ‘소드’를 맡았다.상륙군의 총 지휘는 제21집단군 사령관 몽고메리가 맡았다.
비교적 평탄한 지형의 유타 해안에 미 4사단 8연대 2대대 소속 300여명이 최초로 상륙했다.미 레인저 2대대,5대대도 뒤를 따랐다.독일군은 2선급 부대인 709사단의 일부가 방어에 나섰으나 대규모 상륙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미 4사단은 하룻동안 단 200여명만 피해를 입었을 정도로 순탄하게 작전을 완료했다.
해안포대를 제압하는 임무를 맡은 미 2,5레인저 대대의 일부 중대는 집중사격을 받으며 225명 중 90명만 살아서 절벽에 오르지만 포대 대부분이 텅 빈 사실을 알고 허탈하게 여긴다.독일군은 해안 포대를 구축하고도 병력을 미처 배치하지 못했다.
북쪽의 골드 해안에는 영국 50사단의 69여단,231여단과 8기계화여단 등이 상륙,독일 716사단 일부가 지키던 방어선을 돌파했다.쥬노에 상륙한 캐나다 3사단의 7여단,8여단과 영국 4코만도 연대도 뒤따라 온 영국 7기갑사단과 순조롭게 합류했다.다만 캐나군은 접근할 때 독일군 해안포에 걸려 상륙정 306척 가운데 90척이 침몰하는 불운을 겪었다.캐나다군으로서는 디에프에 이어 두번째 비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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