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사진과 映像房

<스크랩> 함양 월봉산 올라 금원산으로

鶴山 徐 仁 2008. 9. 1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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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원산 산비탈

   

11:30 남령재
눈이 시릴만큼 하늘이 파랗다.
가을을 마중하듯 고갯마루에 바람이 살랑인다.   
경남 함양에서 거창을 넘는 남덕유 남동쪽 고갯마루 남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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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령재에서...

 
들머리에 이르자 허름한 팻말이 월봉산 정상 방향을 가리킨다.
정상 방면으로 '참숯찜질방'이라...?!  
이정표에 광고판을 못질해 매단 몰상식 하고는...ㅉㅉ!

 

월봉산은 남덕유산과 금원산 기백산 거망산 사이에 걸쳐 있어 
진양기맥 종주산행시 반드시 발자국을 찍어야 하는 산이다.

  

들머리에 서서 가슴을 활짝 펴고 두팔 벌려 크게 호흡한다.
숲이 내뿜는 싱그러운 기운이 폐부 깊숙히 스며든다.

  

초입부터 된비알이라 가쁜 숨소리를 연신 토해가며 산비탈에 올라 붙는다. 
스물댓명이 대열을 유지해 가파른 길을 오르다 보면
시선은 앞사람 신발 뒷축에 꽂힌다.
이후 체력에 따라 치고 나가기도, 뒤처지기도 하면서
대열은 흐트러져 긱자 페이스대로 산길을 걷게 되지만.

    

산길은 온통 키를 넘는 산죽과 수풀로 뒤덮혀 있어 걸음이 더디다.   
능선이 가까워지면서 수목들은 키를 낮추고 등로엔 햇살이 점점이 박힌다.
목덜미에 꽂히는 햇살은 여전히 날선 유리조각처럼 따갑다.
어쩌면 여름 끝자락에서 마지막 앙탈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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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봉(수리덤)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해질 즈음, 숲사이로 칼날봉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수리처럼 생겼다하여 '수리덤'이라고도 부른다.
전문클라이머가 아니고선 칼날봉 정상 오름은 접는게 좋다.
우회 길은 있으나 우회하라는 표시는 없다.
가끔은 암벽으로 곧장 올라 붙다가 식겁하고서 돌아서는 경우도 잦단다.
발길 뜸한 산이라서인지 위험구간 표시판은 물론, 이정표도 인색하다.

 

12:10 칼날봉
수리덤 암봉 북사면을 따라 우회하여 능선 위로 올라서자
말그대로 일망무제다. 움푹하게 자리잡은 함양군 서상면 벌판 뒤로
육십령과 할미봉 능선이, 그 뒤로 고산 준봉들이
탁 트인 하늘과 맞닿아 하늘금을 그으며 너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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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령과 할미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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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봉 능선 

 

칼날봉을 지나면서 능선길 좌우는 몹시 가파른 낭떠러지다.
오르내림 또한 심해 군데군데 밧줄에 의지해야 한다.
결코 만만찮은 구간이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으나
날선 능선은 아찔한만큼 타고 넘는 재미는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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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구간을 지나며... 월봉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멀기만 하던 월봉산이 조금씩 다가선다.
왼편 저멀리로 가야할 금원산의 장쾌한 능선이 지난다.
월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내내 풀숲과의 실랑이는 계속 됐다.
서너걸음 앞 사람의 정수리만 겨우 보일 만큼 웃자란 풀숲을
더듬더듬 헤쳐가며 조심스레 발길을 내딛다보니 온 신경이 발목으로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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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를 넘는 풀숲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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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한 바위 구간을 지나... 

 

노출된 맨 팔뚝은 날선 풀잎에 베여 쓰리고 아리다.  
정상 1.2km로 표시된 이정표를 지나자 다시 바위능선길이 이어진다.
거북처럼 생긴 바위, 투구처럼 생긴 바위를 타고 넘어
또 저만치에 봉우리가 우뚝 막아선다.
기진맥진 상태로 산허리를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오르니
그제서야 월봉산 정상 표시석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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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봉산 정상에 올라 내려다 본... 


13:30 월봉산(1,279m)
옹색한 山頂엔 표시석 두개가 오종종하게 박혀 있다.
이정표는 남령 3.4km 거망산 7.2km를 가리킨다.

  
산은 오르는 재미 만큼이나 눈에 넣는 재미도 솔솔하다.
산은 세상 모두를 포용해 주며 언제나 넉넉한 품으로 안아준다.
산은 절대로 호들갑스럽지 않다. 산은 늘 깊고 고요하다.

짙푸른 녹음은 가을색에 바톤을 넘기고 떠날 채비를 한다.   
성미 급한 억새풀은 이미 가을옷으로 갈아 입기 시작했고
은빛물결 일렁이는 억새의 향연을 위해 가을바람을 기다린다. 

   

산정을 내려와 산죽과 싸리나무가 무성한 밀림을 뚫고 나오는데
흡사 한겨울 러셀산행을 하는 것처럼 진행이 팍팍하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또다시 내리막길 밀림을 헤쳐나와 안부사거리인 큰목재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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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풀은 가을채비를...

 

14:00 큰목재
수망령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어라!
이정표는 거망산과 지나온 월봉산만 가리킨다.
바닥에 지도를 펼쳐놓고 방향을 가늠해 보는데
'수망령'표시 목판이 바닥에 드러누워 길을 가리킨다.
산악회 행선표시지도 목판 아래 살짝 깔아 놓았다.  
큰목재에서 15분 남짓 된비알을 딛고 오르면 삼거리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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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금원산을 건너다 보니...

 

14:15 삼거리봉(1,178m)
월봉산, 금원산, 거망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건너다 보이는 금원산이 너무도 아득하여 맥이 탁 풀리고 기가 꽉 막힌다.
수망령 임도까지 고도를 뚝 떨구어 길바닥을 치고서 다음 코스인 금원산으로
다시 올라 붙어야 하니 시쳇말로 대략난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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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망령에서... 

 
15:00 수망령(900m)
삼거리봉에서 1.5km 걸어 고도를 278m 떨어뜨린 곳,
숲사이로 임도와 금원산 들머리 목계단이 빤히 모습을 드러낸다.
수망령이다. 이 고개 역시 함양과 거창의 경계를 긋고 있다.

  
바닥에 주저앉아 목을 젖혀 수통을 거꾸로 흔들어 보지만
쪼그라든 얼음덩이만 달그락 거릴 뿐이다.
금원산 정상을 찍고 내려와 날머리까지 6.5km를 더 걸어야 한다.
물을 보충할 곳이 마땅치 않다. 갈길은 먼데...

  

그렇지만 간다. 그 길의 끝에 희망(물)이 있기에.

  

우리 인생의 길에는 비바람도 있고 어두운 길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그 길을 따라간다.
끝까지 가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느끼지 못할
그 무언가가 길 끝에 있음을 알기에...
그 길의 끝에는 사람 냄새가 나는 희망이 있다.
그걸 보려고 우리는 쉼 없이 걸어가고 때론 달려본다.
그리고 드디어 그 길의 끝에 다다랐을 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여유롭게 즐긴다.
                                          - 윤방부의 '건강한 인생, 성공한 인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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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나무들도... 


숲길 가장자리로 이름모를 야생화가 지천이다.
속이 텅빈 채 잎을 피워낸 나무도 보인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끈질긴 생명력의 소나무도 보인다. 

  
조금만 걸음을 늦추면 꽃도 보이고 산새소리도 들린다.
허겁지겁 경주하듯 산을 올랐다면 이 모두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천천히 그리고 여유로운 생각으로 걷다보니 오르막 조차 부드럽다.

  

힘들면 쉬어가면 되고, 숨가쁘면 숨고르면 되고,
~♬생각대로 하면 되고~♬ 를 흥얼거리는 사이, 금원산 정상(1,353m)이다.
생각대로 하면 모든 일이 거리낌없이 다 잘된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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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원산 서봉과 동봉 


16:30 금원산
용추 계곡을 사이에 두고 U자형을 이룬 금원산(金猿山)은
금빛 원숭이를 원암(猿岩)에 잡아 가두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정상인 서봉(1,353m)은 건너편 암릉으로 이루어진 동봉(1,335m)과 함께

금원산의 두개의 산봉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애달프게 맞본다.
서봉에서 숨 고르며 건너다 본 월봉산은 그새 아득히 물러나 가물가물하다. 

  

동봉으로 향한다.
동봉 돌무더기 옆 이정표는 1,2,3코스로 하산방향을 가리킨다.
2코스인 유한청폭포 방면으로 내려선다.
이곳 동봉 이정표엔 '유한청폭포'로, 이후 이정표엔
'유안청폭포'로 표기되어 있는데...어느것이 맞는지...

    

계곡물소리다. 가늘게 들리던 물소리가 더욱 또렷하다.
임도에 닿을 때까지 줄곧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임도를 가로질러 계곡으로 접어들면서 물소리는 우렁차다.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 아래, 거대한 바위면을 타고
흐르는 유안청제2폭포는 직폭과 달리 와폭으로 색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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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한)청2폭포

    

남녀 남부군 5백여명이 이 폭포수에서 알탕?했다고 하는데,
소설 '남부군'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18:00 금원산휴양림주차장
계곡 다리밑으로 숨어들어 등목 후 준비해온 여벌옷으로 갈아 입으니,

~♬ 생각대로 상쾌하고 ~♬

 

지도[2].jpg
남령(들머리) - 칼날봉 - 월봉산 - 큰목재 - 수망령 - 금원산 - 금원산휴양림주차장(날머리)........ 총 13km


 

鶴山 ;

함양의 월봉산은 아직 등반한 적이 없지만 거창의 금원산은 국선도성서수련원 회원들과 함께 국선도의 연간정기산행으로 행하고 있는 백두대간답사의 일환으로 입도하던 해에 종주를 한 경험이 있다.

산행하기에도 원만한 코스였고, 하산시에 계곡물이 참 좋았으며, 여름철 나들이 할만한 좋은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