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나에게 간절한 기도제목이 있다. 두레수도원(修道院)을 세우는 일이다. 몇 년 전부터 이런 생각을 품어왔었으나 지난 봄 터키와 그리스에 있는 성지를 여행하고 와서부터는 구체적으로 기도하게 되었다. 터키에는 갑바도기아 수도원 유적지가 있고 그리스에는 메테오라 수도원 유적지가 있다. 교회사를 더듬어 보면 3세기 들어 성안토니에서부터 시작된 수도원 운동이 4, 5세기 간에는 전성기를 이루었다가 그 후에도 면면히 이어져 교회에 영적 활력을 불어 넣는 활력소 역할을 하여 왔다.
로마 카톨릭 교회에서도 동방정교회에서도 수도원 운동은 바람직한 영성운동을 주도하는 중심 역할을 하여 왔으나 우리 개신교에서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수도원 운동이 활성화 되지를 못하였다. 더욱이나 한국교회는 불과 120여년 된 역사에 일제강점기, 해방 후의 혼란기, 6.25 전란, 산업화를 위한 몸부림, 민주화 투쟁 운동기 등의 격동기를 지나오면서 교회의 바람직한 영성(靈性)을 심화(深化) 시킬 수 있는 여유를 지니지 못하였다.
3, 40년 전부터 기도원 운동이 일어나 여러 곳에 기도원이 세워졌다. 그러나 기도원 운동은 그 시대에 나름대로 쓰임 받기는 하였으나 한국교회 전체의 영성을 깊게 하는 데까지는 기여하지를 못하였다. 두레교회는 지난 30여년 간에 공동체 운동으로써의 두레마을을 세워 더불어 살며 땅과 사람을 살리자는 운동을 나름대로 펼쳐 왔으나 시행착오가 많았는데다가 깊은 영성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공동체 운동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필자는 목회자로서의 정년을 이제 3년 반여를 남겨두고 있다. 한 교회를 시무하는 목회자로서는 정년이 있겠으나 한국교회 전체를 섬기는 일꾼으로써는 정년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이 땅 위에 남은 세월이 얼마런지는 알 수 없으나 남은 기간을 두레수도원을 깊숙한 산 속에 세워 나 자신과 한국교회의 영성을 한 단계 더 깊게 하는 일에 쓰임 받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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