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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봉산 ...지나 온 봉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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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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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척에 두고도 계속 미루고 미루었던 오봉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9일 오후 4시 40분, 여느 때보다 조금 늦게 나온 셈이다. 범어리 대동 아파트 위 갈릴리교회에서 조금 더 올라가 들머리에 들어섰다. 한낮엔 햇살이 제법 뜨거웠기 때문일까. 조금 늦은 감이 있는 오후 시간인데도 우리처럼 이제 막 등산로를 들어서는 사람들이 보였다.
영화 < 엽기적인 그녀 > 의 촬영지였던 오봉산 작은 물병 하나만 달랑 들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가까운 작은 오봉산까지만 가는 것일까. 가볍게 차려입고 산보하듯 올라가는 모습이다. 등산 입구에서 조금 더 올라가자
팔각정이 보였다.
산길 곳곳엔 체육시설이 잘 되어 있어 산책삼아 나온 사람들이 여기까지 산보하듯 나와서 운동도 하고 가는 모습들을 더러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훌라후프를 돌려보았다. 작은 오봉산에 도착했다. 80미터 앞에는 팔각정이 놓여 있어 양산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오봉산은 말 그대로 봉우리가 다섯 개여서 오봉산이라 한다. "견우야! 미안해!"라고 그녀(전지현)가 외쳤던 오봉산, 지난 2001년 개봉해 인기를 얻었던 전지현, 차태현 주연의 < 엽기적인 그녀 > 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오봉산은 초록으로 짙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다섯 개의 봉우리 중에 어떤 산봉우리에 올라 영화를 촬영한 것일까 궁금해지네.
작은 오봉산에서 능선을 타고 오봉산 최고봉이 있는 맨 끝 봉우리까지 걷기 시작했다. 그냥 쭉 이어진 평지로 된 능선 길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다섯 개의 봉우리를 넘어가는데 오르막길이 쭉 이어지다가 또 내리막길, 다시 오르막길, 이런 식으로 산봉우리 다섯 개를 넘어야 했다.
길은 험하지 않고 좁고 호젓해서 좋은 편이었다. 오른쪽 아래에는 화제마을이 내려다보이고 화제 마을을 감싸고 있는 토곡산이, 왼쪽에는 양산시내와 물금, 저 멀리 금정산 등이 내려다 보였다.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작은 오봉산까지는 바람 한 점 없고 후덥지근하게 더워서 땀을 꽤 흘렸지만, 작은 오봉산을 지나 능선길을 따라 걷는 길엔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땀을 식혔다.
한참을 가다보니 96계단 갈림길이 나오고, 다시 얼마쯤 가니 또 96계단 갈림길이 나왔다. 세 번째 96계단 갈림길을 지났다. 96계단 갈림길은 위에서는 세 갈래로 나와 있지만 밑으로 내려가면서 하나의 길로 합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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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봉산 오봉산 암봉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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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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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정각에 높은 암봉을 만났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오르락내리락 해서 조금은 힘들기도 한 구간도 있었지만 흙길에다 숲 그늘이 시원해 산보하듯 걸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높은 암봉에 긴장했다. 어떤 산이든지 복병은 있기 마련이다. 또 이런 맛도 있어 산행은 즐겁지 아니한가. 밧줄을 잡고 높은 바위 위에 올라가 주변을 조망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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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봉산 오봉산에서 내려다 본 화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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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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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봉산 화제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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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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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길을 지나 오봉산 정상에 도착했다. 다섯 개의 봉우리를 지나오면서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오봉산 능선 길을 걷는 즐거움이 있었다. 또한 곳곳마다 전망바위가 있어 조망하기에 좋았다.
오봉산 정상은 생각보다 확 트여 있지 않아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봉우리를 오르내리면서 다섯 개의 봉우리를 넘어오는 즐거움이 있어 좋았다. 능선길 따라 걸으면서 화제마을과 낙동강을 한쪽 겨드랑이에 끼고 또 한쪽엔 양산시와 저 끝에 보이는 금정산을 끼고 걷는 즐거움 또한 있었다.
낙동강의 낙조 오봉산 정상 표시석 앞에 앉아 있다가 이제 올라온 산길을 내려간다. 하산 길은 우리가 걸어온 길을 다시 가는 것이 아니라 물금 쪽으로 내려간다. 오봉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자주 식사바위로 이용한다는 암벽 바위를 지나 조망바위를 만났다.
여기서는 낙동강이 아주 잘 보였다. 낙동강은 이제 막 낙조가 아름답게 물들고 있었다. 길게 휘어진 모양으로 뻗어 내린 낙동강의 낙조는 황금빛으로 점점 물을 들이고 있어 조망바위에 앉아 시시각각 변해가는 낙동강 낙조의 아름다운 모양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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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봉산 오봉산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 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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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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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곧 생명이다. 한 줄기의 물이 흘러 모이고 모여 흐르는 강물, 그것은 생명의 젖줄이다. 양산 물금읍의 물금 취수장과 김해시 상동면의 매리취수장 이 두 곳에서 취수되는 물은 부산 전 지역으로 식수로 공급된다.
부산의 식수 90%가 공급되고 있는 낙동강은 강원 태백
함백산에서 발원하여 상류부에서는 안동을 중심으로 반변천을 비롯한 여러 지류를 합치고 서쪽으로 굽어 흐르면서 함창 부근에서 다시
내성천, 영강 등 여러 지류를 받아들인다.
다시 남쪽으로 돌려 상주 남쪽에서 위천, 서산 부근에서 감천, 대구 부근에서
금호강, 남지 부근에서 남강을 합친 뒤 동쪽으로 바꾸어
삼랑진 부근에서 밀양 강을 합치고 다시 남쪽으로 흘러 남해로 들어간다고 한다. 낙동강은
압록강 다음 가는 한국 제2의 강이라고 부른다. 식수로 공급되는 강인만큼 이 생명의 젖줄인 낙동강은 더 잘 가꾸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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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봉산 오봉산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 낙조...기차가 지나가고...붉게 물들어가는 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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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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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차창 사이로 보이는 낙동강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항상 그 수위를 유지하고 있어 신기해 하곤 했다.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밀양과 부산, 양산, 김해를 끼고 흐르는 낙동강을 끼고 이따금 기차가 강변을 따라 평행선을 긋고 지나가면서 멋진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곤 했다.
오늘 같이 맑은 날 오봉산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장관이었다. 낙동강 물빛은 황금빛으로 점점 넓게 퍼져 나가더니 황홀한 빛을 던지며 점점 그 빛이 스러져가고, 이젠 붉은 빛으로 큰 점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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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봉산 오봉산에서 내려다본 낙동강의 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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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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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들 이토록 황홀하게 쓸 수 있을까. 어떤 미사여구로 표현한들 이 순간의 황홀하도록 멋진 일몰을 담을 수 있을까. 낙동강 낙조는 시시각각 변해가고 있었다. 낙동강은 점점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을까. 산행을 늦게 시작한데다 낙동강 위로 물드는 낙조를 바라보느라 많은 시간이 흘렀나보다. 조망바위를 지나 하산하는 길은 급경사인데다 점점 숲이 어두워져서 마음이 급해졌다. 울창한 숲 속은 어둠이 일찍 방문을 했다.
약수터를 지나 용국사 입구에 도착했을 땐 시간이 저녁 7시 40분이었다. 이곳 물금과 저 멀리 보이는 양산 시내는 하나 둘씩 전등불이 켜지고 밤이 내리고 있었다. 낙동강의 낙조…. 황금빛으로 점점 더 붉게 물들였던 낙동강의 일몰은 마음 속에 오래 오래 남아 가끔씩 꺼내 보는 보석처럼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 달 ?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선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
정호승 시인의 '또 기다리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