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歷史. 文化參考

[만물상] 안동과 예천

鶴山 徐 仁 2008. 6. 10. 14:15

이선민 논설위원

 

경북 안동 시내에서 도산서원으로 넘어가다 보면 길가에 놀랄 만큼 큰 건물들을 보게 된다. 한국국학(國學)진흥원이다. 2001년 퇴계 이황 탄생 500주년을 기념해 열린 세계유교문화축제 때 문을 열어 유교 기록과 문화재를 수집·연구한다. 20만점이 넘는 자료를 모았고, 특히 목판(木版)에 심혈을 기울여 전문 보존시설을 갖췄다.

▶안동은 조선시대 '추로지향(鄒魯之鄕)'이라 불렸다. 추(鄒)는 맹자, 노(魯)는 공자의 고향으로 '예절을 알고 학문이 왕성한 고장'이라는 뜻이다. 지금도 전국 서원(書院)의 32%가 안동과 그 주변에 몰려 있고, 문중과 종가를 중심으로 한 유교 질서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안동시는 2004년 시 청사와 읍·면·동 사무소마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首都) 안동'이라는 표지석을 놓았다.

▶안동 바로 옆 예천은 '활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예로부터 아들을 낳으면 대문에 활을 걸어놓았다고 한다. 사내아이가 걸음마를 배울 때면 활을 잡게 하고, 천자문을 깨치면 활에 첫 시위를 당겨준다. 지금도 전국 국궁(國弓)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그 명성이 양궁으로 이어졌다. 1979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5관왕을 차지한 김진호와 그 뒤를 이은 김수녕을 배출했다. 예천 국제양궁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상북도 도청 이전 예정지로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대가 선정됐다. 북쪽은 검무산이 둘러싸고 남쪽은 낙동강과 하회마을이 자리잡은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땅에 2027년까지 인구 10만 신도시가 들어서게 된다. 경상북도는 2013년까지 도청 이전을 완료하고 2017년까지 경찰청·교육청 등 관련 기관들도 옮길 예정이다. 1896년 13도(道) 제도가 도입되면서 대구에 자리잡은 경북도청이 옮겨가는 것이다.

▶안동과 예천을 비롯한 경북 북부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이중환은 '택리지(擇里志)'에서 안동을 '사람과 물자가 모여들어 선비가 살 만한 길지(吉地)'라고 평했다. 농경시대 번성했던 이 지역은 근대 들어 산업화에 뒤지고 교통도 불편해 점차 쇠락했다. 1960년대 23만이던 안동 인구는 이제 16만, 16만 넘던 예천 인구는 5만 아래로 줄어들었다. 안동과 예천은 중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에 이은 경북도청 이전으로 옛 명성을 회복할 기회를 맞았다. 이례적으로 두 도시가 손 잡고 유치해낸 화합의 슬기가 돋보인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09/200806090154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