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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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 생전에 쓴 마지막 산문 공개

鶴山 徐 仁 2008. 5. 24. 23:56

 

“생명이 아름다운 건 능동적이기 때문”

“최근에 나는 식중독을 두 달간 앓았습니다. 처음에는 식중독인 줄 모르고 한 달이나 지내다 보니 기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오래 앓아온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눈도 나빠지고 병이 여러가지 겹치다 보니 몸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되도록이면 병원에 가지 않고 견디려고 하는데….”

지난 5일 타계한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생전에 쓴 마지막 산문이 23일 발간된 문예계간지 ‘아시아’의 여름호(통권 제9호)에 실렸다.

“물질적인 것에 대한 두려움 부쩍”

지난달 4일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에 기고한 ‘물질의 위험한 힘’이라는 제목의 이 산문에서 고인은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물질적인 세태의 위험을 경고한다.“살아 있는 것, 생명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요즘처럼 그렇게 소중할 때가 없습니다. 비단 인간의 생명뿐 아니라 꽃이라든가 짐승이라든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은 다 아름답습니다. 생명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능동적이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의 방현석 주간은 “지난 2월 아시아문학포럼 개최를 앞두고 선생님께 포럼 참석을 요청하는 자리에서 ‘작가로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산문을 청탁드려 쓰러지시기 직전에 원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글에서 고인은 죽음에 대해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나는 죽음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는 해도 아무리 발버둥친다 한들 죽음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그동안 살아온 연륜에서 터득한 내 나름대로의 진리입니다.”

그는 이어 “세월이 흘러서 나이도 많아지고 건강도 예전만 못하니 세상을 비관하고 절망을 느낄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며 요즘 들어 인생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피동적인 것, 물질적인 것에 대해서는 부쩍 두려움을 느낀다며 물질적인 것이 힘을 발휘하는 세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면 종놈 신세”

문학의 상업화에도 쓴소리를 했다.“문학은 추상적인 것입니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컵 같은 것이 아닙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정신의 산물을 가지고 어떻게 상업적인 계산을 한단 말입니까? 나는 독자를 위해서 글을 쓴다는 말도 우습게 생각합니다. 독자를 위해서 글을 쓴다면 종놈 신세 아닙니까?”

고인은 “요즘의 내가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운 양식에 더 이끌리고, 물질적이고 인위적인 것의 위험한 힘을 더욱 경계하게 되는 것은 나이를 많이 먹었기 때문인 것 같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기사일자 : 2008-05-24    29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