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주한 미국 대사로 지명된 캐슬린 스티븐스(55·여)가 33년 전 평화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충남 예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2~3시간씩 영어회화 가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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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스가 이 학교에 온 것은 22세 때다. 당시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백 교사는 “첫 수업시간에 자기의 한국 이름을 한글로 칠판에 한 글자씩 쓰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그 당시 시골 중학교에서 영어를, 그것도 외국인 선생님에게 배운다는 걸 상상해 보세요. 외국인을 직접 만난 것 자체가 처음이었어요. 대학을 가서도 외국인 교수에게 영어를 배운 기억이 없으니까요.”그는 그녀와의 첫 만남이 큰 ‘문화적 충격’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런 그녀가 주한 미국 대사로 지명됐다는 소식에 갖가지 추억의 편린들을 떠올렸다.
교장이 조회 때 그녀를 소개하던 일, 첫 수업시간 교실에 들어와 온화한 미소를 짓던 얼굴, 학생들이 단체로 태권도를 배우는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던 모습, 수업이 끝나면 다른 선생님들과 테니스를 치던 정경 등. 학생들은 처음 만난 벽안의 여선생님에게 쉽게 다가가지는 못 했지만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스티븐스에게 영어를 배웠던 학생 가운데 4명이 지금 예산중 교사로 재직 중이다.
●떡 등 한국음식 좋아하고 차분한 성격
스티븐스와 함께 예산중 교사로 있었던 신성현(66)씨는 “떡 등 한국음식을 좋아했다. 체격이 컸고 얌전했으며 차분한 성격이었다.”고 전했다.
백 교사는 “모든 게 낯설었을 텐데도 스티븐스 선생님은 누구와도 친해지려고 했고 친절했다. 우리 학교와 학생을 통해 한국문화를 깊이 이해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의 열정을 생각하면 대사관 일도 잘 해낼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 부임하면 제자였던 교사들과 함께 스티븐스를 만날 계획이다. 예산중 박종완 교장도 “부임 후 꼭 초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티븐스도 주한 미국 대사로 지명된 후 “당시 내가 영어를 가르친 학생들도 중년이 돼 있을 텐데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선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지난 22일 차기 주한 미국 대사로 지명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절차를 거치면 사상 첫 여성 주한 미국대사가 된다.
예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