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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16 첫 여조종사 나왔다

鶴山 徐 仁 2007. 11. 23. 17:29

하정미 대위, 임관 5년만에 주력 전투기 몰아

장일현 기자

 

 

꼭 10년 전 의사를 꿈꾸던 한 소녀가 우리 공군의 첨단 주력 전투기인 KF-16의 첫 여성 조종사가 됐다. 공사 50기 하정미(28) 대위.

22일 오전 막 비행을 마치고 충남 서산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활주로에 내려선 하 대위는 이날 우리 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그간 공군이 여군에게 넘겨주지 않았던 KF-16 전투기 조종간을 하 대위에게 처음으로 맡긴 것이다.

지난 2002년 임관한 하 대위는 작년 말까지 A-37 공격기를 조종하다 기종(機種)을 바꾸겠다고 신청, 지난 1년여 간 KF-16 훈련을 받아왔다. 하지만 작년 공군의 보라매 공중사격대회에서 A-37 공격기로 참가해 저고도 부문 우승을 차지할 정도의 실력인 그도 KF-16 조종사가 되기는 쉽지 않았다.

▲ “금녀(禁女)의 벽을 넘어 하늘 최강의 파일럿이 되겠습니다.”대한민국 최초로 우리나라의 주력 전투기인 KF-16의 조종사가 된 하정미 대위가 전투기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공군 제공
 
우선 속도부터가 달랐다. KF-16은 최고 속도가 마하 2.0(시속 약 2448㎞) 이상이고 평소 훈련 때도 시속 450노트(720㎞)로 날았다. 전에 타던 A-37 공격기보다 최대 1.5배 빨랐다. 공중훈련 때 적기의 꼬리를 물기 위해(dog fighting) 방향을 틀 때는 온몸에 ‘9G(중력가속도)’의 압력이 걸렸다. 1G는 사람이 땅에 서 있을 때 느끼는 무게로 9G가 걸린다는 것은 몸무게의 9배 중량이 짓누르는 걸 의미한다. KF-16 전투기가 여성 조종사에게 버거운 상대인 것도 이런 이유다. 하 대위는 “중력가속도 훈련이 끝나면 허벅지와 팔 등의 실핏줄이 터져 벌겋게 멍이 든 것처럼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2~3일 정도 지나야 정상이 된다”고 말했다.

하 대위가 장래 희망을 전투기 조종사로 바꾼 계기는 고3 때 찾아 왔다. 공군사관학교 홍보를 위해 학교를 찾아온 공군 관계자로부터 공군 조종사의 삶에 대해 들은 후 “평범한 일상을 떠나 하늘을 난다는 동경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꿈을 KF-16 조종사로까지 키운 것은 공군사관학교 생도 4학년 때인 지난 2001년. 그해 하계 집중훈련의 일환으로 20전투비행단을 방문했다가 날렵하게 잘 빠진 KF-16의 자태에 흠뻑 빠졌다고 했다. 여기에 ‘팰컨 패밀리’로 불리는 KF-16 조종사들의 긍지와 자부심에 부러움을 느꼈다. 하 대위는 “어릴 때부터 목표를 세우면 꼭 이루고 마는 집념이 있었다”며 “언젠간 저 비행기를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군은 지난 1997년 사관학교의 문호를 여성에 개방하고 이어 2002년에 첫 여성 조종사를 배출했다. 공군 전체 조종사 1900여 명 중 여성 조종사는 전투기·수송기·헬기 등 각 분야에서 현재 24명이다. F-16 기종 전투기를 쓰는 나라 중에서 미국은 F-16 대대 조종사 중 1명 이상을 여성 조종사로 배치하고 있지만, 대만이나 이탈리아 등에는 여성 조종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