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면의 음악평론가 세 명이 모였다. 연배도 차이가 나고 각자 전문 분야도 달랐다. 달리 할 이야기도 없고 해서 자연스레 음악 얘기가 시작됐다.
재즈 평론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요즘 한국 재즈의 흐름은….” 듣는 모두가 ‘그렇군요, 과연’ 식의 반응을 보였다. 그 다음은 국악 평론가의 순서였다. “근래 촉망받는 인재로는….” 반응은 역시 ‘정말, 흥미롭군요.’ 마지막으로 내 차례였다. “최근 인디 음악의 특징이 있다면…” 역시 ‘오오, 그렇단 말이죠’ 라는 반응이었다. 서로의 관심 영역이 완전히 다른 탓에 다른 쪽의 동향은 그저 경청할 뿐, 원활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의 사교였다.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진행 비슷한 걸 맡은 이가 그 중 누군가를 보며 놀란 듯 말했다. “어, 요즘 살이 빠지신 것 같네요.”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최근 자전거를 탄다며 그 효능과 장점을 찬미했다. 이번에는 모두의 질문이 쇄도했다. 우리의 눈은 일제히 이전까지와는 다른 총기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각자의 건강관리법을 털어놓았다. “저는 보이차를 마셔요.” “저는 하루에 3시간씩 운동을 하지요.” 아까 음악 얘기를 할 때는 찾아볼 수 없었던 진심 어린 감탄, 진정한 동조의 물결이 퍼졌다. 비장미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집념이 여기서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한강에 나가보면 비장한 얼굴로 파워 워킹을 하며 강바람을 가르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어딜 가도 건강에 대한 얘기다. 그만큼 도시인의 삶과 환경이 건강을 지킬 수 없는 구조라는 걸 거꾸로 말해주는 현상은 아닐까 싶다. 다만, 건강에 대한 집착이 스트레스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