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박상언] 서해 바다 끝자락 홍도와 흑산도는 쉽게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 가는 길이 쉽지 않아 만나기 어렵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구름에 덮여도 붉은 섬 홍도 해질녘 태양과 바다의 붉은 빛에 물들어 섬 전체가 시뻘겋게 변한다 해서 이름 붙여진 홍도를 찾은 것은 5년 만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은 옛 모습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 두 개. 당시 눈부시게 하늘이 푸르던 날이었던 반면 이날은 비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머리 위까지 내려왔다는 것, 그리고 배가 정박한 곳이 동쪽 홍도항 대신 반대편 해수욕장이었다는 것이다. "여름에는 파도 때문에 홍도항 정박이 쉽지 않어라우. 그래서 비교적 물이 잔잔한 서쪽 해수욕장 방파제를 이용허요." 5년 만에 다시 만난 광성횟집 주인이 반갑게 맞는다. 새벽을 달렸건만 어느덧 오후 4시를 넘기고 있다. 다행히 해가 길어진 덕분에 유람선 운항이 가능했다. 홍도는 작기도 하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사람 사는 두 마을을 제외하곤 발길을 들여놓지 못한다. 그래서 섬을 한 바퀴 도는 유람선이 유일한 관광 수단이다. 또한 섬은 바다에서 보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와 바람이 깎아 낸 기암괴석과 절벽이 이룬 절경이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이중 남문바위·실금리굴·거북바위·만물상·부부탑·석화굴·독립문바위·탑섬·슬픈여바위·공작새바위 등을 홍도 10경이라 불렀는데, 23개를 더해 이젠 33경을 꼽는다. 유람선은 섬 구석구석 숨어 있는 속살을 보여 준다. 아무 생각없이 스쳐 간다면 간단한 바윗덩이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은 거기에 주전자바위·ET바위·원숭이바위 등 이름을 붙이면서 갖가지 사연과 의미를 불어넣은 것이 재미있다. 홍도가 관광지로 각광받으면서 만들어진 이야기이겠지만 가이드의 구수한 입담을 듣다 보면 2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간다. ■홍도 못지않게 비경 자랑하는 흑산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둔도를 돌아오는 유람선 관광이 '흑산도 관광'을 의미했다. 섬이 워낙 커 배를 이용한 관광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8㎞에 이르는 내부 순환도로가 뚫려 이젠 직접 섬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아직 비포장 도로가 남아 있으나 크게 불편하지 않다. 길이 뚫리면서 홍도 못지않은 멋진 풍경과 섬 곳곳을 장식한 아늑한 포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섬 일주 관광은 10대에 불과한 4륜 구동 택시를 이용하면 편하다. 혼을 부른다는 초령목 군락지가 있는 곳을 지나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서 있는 상라산 전망대에 이른다. 앞으로 예리항, 뒤로 늪지를 품은 장도가 펼쳐진다. 맑은 날이면 서쪽으로 20여㎞ 떨어진 홍도는 물론 80㎞ 밖에 있는 가거도까지 시야에 잡힌다고 하는데 구름에 가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것이 유감이었다. 전망대는 또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밖에 배낭기미해수욕장 부근 부둣가 앞에 작은 섬으로 한국의 알카트라즈라 불리는 옥섬, 마치 한반도 형상으로 파 놓은 듯 구멍이 뚫린 지도바위, 제주도 상징물인 돌하루방의 얼굴을 꼭 빼닮은 흑산도 돌하루방 등 볼거리가 줄을 잇는다. 섬은 또 정약용의 둘째 형 정약전이 1801년 신유사화 때 천주학을 믿는다는 이유로, 최익현이 1876년 강화도조약을 반대한다는 이유 등으로 유배된 곳이기도 하다. 정약전이 머물던 사리에는 후학 양성을 위해 세운 사촌서당이 복원돼 있다. 그러나 관리가 되지 않아 폐가처럼 흉물스럽다. ●흑산도·홍도 연결 쾌속선 하루 세 차례 왕복 목포와 흑산도·홍도를 연결하는 쾌속선은 하루 세 차례 왕복한다. 요금은 흑산도 2만 6700원, 홍도 3만 2600원이다. 홍도를 돌아보는 유람선은 보통 오전·오후 하루 두 차례 운항하지만 손님이 많으면 증편도 가능하다. 1만 7000원. 7인승 4륜 구동 택시를 이용하는 흑산도 관광은 4인 기준 6만원, 여기에 1명씩 추가될 때마다 1만원씩 요금이 올라간다. 소요 시간은 각각 약 2시간. 숙박은 여관을 이용하거나 민박이 대부분인데 곳에 따라 더운물이 나오지 않는 등 육지보다 다소 불편하다. 개별 여행도 가능하지만 여행 상품을 이용하면 훨씬 저렴하고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성수기에도 교통·숙박 등에 대해 염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테마투어(www.wrtour.com)는 용산역에서 KTX를 이용, 홍도·흑산도를 여행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왕복 교통비·숙박(2박)·식사(6식)·유람선(홍도·흑산도) 각 1회 등을 포함해 26만 5000원에 판매한다. KTX 대신 리무진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25만 5000원. 02-733-08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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