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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백두산 천지가 구름에 가렸다가 벗었다가 하면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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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윤성효 |
| 버스를 타고 14시간 달린 뒤에야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었다. 중국 심양에서 4일 오후 4시에 출발한 버스는 밤을 꼬박 새워 5일 오전 8시가 되어 백두산 아래 동네에 도착했다.
5일 새벽, 미리 예약해 놓았던 숙소에 들러 간단히 샤워를 하고 허기진 배를 채운 뒤 다시 달렸다. 버스는 퉁화시와 매화구, 송강하 등을 지났다. 또 백두산 아래 산문에서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1시간 가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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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2691m의 마천우봉. 웅장한 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이내 구름이 몰려와 덮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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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윤성효 |
| 천지까지 오르는 데는 4개의 길이 있다. 방향을 따서 동ㆍ서ㆍ남ㆍ북파가 그것. 동파만 유일하게 북한쪽에서 오르는 길이다.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보고싶다는 생각에 서파를 택했다.
백두산 일출을 볼 요량으로 밤을 새워 달렸지만 허사였다. 일출광경은 미리 신고를 해야 하지만 그것도 더 이른 시간이 되어야 했던 것. 아쉽지만 그날 맨 먼저 서파 산문에서 백두산의 중국 이름인 '장백산'(창바이산, 長白山)이라 새겨진 큰 문을 통과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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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서파 입구를 지나 셔틀버스를 타고 오르는 길은 2차선으로 포장이 되어 있다. 길 옆으로 넓은 산등성이는 모두 야생화꽃이 만발해 또 하나의 장관을 이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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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윤성효 |
| 우리 이름인 '백두산'을 두고 '장백산'이라 새겨진 문 아래를 지나니 마음이 무거웠다. 곧게 뻗은 길을 지나니 두세 사람의 팔로 안아야 할 정도의 나무들이 열병하듯 서있다. 밀림 속에서 호랑이가 뛰쳐나올 것만 같았다.
20여분 가량 오르니 꽃밭이 펼쳐졌다. 야생화 화원이란다.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란다. 어느 정원보다 아름다웠다. 막 피기 시작한 꽃봉오리들이 앞 다투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넓은 산등이 전체가 노랑ㆍ보라색 꽃으로 된 이불을 덮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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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천지 주차장에 있는 '천지' 안내판. 사진 왼쪽으로 돌계단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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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윤성효 |
| 꼬불꼬불 길을 오르니 구름이 몰려왔다 사라지면서 천지를 덮었다 벗겼다 했다. 주차장 한 귀퉁이에 있는 매점에는 한글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얼마나 한국 사람이 많이 오는지를 실감할 정도였다. '비빔밥'이 아니라 '비빈밥'이고, 그냥 '라면'이 아니라 '신라면'이라고 해놓은 게 먼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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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0여개가 넘는 돌계단을 오르면 천지가 보이는데,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가마를 타고 오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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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윤성효 |
| 1230여개 계단을 올랐다. 천지에서 내려오는 물이 크고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리고 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은 두 명이 메는 가마를 타고 오르면 된다.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들도 천지까지 오를 수 있다. 물론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돌계단을 오르니 천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왼쪽으로는 깎아지른 마천우(해방 2691m)봉우리가 천지 쪽으로 쏟아질 듯 위태롭게 솟아 있다. 눈앞에 있는 큰 봉우리도 일순간에 구름이 몰려와 덮어 버리면서 숨어버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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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측에서 천지에 세워 놓은 안내판으로 제사와 예배를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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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윤성효 |
| 천지에 오르니 가까스로 구름이 걷혔다. 천지의 푸른 물 바닥이 보이고 건너편 봉우리도 눈에 들어왔다. 함께 간 일행들이 모두 자기 때문에 천지가 보인다고 말할 정도다.
'5호 경계비'가 서 있다. 그 옆으로 작은 철근을 이어 경계를 표시해 놓았다. 경계비 한 쪽에는 한자로 '중국'이라고 반대편에는 한글로 '조선'이라고 써 놓았다.
마침 북녘 경비병이 없어 '중국'과 '조선'을 편하게 오고 갈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국경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은 것이다. 이곳처럼 마음대로 북한을 오고갈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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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호 경계비. 사진에서 사람이 서 있는 쪽이 북한 땅이다. 경계비 한 쪽에는 한글로 '조선'이라고 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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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윤성효 |
| 또 하나의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붉은 글씨로 되어 있다.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제사나 예배, 앉아버티기를 못한다"고 되어 있다. 안내자는 중국의 동북공정 탓이라고 소개했다. 천지에 올라 하산하지 않고 앉아버티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중국 감시원 몰래 두 손을 모으는 이도 보였고, 절을 세 번 하는 이도 보였다. 각자 개인 소원도 빌었겠지만, 내려오면서 물어보니 '민족통일'도 빌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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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인데도 백두산 기슭에는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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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윤성효 |
| 위험하더라도 천지 꼭대기만 삥 둘러보고 싶었지만, 걸어 갈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멀리 보이는 청석봉(2662m)이며 백운봉(2691m) 녹명봉(2603m) 관일봉(2520m) 차일봉(2596m)을 뒤로 하고 다시 계단을 내려 왔다.
셔틀버스를 타고 오면서 '자연 화원'에 들어 향기도 맡아 보았으며, 금강대협곡도 보았다. 다시 심양 숙소로 돌아오기 까지 버스로 10시간 넘게 걸렸지만, 천지를 보았다는 생각에 피곤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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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서파 입구를 지나니 자연 상태로 조성된 꽃밭이 있었다. 온갖 야생화가 피어 백두산 기행의 또 다른 볼거리를 안겨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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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천지 아래에 있는 주차장 매점에는 현수막이 있는데 '비빔밥'을 '비빈밥'이라고 해놓은 게 특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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