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박상언] 강원도 정선에서 평창을 거쳐 영월로 흐르는 동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구절양장이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물줄기는 극단적 사행천의 모습을 보여 준다. 65㎞ 동강의 한가운데 자리한 곳이 평창군 미탄면 문희마을이다. 오지 중 오지였으나 10여 년 전 래프팅 동호인들을 통해 전해지면서 제법 유명세를 탔다.
사방의 시야가 막혀 있는 심심산골이지만 산과 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기도 하다. 2008년 개장 예정인 백룡동굴(천연기념물 260호)과 동강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칠족령이 지척이다. 그 한가운데 최근 오픈한, 작지만 예쁜 펜션 뜨라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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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탄성 절로 뿜어내게 하는 칠족령
동강이 우리나라 대표적 사행천이지만 구불구불 이어지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은 문희마을 주변에서만 가능하다. 백운산(882m)에서 조망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왕복 5시간 가까운 산행과 정상까지 계속 오르막길이라 부담스럽다 .
백운산 못지않게 동강이란 이런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칠족령이다. 문희마을에서 1.6㎞ 떨어진 언덕으로 쉬엄쉬엄 40분 가량 오르면 이른다. 왕복 1시간 30분이면 충분해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도 제격이다.
초행길임을 감안해 김정하(44) 동강레포츠 사장이 동행했다. 이 지역 토박이로 동강에서 래프팅을 시작해 동강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사재를 털어 동강 보호에 앞장서 온 '동강의 산증인'이다.
칠족령에 오르는 길은 능선을 타는 까닭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5월의 녹음은 하늘조차 가린 듯 어두침침하다. 비 내린 다음날이어서인지 풀내음이 싱그럽기만 하다. 김 사장은 칠족령에 대한 전설을 설명했다. "옛날 강 건너 정선군 제장마을에 한 양반이 살고 있었답니다.
이 양반이 가구에 옻칠을 하려고 사발에 칠을 담아 뒀는데 기르던 개가 이 사발을 뒤엎은 뒤 사라졌다고 합니다. 개의 발자국은 산을 향하고 있었고, 주인이 이 발자국을 따라가니 개가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었더랍니다. 주인이 정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살펴보니 어땠겠어요? 생전 처음 보는 장관이었지요. 그때부터 고갯마루 이름을 칠족령이라 불렀답니다."
'설마'하는 생각으로 김 사장의 뒤꿈치를 따라 산행을 계속했다. 출발 지점은 제장마을의 반대인 문희마을이다. 마을에서 900m쯤 떨어진 곳에 한 길이 넘는 돌무덤이 있다. 잠시 쉬어 가는 쉼터이기도 하다.
다시 10여 분 오르자 갈래가 나타난다. 왼쪽으로는 백운산, 오른쪽으로는 칠족령이란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지 잠시 뒤 전망대에 이르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백운산을 휘감고 왼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강은 건너편 높이 150m의 파랑새절벽과 하방소를 지나 소사마을을 휘감은 뒤 다시 커다란 굴곡을 그리며 흐르다 모습을 감춘다. 여울과 소가 번갈아 등장, 래프팅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제장마을에서 진탄나루까지 12㎞의동강 래프팅 상류 코스의 백미가 바로 이곳이기도 하다. 평창군은 최근 이곳에 작은 전망대를 세워 비경 감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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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태극이 만나는 뜨라래펜션
동강은 촌과 촌을 이어 준다 해서 연촌강이었다가 움푹 들어간 형상이 오동나무 중간을 파내 만든 가야금과 비슷해 '오동나무 동(桐)'자를 썼고, 일제 강점기 때 서강에 빗대 '동녘 동(東)'자를 이용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주변 석회암층의 단층 운동과 습곡 운동의 반복으로 지금의 협곡이 만들어졌고 그 사이로 강물이 흘러가고 있다. 강의 모습은 지그재그 형태이지만 옆에서 보면 마치 태극 문양을 그려 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문희마을은 두 개의 태극 문양이 만나는 지점이다. 태극 문양이 만나는 곳 가운데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왼쪽으로는 백운산을 끼고 도는 한 개의 태극 문양, 오른쪽에 영월로 흘러드는 물줄기가 또 하나의 태극 문양을 만들어 낸다.
그 한가운데 언덕 위에 예쁜 통나무집이 자리 하고 있다. 지난 3월 문을 연 뜨라래펜션(www.raft.co.kr)이다. 백룡동굴 앞 무당소를 지나온 강물이 펜션으로 흘러 들어오다 코앞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나간다. 하나의 태극이 끝나고 새로운 태극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한 펜션 뒤에는 낙타 등처럼 생긴 쌍봉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어우러진다. 한 풍수지리학자는 이곳을 보기 드문 명당이라고 했단다. 실제 달밤에 창밖을 통해 펼쳐지는 강과 산의 풍경은 별천지를 연상케 한다.
2층 통나무집으로 된 펜션의 객실 다섯 개는 자갈여울·암반여울·홍두깨여울황새여울 어라연 등 이름도 색다르다. 이중 어라연을 뺀 4개의 이름은 문희마을에서 진탄나루까지 4㎞ 구간을 흐르는 동강이 만든 여울의 이름이다.
이곳은 강폭이 넓으면서도 여울이 많아 특히 카약을 배우는 데 좋은 조건을 갖췄다. 김 사장이 펜션을 오픈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사장은 2004년부터 이 지역에서 카약 강습과 투어링을 병행하고 있다. 7월부터는 스쿨을 개설해 체계적 강습도 계획하고 있다. 펜션은 9평~15평형 있다. 가격은 12만~15만원(주말 기준)이다. 033-333-6600.
■가는 길
영동고속국도 새말IC에서 나와 42번 국도를 이용해 홍성군 안흥면과 평창군 평창읍을 거쳐 정선 방향으로 간다. 뱃둔재터널을 지나 내리막길을 다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좌회전하면 미탄면을 만난다. 다시 약 5분쯤 가면 오른쪽으로 마하리·문희마을 이정표를 만난다. 아스팔트 포장 도로 끝까지 가면 마하리에 이르고, 다시 강변으로 돌을 쌓고 그 위에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을 달리면 문희마을에 이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