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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학은 오랫동안 재단의 비리에 시달렸던 가장 대표적인 사학이었다. 거액의 건축비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것은 물론, 노골적으로 부정입학을 저질렀다. 입학 시험지에 감독 교수가 도장을 찍고 스카치테이프를 붙이는 것도 못하게 했다. 학교의 보직은 모두 이사장의 친인척들 차지였다. 등록금 인상 반대 운동을 하는 학생들을 ‘빨갱이’로 몰기 위해서 “가자! 북으로”라는 글이 쓰여진 문서를 만들어 뿌리고는 학생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짓까지 했다. 엄청난 액수의 등록금이 이사장의 개인 재산으로 둔갑했다.
교수들과 학생들, 그리고 교직원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상황을 견딜 수 없어서 싸우기 시작했고, 이사장은 비리혐의가 입증되어 실형이 언도되었다. 그는 재단이사장직을 떠나야 했고, 상지대학에는 임시이사가 파견되었다. 그 이후 상지대학은 성공적인 민주화모델로 자리잡아가게 되었고, 임시이사 체제는 정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그렇게 될 때까지 학교 구성원들은 모든 노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봉급의 일정 부분을 떼어 학교 발전기금을 만들고, 오랜 세월 동안 비리재단에 뜯어먹혀 초토가 된 학교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정이사 체제로 바뀐 뒤, 상지대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중부권의 명실상부한 대표적 사학으로 거듭났다.
전재단이사장은 재단반환소송을 내었고, 상지대학은 1,2,3심 모두 승소했다. 그 과정에서 전 재단이사장은 상지대학의 설립자가 아니며, 상지대학의 전신인 원주대학을 인수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자 전 재단이사장은 이번에는 정이사 체제를 문제삼아 다시 소를 제기했다.1심에서는 상지대학이 승소했지만,2심에서는 패소했다. 이 재판은 4월 최종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만일 정이사 체제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판결이 내려지면, 상지대학은 다시 임시이사 체제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발전의 기조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 임시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모든 사학들에도 큰 타격이 갈 것이다. 상지대학 문제는 상지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재단의 비리를 극복하고 민주화 과정에 있는 모든 사학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만에 하나 정이사 체제를 부정하는 판결이 나올 경우, 상지대학의 그 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만다. 전 재단이사장이 개입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만일 그에게 학교가 돌아간다면, 상지대학은 학교가 아니라 학관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그에게 학교는 부동산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상지대학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그의 재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그 재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에 투자되어, 그는 지금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부동산 부자가 되어 있다. 그런 인사가 학교를 운영할 자격을 가지고 있을까? 재판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김정란 시인 상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