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만하다 살걸 그랬습니다 ♣
박현진
인생의 절반 이상은 사랑하며
살아 가는 것이 자명하다지만
해거름으로 붉어지는 강어귀의
물빛처럼
당신 사랑으로 귓볼 붉어져 옵니다
서슬퍼런 사랑의 칼날에 베어
상처에 소금을 뿌린것 처럼
아려오는 마음 내몰라라
펄펄 끓어 오르는 정으로
가슴이 조여옵니다
간절 함으로 당신 눈을 읽어 나가지만
천년을 두번 기다림으로 엮인
당신 사랑이 너무나 커서
눈시울이 붉어 집니다
사랑에 울고 웃는 광대 처럼
마음에 범람하는 눈물의 수위가
조절이 되질 않는 것을 보니
차라리 사랑이 아닌
무심함으로 살걸 그랬습니다
이제는 가뭄 처럼 고갈된 애정
더 이상 눈물 흘릴일 없을줄 알았는데
주루룩 뺨을 타고 흘러 내리는 눈물보며
눈물의 깊이 만큼
당신을 향한 사랑을 알 수가 있습니다
옷깃을 적시는 애정이라도 좋습니다
줏어 담을 수 없는 미련이라도 좋습니다
멈추어진 심장의 박동수를
뜨거워진 붉은 피로 펌프질
할 수 없다면
망각의 가위로 도려내어도
그림자 남는 다면
사랑만 하다 살걸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