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想像나래 마당

호주의 하늘을 보며 옛 사랑을 생각한다

鶴山 徐 仁 2006. 11. 19. 11:28
 
   
   
  서정후님께 드립니다.
     
호주의 하늘을 보며 옛 사랑을 생각한다

호주의 하늘은 드높고 푸르기만 하다. 그 하늘 아래로 곧 바로 뚫어진 고속도로를 달리노라니 40여 년 전 즐겨 읊조리곤 하였던 헤르만 헷세의 시 ‘흰 구름’이 입에서 저절로 읊어진다.
그 시절 가슴 저리게 사랑하였던 여인이 새삼 그리워진다.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던 때였다. 홀어머니 밑에서 교회만 다녔던 나는 숫기가 없어 그렇게나 사랑하였던 그녀에게 제대로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 보지도 못하였다. 모처럼 만나게 되면 가슴부터 떨려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였다. 무슨 말이라도 걸어볼까 허둥대는 동안에 그녀는 지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노란 바탕에 붉은 줄무늬가 있는 옷을 자주입고 다녔다. 한 번은 대구시내 중앙통에 한 서점에 들렸다가 밖을 보았더니 노란바탕에 붉은 줄무늬 옷이 지나는 것이었다. 기쁨에 넘쳐 서점을 나가  뒤따라 잡았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젖 먹던 시절의 힘까지 다 내어 “OO씨 안녕하세요?”
하고 등 뒤에서 말을 건냈더니 돌아보는 얼굴이 다른 여인이었다.
 
그때로부터 세월이 지나기를 정확히 43년이 지났건만 그녀의 순수해 보이던 얼굴 모습과 그녀가 즐겨 입던 패션이 내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목회하느라 뉴라이트 운동하느라 한 동안 잊고 있었던 그녀의 모습이 호주 땅에 와서 높고 푸르른 하늘을 보며 다시 생각나는 것은 어쩐 일일까?

 

 

'想像나래 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잊혀진풍속  (0) 2006.12.13
1962년의 한국  (0) 2006.11.27
역사 속 오늘 (영상)  (0) 2006.11.18
[스크랩] 한많은 피난살이  (0) 2006.11.15
[스크랩] 초원의 빛(펌)  (0) 2006.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