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노가 이리도 아름다우랴 | |
바다 한눈에 들어오는 최남단 어촌 나이든 해녀 70명 아직도 ‘물질’ 스쿠버에겐 건너편 범섬이 ‘수중천국’ 30m 돌기둥 지삿개 장엄함은 아찔 | |
정상영기자 | |
초가을의 제주도 서귀포 칠십리 바닷길은 온통 푸른 세상이다. 나날이 높아져가는 파란 가을 하늘과 그림같이 어우러지는 쪽빛 바닷길을 돌아다보면 문득 따사로운 가을볕과 닮은 어촌과 만난다.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아래 국내 최남단 어촌인 법환마을이 그렇다.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의 배경이 되었던 이 마을은 제주에서도 잠녀(해녀)가 가장 많은 어촌이다.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아래로 내려오자 막다른 바닷가 두머니물과 마주친다. 푸르고 싱그런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 멀리 바라다보이는 범섬과 새끼섬을 오른쪽으로 끼고 비포장길을 500미터 가량 따라가자 해녀탈의실에 이어 법환리 포구가 나타난다.
해녀의 상(왼쪽 사진)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포구에는 고기잡이배들이 정박해 있고 몇몇 촌로가 가을 햇살 아래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예전부터 이 마을은 여자가 16살이 넘으면 모두 물질에 나섰다. 아직도 잠녀가 110명 정도 살고 있지만 거의 60대 이상의 고령으로 이제는 70명 정도만 물질을 한다.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80대 잠녀도 있다. 해녀회장 고기숙(51)씨는 “물때에 맞춰 새벽이나 저녁에 4~5시간씩 물질을 해 소라와 전복, 성게, 해삼을 잡고 보말도 딴다”며 “요즘은 물줄기가 바뀌어서 그런지 전복과 소라도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환마을은 최남단 어촌답게 바다가 시원스레 한눈에 들어오는데 가까이 범섬부터 멀리 문섬과 섶섬, 외돌개 절벽과 어울리는 풍광이 빼어나다. 특히 새벽녘에 문섬 앞에서 떠오르고 지는 해돋이와 해넘이를 보려고 많은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해마다 8월이면 법환포구에서는 ‘법환수산일품 한치 큰잔치’를 열어 제주인들과 외지 관광객들에게도 싱싱한 한치 맛을 선보인다.
마을 이장 변만순(51)씨는 “우리 마을은 최영 장군이 제주도를 오랫동안 지배했던 몽골군의 잔재를 격퇴한 역사 어린 곳”이라며 “문화관광부 역사마을로 지정되었다”고 자랑한다. 포구에서 마주보이는 범섬은 모양이 호랑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옛날 사냥 나갔던 사냥꾼이 잘못해 옥황상제의 배를 건드리자 옥황상제가 크게 화가 나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던져 범섬이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무인도에는 희귀식물과 미기록 해산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2000년 7월18일 범섬 전지역과 1㎞ 이내의 해역이 천연기념물 제421호로 지정됐다. 특히 육각의 주상절리와 기암괴석, 온갖 해조류와 대규모 산호군락으로 꾸며진 수중세계가 ‘신의 궁전’이라고 불릴 만큼 경관이 빼어나 수중 스쿠버들이 즐겨 찾는다.
범섬은 또 고려 공민왕 시절 원나라의 패잔병과 목자들이 제주도를 점거하고 난동을 부리자 최영 장군이 제주도에 내려와 섬멸한 곳이다. 지금도 최영 장군이 범섬으로 도망간 원의 잔당을 뿌리뽑기 위해 법환포구에 막을 치고 숙영했던 막숙, 성을 쌓았던 군성(군자왓), 활쏘기를 연마했다던 사장앞, 병기를 만들었던 병듸왓, 범섬을 공격하기 위해 나무로 배를 엮어 범섬까지 연이었던 배염줄이, 군사를 조련시켰던 오다리 등 지명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바람의 섬답게 제주도는 바람과 바다가 빚어내는 빼어난 볼거리가 곳곳에 숨어 있다. 대포동 주상절리대가 그런 곳이다.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서 중문관광단지로 가다보면 컨벤션센터 아래 대포동 바닷가에 거대한 육각형 돌기둥이 해안선을 병풍처럼 둘러친 주상절리대가 나온다. 1.75킬로미터 해안에 걸쳐 높이가 30미터는 족히 됨직한 육각형 돌기둥이 깎아지른 절벽을 이루고 있는 장관을 보노라면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제주인들에게는 지삿개 또는 모시기정으로 더 알려진 주상절리대는 화산이 폭발할 때 바다로 흘러내린 용암이 급속히 냉각 응고되면서 형성되었다.
지난주 태풍 ‘산산’이 제주도에 상륙해 태풍주의보가 내려졌을 때 오히려 주상절리대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었다. 거센 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성난 파도가 거대한 돌기둥을 타고 20여 미터까지 용솟음쳤다가 파란 하늘에서 장엄하게 포말로 부서져 내린다. 서귀포 바다는 신의 궁전이다.
서귀포/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현무암 위에 피어난 야생꽃 예술
석부작 테마공원 1만여점 전시
제주도 서귀포 호근동에는 제주의 자연석에 풍란과 야생초 등을 접목시킨 대규모 석부작 테마공원이 있다.
지난 7월 팜스테이펜션 귤림성에 문을 연 1만2천여평의 테마공원에는 투박한 제주도 현무암에 풍란 및 제주도 야생초류 등을 착근시킨 석부작 1만여점이 전시돼 제주도의 독특한 멋을 알리고 있다. 숭숭 뚫린 구멍, 거친 질감과 투박한 모습의 제주도 돌덩이에 고란초, 풍란, 붉은사철난초, 쇠뿔석이 등 갖가지 녹색생명이 뿌리를 내려 자연의 신비가 느껴진다.
귤림성은 지난 5월 서귀포시로부터 풍란석부작을 판매할 수 있는 보존자원 매매업 허가증을 교부받았다. 이곳에서 발급하는 반출증 없이는 석부작을 도외로 반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테마공원에는 석부작을 직접 만들어갈 수 있는 체험학습장과 제주도 특유의 자연괴석 3만5천여점과 삼백초, 층층고란초, 섬공작고사리, 공작이끼 등 야생화 500여종, 작은 연못, 폭포, 제주의 전통초가 등이 그림같이 어우러진 야외정원이 꾸며져 있다. 또한 재래식 된장과 간장, 고추장이 듬뿍 담긴 전통 장독대, 감귤이 영글어가는 8천여평 규모의 감귤원 등이 조성돼 있어 멀리 보이는 한라산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산책하면서 제주도의 가을을 느낄 수 있다.
귤림성에서는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 감귤원에서 영주 10경 가운데 하나인 귤림추색을 감상하면서 싱그러운 귤을 직접 따서 먹을 수 있는 감귤따기 체험을 벌인다. 민명원 대표는 “제주도 현무암은 숭숭 뚫린 구멍, 거친 질감과 투박한 모습 때문에 흔히 지나쳐 버리기 쉽지만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 야생초류들이 자라기 적합한 제주만의 보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귤림성 팜스테이펜션에서는 침대와 가구, 욕실 등 모든 것을 통나무로 꾸민 정통 미국식 목조주택에서 숙박을 할 수 있다. 또 최근에 천년 전통의 시리아 아델팬사가 옛 프랑스 왕실에 납품했던 마르세유 수제비누에 귤림성과 광주여대 산학협력단이 기술제휴해 진피, 백련초, 8년 숙성 산야초 효소, 유기농 녹차 등을 첨가해 만든 천연수제비누를 내놓았다. (064)739-3331. www.gyulimsung.com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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