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우리나라 畵壇

변시지 그림. 이생진 글

鶴山 徐 仁 2006. 10. 4. 11:31
하늘로가려던나무 나무가 겁없이 자란다 겁없이 자라서 하늘로 가겠다한다 하지만 하늘에 가서 무얼한다 갑자기 허탈해진다 일요일도 없는 하늘에 가서 무얼한다 나무는 그지점에서 방황하기 시작한다 고백 이젠 잊읍시다 당신은 당신을 잊고 나는 나를 잊읍시다 당신은 내게 너무 많아서 탈 당신은 당신을 적게 하고 나는 나를 적게 합시다 당신은 너무 내게로 와서 탈 내가 너무 당신에게로 가서 탈 나는 나를 잊고 당신은 당신을 잊읍시다 유혹 神은 날 직선으로 유혹했지만 나는 항상 곡선으로 달아났다 圓으로 둘러주는 사슬을 가슴으로 풀며 조금씩 생기는 자유는 혼자 쓰기도 모자라서 기다리며 살아왔다 고독 나는 떼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이해 성산포에서는 살림을 바다가 맡아서 한다 교육도 종교도 판단도 이해도 성산포에서는 바다의 횡포를 막는일 그것으로 둑이 닳는다 섬마당의 아이들 바다가 앞뒤로 들어찬 섬마당에서 아이들은 즐겁다 복잡한 내일이 보이지 않아 오늘이 즐겁다 소나무는 크면서 물 건너 미래가 보이는데 아이들은 고개를 들어도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십 년 후엔 노인만 남을 것 같고 오십 년 후엔 소나무만 남을 것 같은 마을 지금 아이들에겐 그것이 보이지 않아 즐겁다 외로울 때 이 세상 모두 섬인 것을 천만이 모여 살아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욕심에서 질투에서 시기에서 폭력에서 멀어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떠있는 섬 이럴 때 천만이 모여 살아도 천만이 모두 혼자인 것을 어찌 물에 뜬 솔밭만이 섬이냐 나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취한 사람 취한 사람은 사랑이 보이는 사람 술에 취하건 사랑에 취하건 취한 사람은 제 세상이 보이는 사람 입으로는 이 세상 다 버렸다고 하면서도 눈으로는 이 세상 다 움켜쥔 사람 깨어나지 말아야지 술에 취한 사람은 술에서 사랑에 취한 사람은 사랑에서 깨어나지 말아야지 화장하는 여인 바다 앞에서 거울을 보며 눈썹을 그리는 여인 바다가 뭐라고 하는 것 같아서 빙그레 웃었다 다시 나만 남았다 다시 나만 남았다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렀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리로 박힌 나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내가 많아도 나는 외로웠다 검은 抒情 제주 바닷가에는 까마귀떼만 자욱하다 耳鳴같은 파도소리에 묻히는 까마귀떼 울음소리만 자욱하다 해 뜨기 前 예감의 시간에 바닷가로 나온 검은 점술의 巫女들이 부르는 降神의 휘파람 소리 휘파람 소리만 자욱하다 솟구치는 파도의 이랑보다 더 깊은 저 生者와 죽은 이의 靈界를 넘나들며 슬픈 혼백들을 달래는... 새와 나무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길 떠나는 친구에게 친구여 빛나는 너의 어깨 위에 사랑의 향기 그득하구나 긴 항해를 마치고 항구에 선 너를 축복하듯 부둣가엔 환영 인파 그득하고 믿음으로 일궈낸 너의 사랑의 이랑과 진실로 짠 나지막한 맹세는 너무나 당당하구나 언젠가 망망한 바다의 복판에서 말했었지 고독한 항해를 맺고 싶다고... 거대한 파도를 넘고 빙하의 바람꽃 바다에 미끄러지듯 사랑의 돛을 달아 이제 포근한 항구에 네 생의 닻을 내린 친구여 언제나 넉넉한 맘으로 네 맘 선장의 명에 따라 그렇게 살아가려무나 친구여. 조랑말 말아 제주돗 말아 어쩌면 네 눈이 내 눈 같고 네 갈퀴가 내 머리카락 같냐 말아 흰 이빨 드러내고 우는 말아 너도 아마 긴긴 하루 해가 그리 서러운가 보다 우리 함께 서귀포에 목을 안고 서면 이대로 살고 싶은 물길 천리 혼자 남았을 때 다 떠나고 혼자 남았을 때 람이기보다 흙이었으면 돌이었으면 먹고 버린 귤껍대기였으면 풀되는 것만도 황송해서 오늘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돌틈에 낀 풀을 잡고 애원하는 꼴이 뿌리만도 못한 힘줄로 더듬더듬 밧줄을 찾았지만 고독엔 밧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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