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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事 資料 綜合

미국 `2009년 전작권 이양` 진짜 속셈은

鶴山 徐 仁 2006. 10. 3. 09:31
2006/09/11 (월) 08:37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 정부가 원하는 것보다 3년 이른 2009년에 이양하겠다는 미국의 진짜 속셈은 무엇일까. 백악관.국방부.국무부 등 이 문제와 직접 관련된 3개 기관 관계자와 싱크탱크 전문가들의 발언과 분석을 종합해 보면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주한미군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계획(GPR)과 관련, 한국 요구대로 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둘째, 동맹보다는 줄곧 '자주'를 강조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미국의 좌절감(frustration)을 담았다는 것이다. 셋째, 내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02년처럼 또다시 반미 분위기가 고조되는 걸 차단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마지막은 한국의 미국 무기 구매가 늘어난다는 점이었다. 한마디로 미국에 1석4조(一石四鳥)를 안겨 주는 '꽃놀이패'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백악관과 국무부는 초기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주무 부처인 국방부가 앞에서 잡아끌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백악관.국무부 '주저' 동맹 흔들 이슈 "서둘지 말자"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부는 지난해부터 국방부의 전작권 이양 드라이브에 여러 차례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마이클 그린 전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연구원 등이 그렇게 전했다. 한국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백악관은 53년간 유지돼온 한.미 동맹의 기본 틀을 흔들 수 있는 중대 이슈를 이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처지인 만큼 전작권 문제는 시간을 두고 다루자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그때마다 "문제없다"고 일축했으며 최근에는 "그러기엔 이미 늦었다"며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달 14일 펜타곤(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전 세계 미군 야전지휘관회의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은 전작권 행사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럼즈펠드 장관의 보고에 "같은 생각(I agree)"이라고 응수한 것이다.

한 소식통은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한.미 동맹을 미.필리핀, 미.태국 간 동맹 수준으로 낮추고 일본과 싱가포르.호주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 동맹국으로 삼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럼즈펠드 국방은 '강행' 미 군수업계 이익 고려했을 것

워싱턴의 군사 소식통에 따르면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해 초 노무현 대통령이 전작권 환수 문제를 처음 제기한 뒤부터 "한국이 원하는 대로 전작권 이양 문제를 적극 고려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플레이크 연구원은 "럼즈펠드 장관은 부시 대통령을 여러 차례 독대하며 전작권 이양을 강하게 설득했다"고 전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최근 "북한은 더 이상 남한에 위협이 못 된다"고 말해 미군이 북한을 직접 상대하는 시대는 갔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럼즈펠드가 전작권 이양에 적극 나선 데에는 ▶한반도에 묶인 주한미군을 이라크 등 필요한 지역에 투입 가능한 기동군으로 재편하려는 계획과 ▶주한미군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 방지와 제거에 집중하고, 대북 방어는 한국군이 맡아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플레이크는 분석했다. 그는 또 "한국이 전작권을 단독 행사할 경우 한국의 무기 체계상 대미 의존도가 더욱 커져 미국 군수업계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럼즈펠드 장관은 아주 솔직하게 자기 본심을 말한 것"이라며 "그에게 전작권은 더 이상 큰 관심사가 아니며 한국에 넘겨줘도 별문제 없다는 판단을 굳힌 상태"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 공공정책연구소의 로버트 두재릭 동북아 담당 연구관은 "미국에 한국의 존재 가치는 과거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싱크탱크 분석은 노 정부에 쌓인 좌절감도 작용

데릭 미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노 대통령이 전작권 이양을 먼저 주장하고 나서지 않았다면 럼즈펠드 장관은 전작권 이양을 이처럼 강하게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만 생각하기엔 미국의 세계적 현안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결국 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럼즈펠드 장관에게 아주 좋은 선물을 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플레이크 연구원은 "미 국방부의 전작권 조기 이양 추진에는 그동안 한국에 쌓여온 좌절감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언급했다. 한국이 동맹과 관련된 주요 현안마다 미국과 각을 세우고, 북한에 대한 시각도 달리하는 만큼 차라리 한.미 동맹을 한국이 원하는 형태로 재편해 한국 내 반미 분위기를 잠재우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양 시기를 2009년으로 잡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부시 대통령이 재선 임기를 마치는 2009년까지 전작권 이양을 매듭지어 이를 부시 행정부의 업적으로 굳히고 ▶미국이 전작권 이양을 머뭇거린다는 비판을 봉쇄해 한국의 반미세력이 이 문제를 내년 대선에 이용할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군의 한 소식통은 "그동안 동맹의 주춧돌이었던 전작권과 연합사 체제가 이제는 동맹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면 조기 이양이 앞으로의 동맹 관계에 좋겠다고 미 국방부가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이 전작권 이양 시점을 2009년으로 완전히 확정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플레이크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그런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미첼 연구원은 "전작권 문제는 14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stoncol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