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추진위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양측 대표단의 표정은 밝았다. 남북한 양측 대표단 모두 활짝 웃고 있었다. 남북 당국자들에게서
그처럼 밝은 웃음이 나온 게 얼마 만인가. 지난 7월12일 새벽의 일이다.
이 회의를 주관했던 정동영 장관은 당시 "그동안 일방적
지원성격이 강했던 경협사업을 서로 '주고받는' 협력의 형태로 전환하게 됐다"고 했었다. 국민도 대북 지원이 한 걸음 발전된 양상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반겼다.
모두들 경협은 이제 큰 고비를 넘겼다고 믿었다. 앞으로는 남북 간 스트레스의 큰 축이 풀려나고 이제 '북핵문제'만
풀리면 남북간의 현안(懸案)은 모두 해결되고 만사가 정상으로 돌아가려니 했었다.
그러나 실제는 전혀 달랐다. 북한은 최근
남쪽에 신발 6000만 켤레와 양복 2000만 벌의 원자재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간 온갖 대북지원 아이디어를 짜내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던
통일부 역시 이에 뒤질세라 국민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계획들을 일거에 쏟아냈다.
북한의 요청은 지난 7월 남북경제협력추진위
회의에서의 "남과 북은 쌍방이 가지고 있는 자원 자본 기술을 결합시켜 새로운 방식의 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는 합의를 근거로 한
것이었다.
통일부도 이와 때를 맞추어 내년부터 5년간 북한의 전기·농업·경공업·수산·광업 분야 지원에 5조2500억원이
소요되는 계획서를 내놓았다. 통일부가 2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운용계획은 경수로계정 1조3702억원까지 더해 올해
규모(1조2천525억원)에 비해 110.3% 늘어난 2조6천334억원(26억3340만 달러)에 달한다.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이
고갈양상을 보이고 있어 정부 재정만으로는 (대북지원을) 감당하지 못할 형편"이라며 내년에는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국채(國債)국채 발행으로 조성된
'공공자금 관리기금'에서 4500억원을 끌어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빚을 내서라도 북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있다. 대북(對北) 경수로
건설비용은 전적으로 제외되어있는 그림이 이 지경이다.
통일부는 이 같은 대북 지원계획이 지난 7월 남북경제협력추진위 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수순의 속도라면 이미 북에 보내고 있는 쌀·비료 등의 지원비용(연간 약 1조원)에 더해 앞으로
투입될 도로·통신 등의 인프라구축 지원비용까지 합치면 향후 5년간 20조원이 넘는 거액이 소요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당초 남북
경제협력추진위 회의를 마치고서 했던 그의 제일성(第一聲)이 상당부분 바뀌어 이처럼 국민을 압박하고 있다. 수시로 말을 교묘하게 바꾸는 '정동영
장관의 언변(言辯)과 모호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용의주도하게 작성된 합의규정'에 국민이 결과적으로 놀아난 꼴이 된다.
지난 7월 당초
통일부의 어설픈 성명을 북한이 '상호주의 원칙'을 존중하는 것으로 믿고 반겼던 국민으로서는 황당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말이 남북경협일 뿐, 정부
설명과는 정반대로 대북지원은 이처럼 일방적인 '퍼주기' 성격으로 흘러가고 있다.
경수로계정(1조3천702억원)까지 더한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의 운용규모 2조6천334억원(26억3340만 달러 상당)은 2004년도 북한 GDP 212억 달러의 12.42%가 된다. 달리 말해
한해 이 규모의 대북지원이 이뤄질 경우 북한은 가만히 앉아서 12.42%의 엄청난 고도 경제성장을 누리는 것이 된다.
그동안 정부
예산만으로 충당했던 대북지원이 이제는 빚을 내야하는 시점에까지 이르러 통일부가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의 66%는 빚을 내어 지원하겠다고 대북지원
청구서를 국민 앞에 내미는 것은 그야말로 괄목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6자회담 공동성명 이행합의서가 체결되지도 않은
상황이고, 세수(稅收)마저 턱없이 부족한 실정에서 무작정 남북협력기금을 증액하고서 빚을 내어가며 대북 지원을 밀어붙이겠다는 꼬락서니는
참으로 어이없다.
그러고도 통일부는 이 같은 대북 경제지원 규모를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반드시 지출해야 할
필요경비이며, 아직도 턱없이 불충분하다는 견해를 고집하고 있다. 정동영 장관은 그것이 '통일비용'이라고 말하지만, 정장관의 이처럼
일방적이고도 안이한 인식에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 것인가.
북한이 최상위법인 노동당 규약으로 대남 적화통일 노선을
명시하고있는데도 최근 우리 헌법 3조 영토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해야 한다고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도 다름 아닌 정동영 장관이었다.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60돌 기념행사에 남한 측 민간대표단의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던 것도 역시 정동영 장관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북핵문제 해법 찾기에 있어서도 미국과의 공조(共助)체제에 재(灰)를 뿌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또 다시 국민의
혈세만으로 부족하여 외채(外債)를 내어가며 '북한 퍼주기' '북한 비위 맞추기'에 올인하고 있다. 국민의 원성(怨聲)은 안중(眼中)에
두지 않고있음이 분명하다.
정동영 장관의 이처럼 한없이 무모하고 독선적인 친북(親北)성향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북한 퍼주기'가 통일전략일 수는 없다. 이제는 국민이 인간 '정동영'에게 도대체 남북한- 어느 쪽의 통일부장관인가를
물어야 할 시기를 맞은 것 같다.(konas)
정 준 (코나스
논설위원)